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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4조2교대'②]쉬는 날 늘었지만…"안전사고가 걱정입니다"

등록 2023.02.25 0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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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4조2교대 도입 후 사고 늘어

日 근무 시간 늘면서 피로도 높아져

자동차 업계는 2개조가 주간 근무만

[고양=뉴시스] 배훈식 기자 = 민족 대명절 설을 닷새 앞둔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서 정비사들이 귀성객 안전 수송을 위한 KTX 정비를 하고 있다. 2023.01.17. dahora83@newsis.com

[고양=뉴시스] 배훈식 기자 = 민족 대명절 설을 닷새 앞둔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서 정비사들이 귀성객 안전 수송을 위한 KTX 정비를 하고 있다. 2023.01.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주희 안경무 유희석 기자 =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근무방식을 4조2교대에서 3조2교대로 바꾸라고 명령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4조2교대로 근무를 바꿔 코레일에서 안전사고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 코레일 열차 사고는 2016년 101건에서 4조2교대 도입 첫해인 2020년에는 40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2021년 48건을 늘어나는가 싶더니 지난해 66건으로 다시 늘었다. 부족한 인력으로 무리하게 4조2교대 도입을 서두른 것이 사고의 주 원인으로 분석된다.

4조2교대는 하루 근무 시간이 길어지는 대신 휴일은 더 늘어난다. 사실상 주 3일 근무체제다. 몰아서 일하고, 쉴 때도 몰아서 쉰다는 것이 4조2교대의 최대 장점이다.

실제 지난해 4조2교대를 도입한 비철금속 업체 고려아연 생산직은 주·야간으로 나눠 하루 8시간씩 일하던 것에서 12시간으로 근무시간이 늘었다. 하지만 연간 휴일도 4조3교대 때보다 80일 이상 증가한다. 1년 중 절반을 쉴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12시간 근무 체제는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근무시간이 늘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게 직원의 피로 가중과 업무 효율 하락이다. 이는 코레일 사례처럼 안전사고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12시간을 일해도 체력 부담이 적은 젊은 직원과 달리 40대 중반 이상 시니어 직원들 사이에는 4조2교대를 꺼리는 모습도 많다.

[서울=뉴시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5공장.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5공장.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주간 2교대로 '생산직 천국'된 車업계

4조2교대 근무를 안착시키고, 안전사고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직원을 더 뽑고, 근무 시간은 줄여야 한다는 숙제가 남는다.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생산직 지원자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현대차그룹은 이 문제를 수 년 전부터 해결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현대차그룹은 잔업 없는 주간 2교대 근무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현대차그룹이 근무 체계를 바꾼 것은 2013년이다. 당시 창사 45년 만에 주간 2교대 근무체계로 전환했다. 이전에는 주간조와 야간조가 각각 10시간씩 근무하던 것에서, 주간에만 2개 조가 각각 8시간, 9시간씩 교대 근무하는 것으로 바꿨다. 주말에는 특근이 없는 한 쉴 수 있고, 특근 시에는 통상임금의 2~3배에 달하는 별도 수당을 받는다.

현대차는 2016년부터 잔업도 폐지하고 2개조가 하루 8시간씩 근무하는 '8+8 근무' 체제를 정착시켰다. 현대차가 이처럼 잔업을 폐지한 것은 1967년 울산공장 준공 이후 49년 만이다. 새로운 제도 도입 초기 당시 일부 생산라인에서 업무 차질이 빚어지고, 생산성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이런 문제도 거의 없다.

현재 현대차 노사는 모두 '8+8 근무' 체제에 만족하고 있다. 노조는 근로 시간 단축과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 좋고, 사측은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를 얻었다는 평이다. 근무체제를 바꾸며 노사 관계가 한층 성숙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아 광명공장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밤샘 근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주간 근무 2교대제가 확실히 정착했다"며 "자동차 생산직들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수당 줄었지만, 철야 없어져 좋다"

장점이 확인되며 르노코리아·쌍용자동차·한국GM 같은 완성차 업체들도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속속 시행했다. 생산 물량이 밀려있으면 주말 특근을 하는데, 이 경우에도 개인 근무 시간은 주 52시간을 넘지 않는다. A조와 B조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 달이나 격주 단위로 근무 시간을 바꿔 일한다.

르노코리아는 2006년부터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실시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야간 근무는 효율성이 떨어지다 보니, 주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근무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2014년 한국GM이, 2018년 쌍용차가 주간 2교대제를 연이어 도입했다.

철야 근무가 있었던 주야 2교대에 비해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새벽 근무가 없다는 게 현행 근무 체제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기존 야간 근무보다 수당은 조금 줄어들 수 있으나,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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