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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등으로 얼룩진 日대학 미인대회…NYT "지식보다 외모" 일갈

등록 2022.11.28 16:31:36수정 2022.11.28 17: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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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문가 "대학 미인대회 터무니 없어"

[요코하마=AP/뉴시스] 지난 1월1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성년의 날을 맞아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2022.11.28.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요코하마=AP/뉴시스] 지난 1월1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성년의 날을 맞아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2022.11.28.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의 수 많은 대학 캠퍼스에서는 미인대회인 이른바 '미스 콘테스트(미스콘)'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이 대회들은 종종 여성을 외모로 판단하고 성별 따라 엄격히 규정하는 역할로 여성을 고정시키려는 문화를 반영한다"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기사은 "지식보다 아름다움:일본의 얄팍한 대학 대회들(Japan’s Skin-Deep University Pageants)"이다.

신문은 도쿄 대학, 게이오 대학 등 엘리트 정치인과 재계 지도자들을 배출한 대학을 포함한 수 많은 일본 전역의 캠퍼스에서 미인대회가 열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물론 서양에서도 수 많은 미인대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서양과 일본의 다른 점은 지적 성취와 직업 생활을 위한 준비 기관에서 이런 대학생 미인대회를 후운한다는 점이라고 NYT는 꼬집었다.

또한 이 대회들은 여성들을 엄격한 성 역할에 영속시키려는 문화를 영구화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미스콘 결승전에 오른 후보는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수천명의 팔로워를 얻게 되며 기업은 후원을 제안하기도 한다.

특히 미스콘 대회는 TV 아나운서, 탤런트를 위한 '파이프 라인'으로 간주된다. 일종의 등용문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예능, 코미디, 심지어 뉴스 토크쇼에 출연하는 것도 예외는 아니다.

신문은 미스콘 참가자들을 뽑는 이곳이 "(여성의) 기술, 지식 보다 외모에 더 가치를 둔다"고 분석했다.

대학들은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한 미인대회를 연다. 다만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여성이다.

도쿄 소재 후루타지 프로젝트 탤런드 에이전시 매니저 이토 다스쿠는 "미스콘은 우리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라며 “이미 귀엽고 예쁜 여성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다. 우리는 그들을 찾으러 갈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스콘 남성 참가자들은 보통 스카웃 하지 않는다고 했다. 뉴스와 다른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남자들은 "아마도 그들의 분야에서 훨씬 더 전문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스콘이 지향하는 '아름다움'이 건강하지 못하고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신문은 "아름다움은 서양보다 일본에서 더 제한적으로 정의된다"며 소녀 같은 이목구비, 동그란 눈, 얇은 몸 등을 들었다. 귀엽다고 여겨지는 여성들이 TV 드라마와 광고, 애니메이션 등에서 두드러지게 등장하고 있다. 대학의 미인대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이상화된 '여성미' 개념을 구체화한 후보자에게 투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미의 기준은 건강하지 못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문은 후보자들의 사례를 들었다. 릿쿄 대학의 이전 참가자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드레스에 몸을 맞추기 위해 다이어트를 심하게 해 "너무 배고파 한 밤중에 울 것 같았다"고 밝혔다.

또 한 대학 대회에서 남성 후보자들은 역도 경기에 출연하는 동안 여성 후보자가 컵케이크를 굽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요코하마=AP/뉴시스] 지난 1월1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성년의 날을 맞아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2.11.28.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요코하마=AP/뉴시스] 지난 1월1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성년의 날을 맞아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2.11.28.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미인대회는 성폭행 관련 사건에도 연루되며 오명을 뒤집어썼다.

게이오 대학에서는 주최 측 남성이 참가자 중 한명을 성폭행 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도쿄대학에서는 2020년 우승자가 인터뷰 중 얼마나 많은 성적 파트너와 함께 했는지 질문 받는 등 성희롱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2020년 ‘미스 도다이(도쿄대학)’인 가미야 아사(22)도 결승 진출자를 선정한 조직위원회의 대부분 남성들로부터 10잔의 술을 마시도록 강요받은 다른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며 쓰러지는 것을 봤다고 고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가미야는 "나는 아직 대학에 갓 입학한 젊은 여성이었다"며 주최 측은 그의 성 생활에 대해서도 질문했다고 밝혔다. "이 모든 남자들로부터 모든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나를 조금 소름끼치게 했다"고 했다.

조직위는 이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가미야는 이후 모델 일 등을 하고 TV 예능에 출연하며 "대회가 폐지돼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간 일부 일본 대학과 학생, 교직원들인 이런 대회의 근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전형적인 미의 기준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학의 가치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의 신해봉 교수는 NYT에 "나는 개인적으로 대학생들 사이의 이 미인대회가 단순하게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왜냐하면 이미 그런 문화, 가치가 널리 펴져있는 일본 사회에서 젊은 여성들의 외모, 시장성을 홍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문화 전체가 그에 의해 오염돼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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