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에스프레소보다 진한 콜드브루"…원조는 횡성에 있다[르포]

등록 2023.09.24 12: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이노비즈기업 '콜드브루 전문' 넥스트바이오

저온서 커피성분 '고농도 추출'…기술 첫개발

"에스프레소 보다 3배나 진해…물류·보관비 ↓"

[횡성=뉴시스] 신언무 넥스트바이오 대표가 자사 콜드브루 원액을 활용한 크레마 커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노비즈협회 제공) 2023.09.24. photo@newsis.com

[횡성=뉴시스] 신언무 넥스트바이오 대표가 자사 콜드브루 원액을 활용한 크레마 커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노비즈협회 제공) 2023.09.24. photo@newsis.com

[횡성=뉴시스]이수정 기자 = "저희가 갖고 있는 핵심 기술은 진한 농도를 저온에서 추출하는 기술입니다. '슈퍼 드롭 프로세스'라고 명명하는데, 지난해 말에 신기술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에스프레소보다 3배 이상 진한 원액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어요."

신언무 넥스트바이오 대표는 자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외 커피 관련 업체, 대형 프랜차이즈에도 액상·분말 형태의 콜드브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썸플레이스, 폴바셋, 이디야커피, 할리스커피, 파스쿠찌 등 카페 체인점과 롯데칠성음료, 서울우유 등 관련 업체들이 대상이다.

넥스트바이오의 지난해 매출은 166억원, 그중 해외 수출 비중은 약 20%다. 신 대표는 "세계 최고의 커피 회사에서도 (넥스트바이오의) 콜드브루 커피 분말을 수입해 간다"며 "해외 수출 비중을 더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방문한 강원 횡성군 소재의 '넥스트바이오'는 2008년 설립된 콜드브루를 전문으로 하는 이노비즈기업(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다. 커피 성분을 별도의 농축 공정 없이 18℃ 이하의 저온에서 고농도·고효율·고속으로 추출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는 54명의 직원이 함께 콜드브루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체적으로 설계·개발한 자동화 추출 양산 설비 및 시스템을 통해 고농도의 콜드브루 커피를 1일 최대 10톤까지 생산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디스크 방식의 저온 마이크로 분쇄기로 원료를 평균 입도 25㎛ 이하로 냉각 분쇄해 천연물이 가진 영양 성분과 향, 맛 등 열에 의한 변성도 최소화하고 있다.

[횡성=뉴시스] 넥스트바이오 로스팅 설비. (사진=이노비즈협회 제공) 2023.09.24. photo@newsis.com

[횡성=뉴시스] 넥스트바이오 로스팅 설비. (사진=이노비즈협회 제공) 2023.09.24. photo@newsis.com

그러나 처음부터 '커피 전문' 기업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천연소재로부터 기능성 소재를 연구·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었지만, 관련 추출 기술을 커피에 적용하게 되면서 지금의 길을 걷게 됐다. 커피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이 투자됐다. 공장 내부에 마련된 콜드브루 커피 원액 자동화 연속 추출 라인 등 주요 설비도 그 결과물이다.

이외에도 초고압력을 통해 미생물을 제어하는 HPP(저온 살균 공정) 설비도 마련돼 있다. 커피 로스팅부터 분쇄, 추출, 보틀링, HPP, 검수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신 대표는 "저온·고효율 생산에 따라 연간 122t의 CO2(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다"며 "에스프레소 커피보다 3배 진한 고농도로 생산하기 때문에 물류나 보관비용도 절약된다"고 말했다.

이날 둘러본 신관 공장 내부에는 분말 생산라인 2개가 자리잡고 있었다. 1층에서부터 펌프로 물을 올려 꼭대기에서 노즐로 분사하면, 100도 정도 되는 기계 내부에서 수증기가 증발하며 가루가 밑으로 떨어지는 '스프레이 드라이' 방식이다.

근처에 위치한 또다른 공장에서는 로스팅 과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공장 내부로 들어가자 브라질, 콜롬비아, 에디오피아 등 산지별로 구분된 생두들이 눈에 들어왔다. 생두는 이물질을 걸러내는 정선, 돌을 걸러내는 석발 공정을 거친다.

[횡성=뉴시스] 넥스트바이오 초고압살균설비. (사진=이노비즈협회 제공) 2023.09.24. photo@newsis.com

[횡성=뉴시스] 넥스트바이오 초고압살균설비. (사진=이노비즈협회 제공) 2023.09.24. photo@newsis.com

이때 생두의 수분량도 중요하다. 9~12% 수준보다 많거나 적으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친 생두는 본격적인 로스팅 과정에 투입된다. 넥스트바이오는 독일 네오텍사의 로스팅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 1일(8시간 기준) 원두 생산 능력은 약 6톤에 달한다.

이렇게 추출된 콜드브루 커피분말은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출을 본격화하고 글로벌 커피 전문회사 '네슬레'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일본, 중동 등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자체 브랜드 '브루젠'을 출시하면서 B2C시장도 공략 중이다. 하지만 일반 커피에 비해 비싼 가격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할 문제다. 신 대표는 "원두를 세게 볶은 맛에 익숙한 사람들은 (콜드브루를 먹으면) 커피 같지 않다고 얘기하더라"며 "가격도 내리면서, 콜드브루의 약점들을 보강하기 위해 포커스를 맞춰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젠 판매 홈페이지는 독특하게 유료회원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회원들이 가입하며 지불하는 금액 중 일부는 환경기금으로 기부되고 있다. 회사 자체적으로도 기부금을 출연한다. 이같은 행보는 신 대표의 중장기적 목표인 '사회에 보탬이 되고, 구성원들에게 보탬이 되는 기업'과 맞닿아 있다.

[횡성=뉴시스] 신언무 넥스트바이오 대표가 커피 공정 라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노비즈협회 제공) 2023.09.24. photo@newsis.com

[횡성=뉴시스] 신언무 넥스트바이오 대표가 커피 공정 라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노비즈협회 제공) 2023.09.24. photo@newsis.com

신 대표는 "회사 이름이 '넥스트바이오' 아니냐. 건강이라고 하는 가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들고 싶다"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구성원들에 대한 몫도 빼놓지 않았다. 신 대표는 "첫째가 고객 중심이고, 둘째는 구성원 중심"이라며 "구성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행복한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에게도 많은 것들을 분배해드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