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감자 수도'에 AI데이터센터 줄줄이…깨진 폰 쓰는 中농민 "나와는 무관"

등록 2026.09.23 16:33:33

네이멍구 우란차부 농경지에 데이터센터 잇따라

값싼 땅·풍부한 전력·서늘한 기후 앞세워

주민 "일자리 많지 않아…우리에게 무슨 혜택"

'감자 수도'에 AI데이터센터 줄줄이…깨진 폰 쓰는 中농민 "나와는 무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중국의 ‘감자 수도’로 불리는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우란차부의 농경지 사이로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미국과 인공지능(AI) 주도권을 다투는 중국이 값싼 땅과 풍부한 재생에너지, 서늘한 기후를 앞세워 인구가 적은 내륙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영국 BBC는 22일(현지시간) 우란차부의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과 주변 농촌을 취재해 중국의 AI 경쟁이 지역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노란 안전모를 쓴 노동자들이 장비를 옮기고 대형 크레인이 지붕 구조물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한 노동자는 공사 속도를 가리켜 “이게 중국의 속도”라고 말했다. 현장의 한 전기기술자는 “매년 한 단계씩 공사가 진행된다”며 “지금은 두 번째 단계이고 앞으로도 여러 단계가 더 남았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에 집적되는 막대한 연산 능력은 중국이 미국과 벌이는 AI 경쟁의 핵심 기반이다. 중국 지도부는 데이터센터를 경제 성장뿐 아니라 국가안보와도 직결된 시설로 보고 AI를 산업과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우란차부를 비롯해 북부 닝샤와 간쑤, 남서부 구이저우 등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 화웨이와 바이트댄스, 딥시크 등이 사용할 데이터센터 수백 곳을 건설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들 지역에는 대규모 풍력·태양광 발전 설비가 들어서 있고 토지 가격도 상대적으로 싸다. 기온이 낮아 데이터센터 냉각에 필요한 물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중국은 컴퓨팅 시설만 늘리는 것이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AI 기업들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이용자가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이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미국 주요 업체의 폐쇄형 모델 전략과 대비된다.

[베이징=AP/뉴시스] 중국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국가 차원의 데이터센터망 구축에 나선다. 9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를 비롯한 핵심 부처들은 전국에 파편화되어 있는 컴퓨팅 자원을 하나로 묶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통합 컴퓨팅 허브' 청사진을 확정했다. 사진은 2018년 7월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바이두 크리에이트 2018' 행사에서 리옌훙 바이두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2026.06.10.

[베이징=AP/뉴시스] 중국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국가 차원의 데이터센터망 구축에 나선다. 9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를 비롯한 핵심 부처들은 전국에 파편화되어 있는 컴퓨팅 자원을 하나로 묶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통합 컴퓨팅 허브' 청사진을 확정했다. 사진은 2018년 7월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바이두 크리에이트 2018' 행사에서 리옌훙 바이두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2026.06.10.

BBC는 오픈소스 전략이 중국 기업들이 기술을 공유하며 AI 모델을 빠르게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런 방식이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와 관련 장비 수출 제한으로 생긴 최첨단 칩 접근의 제약을 일정 부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AI 역량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AI 경쟁에서 이기는 쪽이 결국 승자가 된다”고 말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도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장비 판매 제한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중 AI 경쟁의 또 다른 축은 인재다. 중국과학기술대의 잭 장 연구자는 BBC에 “미국으로 향하는 학생과 연구자는 줄고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오는 사람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연구자 자신도 미국 예일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공부한 뒤 중국의 고급 인재 유치 프로그램에 영입됐다. 그는 AI 연구를 의료 분야에 적용하려면 더 많은 인력과 자원, 때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한데 해외에서는 이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지역 사회가 떠안아야 할 비용도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친환경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지만 일부 전력망은 여전히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건조한 네이멍구에서는 물 공급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BBC는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서 마을 단위의 이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어 정확한 이주 규모와 주민들이 어떤 보상을 받았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감자 수도'에 AI데이터센터 줄줄이…깨진 폰 쓰는 中농민 "나와는 무관"

한 주민은 익명을 조건으로 “이런 빅데이터 사업은 보통 사람들과 아무 상관이 없다”며 “우리에게 무슨 혜택을 가져왔느냐”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센터에서 일자리를 얻은 지역 주민이 많지 않다고 했다. 다른 주민들은 농지를 잃어 생업인 농사를 계속하지 못할까 걱정했다.

모든 주민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 인근 밭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자녀들이 새로 들어선 시설에서 일자리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이제 세계 선두권에 있다”며 경제 발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에서 AI 확산에 대한 반대가 다른 국가보다 적다는 조사도 있지만 BBC는 검열이 강한 환경에서 이런 수치를 평가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고령화로 줄어드는 노동력을 보완하기 위해 제조업 자동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안도 나타나고 있지만 그 정도를 측정하기는 어렵다고 BBC는 전했다.

그러나 AI 강국을 향한 국가적 청사진은 농촌 주민의 일상과 거리가 멀기도 하다. BBC가 만난 한 네이멍구 농민은 인터넷조차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휴대전화 화면은 깨져 있었고 인터넷은 월 40위안가량을 내는 휴대용 와이파이 단말기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는 AI에 대해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내게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BBC에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