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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1심 결과까지 1년…법원의 '지연되는 정의'

등록 2022.08.29 14: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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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1심 결과까지 1년…법원의 '지연되는 정의'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309일.

2020년 1심 합의부가 민사 본안사건을 처리하는 데 걸린 평균 기간(종이소송과 전자소송의 합산)이다. 전자소송만 보면 336일이다. 2019년은 종이소송과 전자소송을 합쳐 298일이었다. 2020년에 확정된 사건의 경우 상고심을 거치면 평균 921일(합의부 기준)이 소요됐다고 집계됐다.

최근에는 민사 본안사건 기준으로 첫 기일이 잡히는데 평균 150일이 걸렸다는 통계도 있다. 형사 사건보다 민사 사건은 심리기간의 제약이 적다는 것을 고려해도 길다. '판사 본인 사건이 아니라 여유로운가'라는 불평은 피하기 어렵다.

이런 '미제사건'이 늘어난다는 것은 국민 기본권이 제약되는 일이다. 헌법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입을 모아 의뢰인들의 급한 사정을 말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멀리 있지 않다고 한다.

법원은 때로 유능한 법관들을 통해 상황을 타개하고자 했다. 인사 때 '미제사건 처리조'라고 불리는 유능한 법관들을 사건이 많은 법원과 부서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2020년 우리나라 법원에 접수된 본안사건은 144만건이다. 법관은 2019년 3월 기준 2918명이다. 증감을 거치면 2800~2900명대일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 계산해보면 법관 1명당 1년에 496건을 처리해야 한다. 일부 유능한 법관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불필요한 재판도 늘었다. 정치적인 이유로 제기되는 실익이 없는 재판도 생겼다. 1명이 2만3000건의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생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쟁점도 복잡한 사건이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는 평가가 법관들 사이에서 나온다.

'법관들의 별'이라고 불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등 '사건 신속 처리 유인책' 폐지도 악화일로에 일조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법관들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을 위해 사건을 신속·정확하게 처리해 평판을 관리해왔다.

법원은 민사 사건 사물관할을 조정해 합의부 사건을 단독부가 맡도록 하고 있다. 사건 처리 기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미봉책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디스커버리 제도'(소송 전 증거 수집 제도) 논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사법 선진국 보다 법관 1인당 사건수가 많은 현 상황 해결이 시급하다. 법관의 정원은 법에 명시돼 있다. 인사청문회와 국정검사 때마다 재판 지연을 지적하는 국회의원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은 것이다.

"배석판사들이 일주일에 판결을 3건 쓰겠다고 했다"는 말이 나오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법관들의 근무 의욕 고취도 필요하다. 국민들이 느끼기에 '좋은 재판'이 된다면 찬 물과 더운 물을 가릴 때가 아니다.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도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인력 부족은 현실이고 절실하다"고 말했다. "신속못지 않게 충실하고 정확한 재판도 놓칠 수 없다"고도 부연했다. 재판 지연이 화두가 됐으니 국회와 사법부가 대책을 실현하는 결기가 필요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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