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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위기의 독일…스틸 회장, 임금 그대로 주 40시간 제안

등록 2026.09.07 16:49:48

폭스바겐 2030년까지 10만명 감원…중국 경쟁·미 관세 압박

스틸 회장, 생산성 우위 상실 지적…노동계는 주문 부족 해소 강조

[츠비카우(독일)=AP/뉴시스]독일 츠비카우의 폭스바겐 공장 앞에서 9일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영난에 직면한 폭스바겐은 24일 2분기 순이익이 급감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최대 10만명의 일자리를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프랑스24가 보도했다. 폭스바겐은 중국을 비롯한 국내외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6.07.24.

[츠비카우(독일)=AP/뉴시스]독일 츠비카우의 폭스바겐 공장 앞에서 9일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영난에 직면한 폭스바겐은 24일 2분기 순이익이 급감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최대 10만명의 일자리를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프랑스24가 보도했다. 폭스바겐은 중국을 비롯한 국내외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6.07.24.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폭스바겐그룹이 대규모 감원에 나선 독일에서 임금 인상 없이 노동시간을 늘려 산업 경쟁력을 지키자는 주장이 나왔다. 독일 내 생산과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동시간 확대가 제시되면서 위기 극복의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독일 전동공구 제조업체 스틸의 니콜라스 스틸 회장은 이 매체 기고에서 임금 보상 없이 주당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오는 10월 시작되는 금속·전기산업 단체교섭을 앞두고 내놓은 주장이다.

가디언은 지난 3일 폭스바겐그룹이 기존 계획을 포함해 2030년까지 총 10만명을 감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폭스바겐그룹은 같은 날 공식 발표에서 기존 프로그램에 더해 경영진 직위를 포함한 전 세계 일자리 약 5만개를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제시했다.

AP통신은 폭스바겐이 중국 자동차업체와의 경쟁과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해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전했다. 폭스바겐그룹도 유럽에서 판매 수요를 웃도는 차량 50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쟁 심화에 공장 가동 여력까지 남아도는 상황이다.

독일 정치권에서도 자동차산업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올라프 리스 니더작센주 총리는 폭스바겐의 구조조정 계획 발표에서 국제 경쟁 속에 폭스바겐과 독일 자동차산업이 직면한 과제가 막대하다고 진단했다. 기업의 투자·경쟁력 개선과 함께 정치권도 산업을 뒷받침할 경영 여건과 통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틸 회장 역시 독일의 산업 기반이 약해지면 현재의 생활 수준과 복지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관세와 중국의 공격적인 산업정책, 지정학적 긴장을 기업의 부담으로 꼽으면서도 과도한 규제와 높은 에너지·인건비 등 독일 내부의 문제를 더 중시했다.

[볼프스부르크=AP/뉴시스] 독일 경제부는 8일(현지시간) 4월 산업생산이 전달 대비 17.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가 한창이던 3월보다 악화된 수치다. 사진은 2018년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폭스바겐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직원들의 모습. 2020.6.8.

[볼프스부르크=AP/뉴시스] 독일 경제부는 8일(현지시간) 4월 산업생산이 전달 대비 17.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가 한창이던 3월보다 악화된 수치다. 사진은 2018년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폭스바겐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직원들의 모습. 2020.6.8.

임금 보상 없는 노동시간 확대를 주장한 근거도 비용과 생산성의 관계였다. 스틸 회장은 독일이 주요 경쟁국보다 높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었던 생산성 우위를 잃었다고 진단했다. 같은 임금으로 더 오래 일해 경쟁력을 높이고 독일에 생산시설과 일자리를 남겨야 한다는 논리다.

이 제안은 노동계가 오랫동안 지켜온 노동시간 단축과 부딪힌다. 독일 금속노조 IG메탈에 따르면 서독 지역 금속산업의 협약상 노동시간은 1995년 10월부터 주 35시간이다. 독일 전체 노동자에게 일괄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며, 동독 지역에서는 사업장별로 35시간제 도입이 진행돼왔다.

35시간제는 자동화와 실업 증가에 대응해 노동시간을 나누려던 노동계의 요구에서 출발했다. IG메탈은 1984년 대규모 파업 이후 10여년에 걸친 단계적 단축을 거쳐 서독 금속산업의 35시간제를 이끌어냈다.

주 35시간 노동자가 같은 임금을 받고 40시간 일한다고 가정하면 매주 5시간을 더 일하게 된다. 단순 계산으로 노동시간은 약 14.3% 늘고, 시간당 임금은 12.5% 낮아진다. 월급 액수가 같더라도 한 시간의 노동에 받는 보수는 줄어든다.

스틸 회장은 디지털화와 인공지능(AI)을 통한 생산성 향상만으로는 인구구조 변화의 충격을 상쇄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복지 수준을 유지하려면 경제 전체에서 일하는 시간을 늘려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선전=신화/뉴시스] 중국 최대 전기차 메이커 비야디의 자동차 수출 전용선이 광둥성 선전항에서 첫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2026.07.02

[선전=신화/뉴시스] 중국 최대 전기차 메이커 비야디의 자동차 수출 전용선이 광둥성 선전항에서 첫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2026.07.02

시간제 노동자와 실업자 등 기존 인력의 활용, 해외 숙련인력 유치도 제안했다. 신체적 부담이 큰 직종에는 예외를 두면서 더 나이가 들어서도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요구도 내놨다. 기업에는 규제 완화와 연구개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임금 보상 없는 노동시간 확대가 오히려 고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IG메탈은 스틸 회장의 이번 기고에 앞선 지난달 31일 논평에서 주문이 부족한 공장까지 더 오래 가동하려는 접근을 비판했다.

같은 물량을 생산하는 데 노동자 한 사람이 더 오래 일하면 필요한 인원은 줄어든다는 것이 노조의 논리다. 일감이 부족할 때는 노동시간을 나눠 일자리를 지켜야 하며, 노동시간 확대가 새로운 주문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디네 보구스와프스키 IG메탈 단체교섭 담당 집행위원은 기업의 혁신 부족과 노동자의 구매력 약화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돌봄시설과 유연한 근무시간을 늘려 더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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