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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담당자만 바뀌는 경찰 순환인사…확대한다고 유착 끊어질까

등록 2026.09.09 11:18:18수정 2026.09.09 11:36:24

[기자수첩]담당자만 바뀌는 경찰 순환인사…확대한다고 유착 끊어질까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경찰청이 지역 유착 논란을 계기로 내년 상반기부터 경감급까지 순환인사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역 연고에 따른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고 공정한 수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대책이다.

현재 전국 단위 순환인사는 총경과 경정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일선 경찰서장을 주로 맡는 총경은 1년, 그 아래이자 일선 경찰서 과장급인 경정은 1~2년 주기로 다른 시도경찰청으로 이동한다.

경감 이하 인사는 각 시도경찰청이 맡고 있어 대부분 관할 지역 안에서 경찰서나 부서를 옮긴다.

아직 대상 계급과 이동 범위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실무 수사의 최전선에 있는 경감급까지 순환 대상에 포함되고 이동 범위도 시·도 단위에서 전국 단위로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소식을 접한 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고소·고발인들의 얼굴이다. 그간 만나왔던 제보자들은 고소·고발 후 사건이 접수되면 담당 수사관이 누구인지, 얼마나 열심히 들여다봐 주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몇 달째 사건을 붙들고 있던 담당자가 어느 날 인사이동으로 바뀌고, 사건을 이제 막 들여다보기 시작한 새 담당자에게 넘어간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들의 불안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애써 설명했던 정황과 증거, 담당자만이 감지하고 있던 사건의 결이 인수인계서 몇 장으로 온전히 전달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순환인사가 확대돼 이 교체 주기가 더 짧아지고 대상 계급이 더 낮아진다면, 사건 하나를 둘러싼 이 같은 불안은 지금보다 훨씬 잦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불안을 감수할 만큼, 순환보직은 실제로 비리를 근절해 왔을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8년 발표한 '공무원 순환보직에 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중앙부처 과장급 이상 공무원의 평균재직기간은 1년 남짓으로 매우 짧다.

이로 인해 업무의 인수·인계에서 오는 비효율과 업무공백, 전문성 축적기회의 감소, 책임성 저하, 정책의 일관성 및 연속성 결여 등 여러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순환보직은 애초에 유착과 매너리즘을 막기 위한 장치로 도입됐지만, 정작 이 연구는 제도가 부패를 뿌리 뽑았다기보다 전문성과 책임성을 갉아먹는 부작용 쪽에 더 무게를 실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유착은 특정한 자리에, 특정한 사람이 오래 머물러야만 생기는 게 아니다.

짧은 재임 기간에도 청탁을 주고받거나 사건을 봐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반대로 순환인사가 아무리 촘촘해져도, 마음만 먹으면 새 자리에서도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순환인사는 '사람을 자주 옮기면 유착의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는 다소 기계적인 전제 위에 서 있는 셈이다.

문제의 뿌리가 개인의 자질이나 조직 문화, 감시 체계의 허술함에 있다면, 자리를 옮기는 조치만으로는 그 뿌리까지 닿기 어렵다.

현장의 목소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순환인사제 확대의 명분인 지역 유착 자체가 장기 근무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개인의 일탈과 내부 관리·감찰 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정책의 전제부터 반박하고 나섰다.

물론 지역 유착이 실제 부실수사로 이어진 사건이 있었던 이상,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그 해법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멀리 옮기느냐'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정작 사건을 붙들고 씨름하던 담당자의 전문성과, 그 담당자를 믿고 사건을 맡긴 고소·고발인의 신뢰는 부수적 피해로 남을 수 있다.

유착을 끊어내는 것과 사건에 대한 책임감을 지켜내는 것, 이 둘을 함께 붙잡을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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