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단속 실적 채우려 만들어진 고아들…'그곳에 아이는 없었다'
등록 2026.09.15 13:35:02
![[신간]단속 실적 채우려 만들어진 고아들…'그곳에 아이는 없었다'](https://img1.newsis.com/2026/09/15/NISI20260915_0002239613_web.jpg?rnd=20260915120910)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국가가 보호해야 할 '고아'들은 어쩌다 폭력의 대상이 되었나. 시설 안에서 벌어진 학대는 왜 그토록 오랫동안 세상 밖으로 알려지지 못했나.
신간 '그곳에 아이는 없었다'(내일을여는책) 저자 이득신은 이 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책을 집필했다.
그는 "무엇보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이제라도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역사를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썼다"고 전했다.
이 책은 1960~1990년대 고아수용시설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이들이 시설에서 겪은 일들과 퇴소 후 삶을 인터뷰에 담았다.
"노숙을 했느냐, 진짜 부랑인이었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멀쩡한 사람을 끌고 가 서류 조작으로 부랑인을 만든 것이다. 실제로 도둑을 잡으면 고과 1점인 반면, 노숙인과 부랑아를 단속하면 고과가 2~3점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국가폭력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증거다." (37쪽, '파도와 담벼락' 중)
"그곳(선감학원)의 관리자는 대부분 경기도 소속 공무원들이었다. 일부 임시직은 원장 등 고위직의 친인척이었다. 20~30가구의 섬마을 주민들도 선감학원 직원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도망치면 마을 사람들이 붙잡아서 다시 돌려보냈다. 섬의 어른들 전체가 공모자였다." (108쪽, '허기를 잊게 해준 담배 한 모금' 중)
저자는 고아원이 겉보기에는 '복지'였지만 실제로는 '사업'이었고, 카르텔 내에서 아이들은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한 현실을 낱낱이 폭로한다.
한국에서 유독 해외입양이 성행했던 것도 시설과 입양기관에 돈벌이가 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아시안게임을 한 해 앞둔 1985년에는 해외입양 아동이 1만명에 육박했다. 당시 입양기관과 아동보호시설은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해외입양에 팔을 걷어붙였다. 외국인에게 깨끗한 도시 미관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유로 부랑아 단속도 상시적이었다." (96~97쪽, '실종아동을 왜 해외로 보냈을까' 중)
"고아수용시설 운영자들이 국가 지원금을 착복하여 축적한 재산으로 만든 은화복지재단 같은 시설은 아직도 계속 운영 중이다." (239쪽, '고아들의 핏값으로 만든 복지재단' 중)
이 책은 문제가 된 시설들이 이름과 형태를 바꿔 여전히 복지 법인이나 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이제는 시설 지원이 아닌 '원가정 보호'에 주력하고 '탈시설'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피해자들의 외침에 국가와 사회가 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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