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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국내 첫 미술전문 감평사 김지효씨 "미술품 객관적 가치 산정 고민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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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1-14 06:10:00
'불모지'인 국내 미술품 감정평가 시장 개척 중
"자산 가치 투명화 사명감…전문성 확보 고민"
"감평사는 정답 찾는 법 아는 사람…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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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내 1호 미술품 감정평가사 김지효씨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한국 미술시장의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02%로, 미국(0.2%) 등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요. 문제는 가격입니다. '고무줄 가격'에 돈을 쓸 수 없다는 거예요."

지난 11일 만난 김지효 미술품 전문 감정평가사는 "미술품 시장이 워낙 폐쇄적이고, 객관성이 낮기 때문에 법률적인 문제로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면 감정평가사를 찾는 게 맞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 1호 미술품 전문 평가사로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미술품 전문 평가사를 목표로 지난 2016년 감정평가사시험에 합격한 이후 불모지였던 국내 미술품 감정평가시장에서 새로운 전문 영역을 개척 중이다.

김 평가사는 "앞으로 미술품 수집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2, 3세 기업가들의 상속 문제나 재산 분할 등으로 미술품 시가 감정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미술품에 대한 공정한 가치 평가를 통한 자산 가치 투명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고, 사명감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평가사와의 일문일답.

-감정평가사의 미술품 감정평가는 어떻게 다른가.

"감정평가는 미술품의 경제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정해 그 결과를 금액으로 표시하는 전문가의 의견이다. 많은 분들은 미술품에 대해 감정평가 한다고 하면 진위나 예술 문화적 의미를 따지는 감정만 떠올린다. 하지만 미국 등에서는 진위 감정과 시가 감정을 구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관련법(감정평가법)과 유권해석상 시가 감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감정평가사로 제한하고 있다."

-진위 감정과 시가 감정을 구분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

"서로 갖춰야 할 전문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진위 감정은 말 그대로 진품이나 위작이냐를 가리는 것이다. 감정가가 미술품에 대한 전문지식과 X-레이 등 과학적 방법으로 진위를 판별한다. 전문가의 안목이 중요하다.

반면 시가 감정은 대상 미술품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는 전문가의 의견이다. 진위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감정평가사의 날인이 들어간다. 평가 결과에 대해 감정평가사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어떻게 중립을 지킬 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하지만 오랜 기간 미술품의 시가 감정을 ㈔한국미술감정협회나 화랑협회 등이 해왔다.

"사실 감정평가사가 해야 할 일인 데도, 여건상 못 한 것이다. 현행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정평가법)은 국토교통부 소관 법령이지만 감정평가사는 토지 및 그 정착물, 동산, 저작권·산업재산권, 공장재단, 입목뿐만 아니라 미술품까지 국내 모든 유·무형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는 국가공인 전문자격사다.

하지만 그동안 미술 관련 전문 인력이 없었다. 이 때문에 관행적으로 '전문분야별로 2인 이상의 전문가가 감정한 가액의 평균액'도 시가로 인정해왔으나 실상은 법적 테두리 밖에 있는 유사 감정평가다. 감정평가 업계의 실적이 없다 보니 기업이나 공공기관, 지자체에서도 감정평가업계에 의뢰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감정평가 의뢰가 늘고 있다고 들었다. 분위기가 왜 바뀌었나.

"일단 미술품 감정에 전문성을 갖춘 감정평가사가 배출되기 시작했다. 또 지난 3년간 감정평가 실적이 쌓이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재벌가의 상속건이 증가하고, 절차를 투명화하려는 분들이 늘었다. 올해 1월 내가 맡았던 태광실업 상속 과정도 그렇다. 정상적인 자산 가치 평가와 세금 납부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데 따른 것 같다."

-업계 전문 인력은 얼마나 되는지.

"아직은 많지 않다. 다만 이제 시작이다. 업계에서도 미술품 연구회를 만들어 전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감정평가사는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정답을 찾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소송사건 관련해 평가에 나설 때는 직업에 대한 무게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미술품 시장이 워낙 폐쇄적이고, 객관성이 낮기에 법률적인 문제로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면 감정평가사를 찾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감정평가사로서 미술품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내에 제대로 된 수집가는 100여 명에 불과하다. 한국 미술시장의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02%로, 미국(0.2%) 등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가격이다. '고무줄 가격'을 믿고 돈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자산 가치에 대한 투명화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비자금 조성, 탈세 등 일부 자산가들의 불법적인 행태가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품 거래가 활성화 되려면 객관적인 가격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산 가치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런 부분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미술품 감정평가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자산 가치 평가에 대한 투명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재벌가 내에서도 커진 것 같다. 특히 올해 1월 맡았던 태광실업건은 그동안 음지에 있었던 재벌가의 미술품 상속 문제를 양지로 끌어올린 모범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 재벌 기업의 이혼 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한국감정평가사협회에 미술품의 시가를 감정할 감정평가사 추천을 의뢰하면서 점차 전문적인 시가 평가를 받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미술품 수집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2, 3세 기업가들의 상속 문제나 재산 분할 등으로 미술품 시가 감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김지효 감정평가사 약력

▲2006년 이대 회화판화과 졸업 ▲2016년 감정평가사시험 합격 ▲2017 미술품 시가감정 전문과정(문화체육관광부) 수료 ▲2018년 미국 AAA(Appraiser Associate of America) 준회원 ▲2019년 미국평가실무기준(USPAP) 합격 ▲2019년 소더비 인스티 튜트(Sotheby's Institute) 미술품 시가감정 프로그램 이수 ▲현 통일감정평가법인 미술품 감정평가 본부 감정평가사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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