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생존자 암 발생률 급증…"아직 정점 안 왔을 수도"
등록 2026.09.10 07:09:01수정 2026.09.10 07:42:57
암 치료 지원 생존자 5년 새 3배
세계무역센터 주변 석면·벤젠 등 노출
![[뉴욕=AP/뉴시스]2001년 9월11일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되는 모습을 뉴욕경찰이 공중에서 찍은 사진. 2010년 2월9일 ABC뉴스는 미정보자유법을 통해 새로운 사진들을 입수해 공개했다. 2021.08.31.](https://img1.newsis.com/2010/02/10/NISI20100210_0002291736_web.jpg?rnd=20210831140625)
[뉴욕=AP/뉴시스]2001년 9월11일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되는 모습을 뉴욕경찰이 공중에서 찍은 사진. 2010년 2월9일 ABC뉴스는 미정보자유법을 통해 새로운 사진들을 입수해 공개했다. 2021.08.31.
테러 발생 25년이 지난 가운데 당시 현장을 뒤덮었던 먼지와 유독물질이 장기적인 건강 문제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뉴욕 9·11 생존자와 구조대원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세계무역센터 건강 프로그램(WTC Health Program)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암 치료 지원을 받는 생존자는 2021년 6월 8870명에서 올해 6월 2만7300명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올해 6월 기준 이 프로그램에 등록된 생존자는 약 5만4000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암 치료 지원을 받고 있다. 5년 전에는 암 관련 지원을 받는 비율이 35%였다.
뉴욕대 연구진이 2024년까지 의료 지원을 받은 9·11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규모 연구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2019~2024년 암 발생 사례가 약 2.5배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생존자들이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에 등록한다는 점에서 이 자료만으로 9·11 테러와 암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당시 유해물질에 노출된 특정 집단에서 암이 증가하는 양상은 장기적인 건강 영향을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뉴욕대 인구보건학과 부교수인 앨런 아르슬란은 "환자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당시 세계무역센터 주변에는 석면과 벤젠을 비롯한 각종 발암물질이 포함된 먼지와 연기가 퍼졌다. 테러 이후에도 수개월간 화재가 이어지면서 유해물질이 계속 확산됐고, 오염된 먼지는 주변 주택과 직장에 남았다.
9·11 생존자들에게 가장 흔한 암은 유방암과 전립선암으로, 이는 미국 전체의 암 발생 추세와 비슷했다. 그러나 유방암의 경우 생존자들의 진단 시기가 전국 평균보다 약 4년 빨랐고, 공격적인 유형의 비율도 더 높았다고 아르슬란은 설명했다.
폐암도 주요 암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흡연 경험이 없는 여성 생존자들이 폐암 환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의 라자 플로레스 흉부외과 과장도 자신의 병원에서 9·11 생존자 폐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로레스 과장은 "아직 정점에 도달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이러한 암은 발병하는 데 20년, 30년, 40년이 걸릴 수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9·11 생존자 마리아마 제임스의 가족도 테러 이후 건강 문제를 겪었다. 제임스는 9·11 당일 저녁 맨해튼 남부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파트 전체가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창문을 열어둔 상태여서 세계무역센터 붕괴 과정에서 발생한 먼지가 집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몇 년 뒤 제임스는 피부암 진단을 받았고, 테러 당일 금융가로 출근하다 먼지를 뒤집어쓴 어머니 후아니타도 2013년 4기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후아니타는 2023년 세상을 떠났다.
제임스는 자신의 가족에게 잇따라 질병이 발생하자 "바로 9·11 테러와 연관지어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도 피부암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으며, 자녀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호흡기·위장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한편 뉴욕시 소방서와 세계무역센터 건강 프로그램이 2021년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건강 프로그램에 등록한 9·11 생존자들의 암 사망률은 연령과 성별 등이 비슷한 뉴욕의 다른 암 환자들보다 34% 낮았다.
전문가들은 당시 세계무역센터 주변의 먼지와 잔해에 노출됐던 사람들에게 암 검진 등 정기적인 건강 관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9·11 당시 어린이였거나 이후 성장한 젊은 세대에서도 장기적인 건강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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