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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 산불 피해지 새 생태계 시작… '자연복원 1년'

등록 2026.09.21 17:37:52

멸종위기 팔색조·수달·담비·삵 등 확인

곤충 198분류군·조류 57종 관찰

멸종위기종 애기뿔소똥구리 (사진=뉴시스DB)

멸종위기종 애기뿔소똥구리 (사진=뉴시스DB)

[의성=뉴시스] 김진호 기자 = 지난해 대형 산불로 사찰림 대부분이 소실된 경북 의성 고운사에서 인위적인 벌목 대신 자연복원을 진행한 결과 생태계 회복의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동환경운동연합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불교환경연대, 서울환경연합, 생명다양성재단은 21일 천년고찰 고운사에서 '자연복원 프로젝트 1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1년차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고운사는 지난해 3월 발생한 의성 산불로 사찰림의 약 97%가 피해를 입었다. 이후 피해목을 일률적으로 벌채하는 대신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하는 자연복원을 추진해왔다.

모니터링 결과 산불 피해 이후 죽은 나무와 약해진 나무를 이용하는 곤충이 나타났다. 이를 먹이로 하는 조류와 중대형 포유류도 확인됐다.

위성 식생지수(NDVI)는 산불 직후 0.14에서 1년 만에 0.516으로 상승해 평년의 약 70%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곤충 조사에서는 자연복원 1년차에 총 198개 분류군이 확인됐다. 나무좀아과와 침엽수비단벌레 등 산불로 죽거나 약해진 나무를 자원으로 이용하는 곤충들이 관찰됐다.

자연복원지와 인공복원지 모두 이들 곤충이 다수 확인됐지만 종 다양성은 산불 피해가 없는 자연림보다 낮았다. 자연복원지와 인공복원지 사이에서도 1년차 조사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홍석영 생명다양성재단 전문연구위원은 "앞으로 숲이 바뀌어 가는 과정을 확인할 첫 기준선"이라고 설명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애기뿔소똥구리도 확인됐다. 애기뿔소똥구리는 동물의 배설물을 먹고 사는 곤충으로, 서식이 확인됐다는 것은 배설물을 제공하는 동물도 해당 지역을 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조류 조사에서는 총 57종이 확인됐다.

기경석 상지대 조경산림학과 교수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고운사 일원 3개 지점에서 기록된 145.6시간의 음원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4~6월 관찰된 조류 가운데 곤충을 먹는 새가 73%를 차지했다.

죽은 나무를 파고드는 딱따구리 3종은 274건 확인됐다. 딱따구리가 만든 구멍을 둥지로 이용할 수 있는 박새류와 동고비, 소쩍새 등 13종도 총 1502건 탐지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올빼미, 수리부엉이 등이 확인됐으며, 천연기념물인 원앙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죽은 나무가 곤충에게는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하고, 조류에게는 먹이와 둥지 자원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죽은 나무가 곤충을 증가시키고, 증가한 곤충이 조류의 먹이가 되는 연결고리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현장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대형 포유류도 확인됐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의 조사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수달과 Ⅱ급인 담비·삵이 모두 확인됐다. 노루와 고라니, 멧돼지, 오소리, 너구리, 족제비 등 중부 산림에서 서식하는 중대형 포유류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인공적인 벌목과 임도 공사가 집중된 능선부와 자연복원을 진행한 사찰림 사이의 차이도 향후 관찰 대상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자연복원이 진행 중인 사찰림과 달리 벌목과 임도 공사가 집중된 능선부에서는 삵이 관찰되지 않았다. 확인된 중대형 포유류도 8종에 그쳤다.

연구진은 "인공적인 벌목이 능선 쪽 동물의 회복을 늦추는 것으로 보인다"며 "벌목 이후 해당 구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2년차에 관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은 "처음 산불이 난 후 온 산에 까만 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며 "산불 일주일 후 타버린 나무 아래 살아있는 뿌리에서 한 뼘 정도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자연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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