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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청와대 개방 열흘, "삼청동 상권 180도 달라졌다"

등록 2022.05.21 09:00:00수정 2022.05.21 0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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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전문점, 오전 10시30분부터 줄서

한복대여점은 3년 만에 최대 매출 찍기도

공인중개업소 "상가 문의 전화 하루 50~60통"

[서울=뉴시스] 박미선 기자=20일 오전 찾은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인근 식당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미선 기자=20일 오전 찾은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인근 식당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청와대 가려고 10년 만에 마을버스를 탔어요."

20일 금요일 오전 10시. 서울 시청역을 지나 청와대로 가는 '종로 11번' 버스에는 기자를 비롯해 승객이 6명 뿐이었다.

아무리 ‘청와대 개방’으로 사람들이 몰린다고 하지만, 평일 오전은 역시 한산하구나 싶었는데 한 정거장을 지나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광화문 교보문고 정류장에서 한꺼번에 21명이 올라탔고, 순식간에 마을버스는 ‘만원 버스’가 됐다. 이 정류장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5명은 결국 버스에 타지도 못했다.

경복궁역 근처 법련사 정류장에서 승객 10여명이 우르르 내렸다. 또 그만큼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기사는 정류장에 정차할 때마다 “내렸다가 다시 타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기자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내린 ‘삼청동 주민센터’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60대 A씨는 "청와대에 가려고 10년 만에 마을버스를 탔다"며 "삼청동에 와 본 것은 꽤 오랜만이다"고 말했다.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청와대 춘추관으로 가는 길엔 식당과 카페가 꽤 있다.

오전 10시 20분, 오픈 시간이 오전 11시라고 적혀 있는 이곳 한정식집을 찾았다. 아직 오픈까지  한참 남았지만, 식당에는 벌써 손님 2명이 식사 중이었다.

한정식집 사장 B씨는 반찬을 그릇에 담고, 물통에 물을 채워 넣느라 바빴다.  B씨는 "원래 오픈 시간이 오전 11시였는데 청와대 개방 후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 영업시간을 2시간 더 앞당겼다"고 말했다.

춘추관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삼청동 유명 맛집인 수제비 음식점이 보인다. 오전 10시30분, 오픈을 30분 앞둔 시간인데도 16명이 줄을 서 있었다. 오전 일찍 청와대 구경을 다녀왔다는 C씨는 "청와대를 둘러보고 수제비를 먹기 위해 24년 만에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청와대 인근 삼청동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지만 이 시간에 식당에서 줄을 설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인근 또 다른 한식당은 오전 10시40분에 전체 12개 테이블 중 8개가 손님들로 찼다.  이 음식점 사장 D씨는 "너무 바쁘다"며 “이렇게 점심 전부터 장사를 해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미선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청와대 관람을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미선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청와대 관람을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삼청동 일대 상권의 이 같은 인파는 이날 청와대를 가보니 이해가 갔다.

춘추관 맞은 편 카페는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거의 모든 테이블에 사람이 꽉 찼고, 야외 테이블에도 손님들로 붐볐다.

청와대 입장 시작 시간인 오전 11시가 되자 사람들이 청와대 춘추관 앞으로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다. 경기도 안산에서 왔다는 대학생 E씨는 "엄마와 할머니, 이모랑 같이 청와대를 보러왔다"며 "청와대를 구경하고 서촌에 가서 식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청동 일대 편의점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를 넘겨 점심 시간이 다가오자 인근 편의점의 야외 테이블에는 도시락이나 치킨 등을 먹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GS25에 따르면 청와대 개방 이후인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삼청동 일대 편의점 5곳의 매출은 품목별로 100~200%까지 늘었다. 구체적으로 빙과류(231%), 얼음(198%), 탄산·이온음료(145%), 국산맥주(124%), 치킨(105%) 등이 매출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휴대폰 충전기 매출도 1년 전보다 102% 늘었는데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가까운 효자동 인근 편의점 CU도 청와대 개방 이후 매출이 큰 폭 늘었다. 이 매장에선 아이스드링크(189.1%), 얼음(123.8%), 빙과류(78.7%) 매출 증가가 눈에 띈다.

경복궁역을 중심으로 한 한복대여점들도 최근 3년 만에 최대 매출을 찍었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경복궁으로 이어지는 삼청로에는 한복대여점이 많은데 이날 기자가 찾은 한복대여점 5곳 가운데 4곳은 직원들이 손님들을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곳에서 10년 이상 한복대여점을 운영했다는 H씨는 "2년 전만 해도 손님이 없어 아예 문을 닫았고 지난해에는 한 달 매출로 10만원을 찍기도 했다"며 "청와대 개방을 계기로 3년만에 최고 성수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H씨는 앞으로 해외여행객들이 더 늘어나며 코로나 이전 매출을 거뜬히 앞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와대 개방 이후 삼청동 상권이 분명히 살아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청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F씨는 "청와대 개방 이후 상가 임대나 투자 문의가 하루에 50~60통씩 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G씨는 "삼청동 일대에 확실히 유동 인구가 늘었다"며 "임대료가 비싸지 않은 빈 상가들은 최근 대부분 새롭게 계약이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람은 6월 11일까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 여섯 차례에 걸쳐 6500명씩 매일 3만9000명 규모로 진행한다. 대통령실은 11일 이후에는 청와대 상시 개방을 검토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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