10년새 두배로 뛴 재정지출…거시정책 '엇박자' 지적도[2027 예산안]
등록 2026.09.01 14:06:54
정부, 내년 821조 규모 '슈퍼예산' 편성
잠재성장률 반등, 양극화 해소에 투자
경기 확장기에 과도한 지출 확대 지적도
한은 통화 긴축 정책과 '엇박자' 우려도
박홍근 "내년 예산 총수요 자극할 여지 작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9.01. bluesod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01/NISI20260901_0021418190_web.jpg?rnd=20260901105028)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9.0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안호균 임하은 박광온 기자 = 정부가 올해보다 지출 규모를 93조원 늘린 820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을 편성했다. 10년 전인 2017년(약 400조원)에 비해 2배 이상 지출 규모가 늘었다.
이같은 대규모 지출 확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반도체 호황으로 경제성장률이 3%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과도하게 늘릴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K자 양극화'로 많은 경제 주체들이 경기 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반론도 있다.
1일 정부가 발표한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 규모는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727조9000억원)에 비해 93조원(12.8%) 늘었다. 총지출 규모와 증가폭에 있어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렇게 지출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세수 증대 덕이다. 내년 총수입은 880조8000억원으로 올해675조2000억원)보다 205조6000억원(30.4%)이나 급증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렇게 확보된 재정 여력을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AI)에 21조원을 투입해 총력 지원한다.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는 첨단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41조원을 투자한다. 청년 인재 양성 등 성장단계별 종합 지원에는 43조원을, 지역균형발전과 K자형 양극화 대응에는 117조원을 투입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금 3~5년으로 보여지는 이 반도체 사이클이 어떻게 정리될지는 그 누구도 정확히는 알 수 없다"며 "그러나 우리가 선제적으로 투자한 만큼 더 그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성장이 지속되는 점이 지금 당장은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취약계층 등으로 성장의 과실이 온전하게 확산되지 못하는 측면도 동시에 있다"며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런 적극적인 재정 투자를 통해서 V자형 경제 회복을 보다 공고히 견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증가한 세수는 모두 내년에 써버리지 않고 '재정 댐' 역할을 하는 미래대응기금에 남겨둔다. 미래대응기금에는 내년 추가세수 162조3000억원을 적립할 예정이다. 이 중 45조4000억원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사용하고,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남겨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3%를 넘을 정도로 경기 개선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정부가 과도하게 지출을 확대할 경우 물가와 금리가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긴축에 나선 상황에서 재정정책은 확장 기조를 나타낼 경우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박 장관은 "현금성, 선심성으로 현금을 살포하거나 단기 소비성 정책에 집중했다면 총수요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거시정책 엇박자) 지적이 옳지만 우리는 그렇게 설계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우리는 미래 성장동력 확충, 인프라·R&D 투자 등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고 총공급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더 많은 투자를 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안정이라는 목표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엇박자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재정정책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통화정책과 엇박자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 증가분을 당해 연도에 전부 소비해버리지 않고 일부는 생산적 투자에 사용하고 상당 부분은 적립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라며 "AI와 반도체, 청년, 지방 등에 재원을 집중하는 동시에 교부금 지출과 관련해 기존의 재정 배분 구조를 대폭 개편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허 교수는 "최근 전 세계,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채 발행이 크게 늘면서 장기금리가 많이 올라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미래대응기금에 104조4000억원을 여유자금으로 적립하는 것이 국채 발행을 그만큼 축소하거나 국가채무를 상환하는 것보다 왜 더 유리한지 충분히 설명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그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투자의 방향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출 증가율이) 굉장히 높은 편이기는 하다. 다만 우리나라가 그동안 굉장히 작은 정부를 운영해왔기 때문에 재정의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또 내년에는 예외적으로 세수가 굉장히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일부 지출을 확충하는 것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황 교수는 "재정지출이 얼마나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배양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는 나는 현 정부와 생각이 많이 다르다"며 "지금 우리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이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역할은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같은 '인구·사회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다. 정부가 조급하게 기업에 직접 돈을 넣는 방식으로 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재정 정책의 방향성에 따라 통화정책과의 엇박자를 낼 위험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세수 상황이 상당히 좋아 수입 측면에서는 역대급으로 좋은 상황"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총지출을 820조9000억원까지 늘렸고, 증가율도 경제위기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상당한 확장재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우 교수는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같이 공존할 수 있느냐는 논쟁은 있을 수밖에 없다. 서로 상충되는 정책을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지출의 내용이다. 산업 구조조정과 인프라 투자, 신산업, 생산성 향상처럼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분야에 지출한다면 단순히 총수요를 늘리는 것과는 다르게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늘어난 세수를 바탕으로 재정건전성을 더 강화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내년 총지출(820조9000억원)은 10년 전인 2017년(400조5000억원) 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더 큰 폭으로 늘면서 재정건전성은 개선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9%에서 0.1%로 떨어진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1.6%에서 48.3%을 낮아진다.
하지만 기획처가 이날 발표한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재정 건전성은 2028년 이후 다시 악화되기 시작한다. 2030년에는 연간 재정지출이 1000조원을 돌파하고,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9%, 국가채무 비율은 49.0%까지 상승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세수입을 내년에 그만큼 거둘 수 있는가가 우려되며, 이런 동향이 지속될 수 있는지는 더 큰 우려가 있다"며 "만약 전망이 계속되지 못한다면 지출 감소가 정치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을 볼 때 대량의 국가부채가 누적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강 교수는 "재정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률 증대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만 요즘처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경제성장이라는 한 마리 토끼만을 잡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며 "오히려 물가 상승,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동시에 우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https://img1.newsis.com/2026/08/31/NISI20260831_0002225453_web.jpg?rnd=2026083109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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