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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지각변동...어떻게 바뀔까

등록 2023.04.02 16:00:00수정 2023.04.04 08: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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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단계적 가입 의무화도

상품은 그대로 두고 금융사 갈아타기 가능해져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6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앞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3.03.0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6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앞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3.03.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정부가 올해 퇴직연금의 대수술을 예고하고 나섬에 따라 노후 안전판으로서 제기능을 하게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퇴직연금 가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중도인출을 막음으로써 노후 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쥐꼬리만한 수익률을 높여 노후소득 기여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정부가 개최한 '2023년 퇴직연금 업무설명회'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퇴직연금 개혁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시 지급할 퇴직금을 금융사에 적립하고 퇴직시 근로자가 이를 수령하는 제도다.

정부가 퇴직연금에 메스를 들이댄 것은 고령화 사회에서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3중 연금구조로 기능해야 하지만 실제 퇴직연금의 노후 보장 기능이 미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가입자는 683만7000명에 달한다. 가입 대상 근로자(1195만7000명) 가운데 53.3%가 가입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퇴직연금 적립액도 295조6000억원으로 300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 가입자의 관심과 시간 부족 등으로 당초 제도 취지와 달리 적극적인 운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데다 수익률도 최근 5년 평균 1.96%에 그쳐 쥐꼬리만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퇴직연금 업무설명회에서 "현재 퇴직연금의 노후보장 기능이 미흡해 퇴직연금의 구조적 개혁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보험요율(9%)과 유사한 수준의 비용을 부담(8.3%)함에도 불구하고 전체 연금소득에 대한 기여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퇴직연금 개혁은 고용노동부의 제도 개선과 금융당국의 수익률 제고 등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고용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퇴직연금 단계적 의무화, 중도유출 최소화를 위한 제도개편, 중소퇴직기금제도 활성화 등 연금성 강화를 골자로 한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퇴직연금은 사업장 도산시에는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는 과거의 퇴직금 제도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퇴직금 제도와 공존하고 있다. 특히 근로자 규모가 작은 영세 사업장일수록 퇴직연금의 사각지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해 그 범위를 점차 넓혀 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21년 기준 사업장 규모별 퇴직연금 가입률은 300인 이상 사업장 91.4%, 100~299인 사업장 87.0%, 10~29인 사업장 57.1%, 5인 미만 사업장 10.6% 등이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 인출 인원은 5만4716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0.9% 감소했다. 정부가 2020년 4월부터 '장기 요양' 사유에 따른 중도 인출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다.중도 인출 사유별로 살펴보면 인원 기준으로는 주택 구입(54.4%), 주거 임차(27.2%), 회생 절차(12.9%), 장기 요양(4.2%) 순으로 비중이 컸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 인출 인원은 5만4716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0.9% 감소했다. 정부가 2020년 4월부터 '장기 요양' 사유에 따른 중도 인출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다.중도 인출 사유별로 살펴보면 인원 기준으로는 주택 구입(54.4%), 주거 임차(27.2%), 회생 절차(12.9%), 장기 요양(4.2%) 순으로 비중이 컸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퇴직연금 중도인출도 더 어렵게 바꿀 예정이다. 현재는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이나 전세계약, 본인 또는 부양가족의 6개월 요양비, 개인 파산·회생 등의 이유로 퇴직연금을 중간에 빼내는 게 가능하다.

특히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맞물려 주택구입을 위한 목돈 마련에 퇴직연금을 중간에 헐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 2021년 퇴직연금 중도인출자는 5만4716명으로 전년대비 20.9% 줄었지만 집을 사기 위해 중도 인출한 인원은 2만9765명으로 오히려 1.8% 늘었다.

따라서 중도인출 사유에서 주택 구입을 제외하거나 일정 연령까지는 중도인출이 불가능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의 인프라 개선과 수익률 제고에 초점을 맞춘다. 올해 퇴직연금 시장을 가입자 중심으로 개편하고 경쟁을 촉진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오는 7월 도입되는 디폴트옵션 제도 안착에 집중할 방침이다. 원리금보장상품 금리는 보다 높게, 실적배당상품 수수료는 보다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게 디폴트옵션 승인을 내주는 식이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퇴직연금 사업자가 사전에 지정해둔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는 제도다. 퇴직연금 운용 경험이 풍부한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연평균 6~8%의 안정적인 수익률 성과를 내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금융회사 갈아타기도 보다 손쉬워진다. 금융당국은 고용부, 예탁결제원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상품의 해지 손실 없이 금융회사만 갈아탈 수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연금상품의 실물이전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기존에는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를 바꾸려면 기존 상품의 해지가 필요해 가입자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앞으로는 상품은 그대로 둔채 운용사만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비대면으로도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퇴직연금 시장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수익률 제고를 꾀하려는 것인데 연말에 집중됐던 퇴직연금의 대규모 '머니무브'가 상시적으로 분산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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