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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현 "논문 같은 소설…하나의 세계관으로 만들고 싶어"[신재우의 작가만세]

등록 2023.10.14 07:00:00수정 2023.10.16 16: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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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소설집 '쿄코와 쿄지' 출간

젊은작가상, 오늘의작가상 수상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소설집 '쿄코와 쿄지'를 출간한 한정현 소설가가 10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1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소설집 '쿄코와 쿄지'를 출간한 한정현 소설가가 10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1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전 안 변하네요."

소설가의 문체는 마치 지문 같다. 소설가 한정현(38)은 '논문 같은 소설'로 그 지문이 선명한 작가다.

2015년 동아일보를 통해 등단할 당시부터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고 최근 출간된 두번째 소설집 '쿄코와 쿄지'까지도 그 기조를 유지 중이다.

한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소설에 대해 "보통 소나무도 아닌 천년 된 소나무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번 소설집에선 8년 전 완성한 등단작을 실었지만 이후 쓴 소설과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같은 맥락을 유지한다.

등단작 '아돌프와 알베르트의 언어'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을 시작으로 10편의 소설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용산 참사 등 한국의 역사적 사건을 통과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비극적 사건의 당사자보다는 이를 곁에서 지켜본 이들이다.

역사가 하나의 사건이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계인 것처럼 그는 "한 소설집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다.

한정현 작가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나 문학으로 되살아난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소설집 '쿄코와 쿄지'를 출간한 한정현 소설가가 10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1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소설집 '쿄코와 쿄지'를 출간한 한정현 소설가가 10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14. mangusta@newsis.com


연구자이자 소설가…"침묵의 언어 소설로 옮긴다"

"이모가 만난 여성 생존자들은 대부분 무수한 폭력에 노출된 분들이었다." (수록작 '지금부터는 우리의 입장' 중)

한정현은 소설가인 동시에 연구자이기도 하다. 현재 대학원에서 문화사 연구를 하는 그의 소설은 이 때문에 연구자의 시선이 자주 공존한다. 마치 그의 페르소나처럼 여성 연구자들이 등장해 역사 속 소외된 이들 삶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논문에 쓰지 못한 것도 소설로는 담아요."

한정현은 논문으로는 학술적 역사를, 소설로는 문학적 역사를 기록한다. "학계에서 참사의 피해자가 말한 구술 증언은 100%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한 한 작가는 이런 증언과 "침묵의 언어"를 소설로 옮겨낸다.

무거운 사건과 아픔을 전하는 만큼 소설을 집필할 때도 신중을 기한다. "아직 완전히 소화하지 못하거나 공부하지 못한 내용은 소설로 쓰지 않는다"며 "쓰기 시작한 역사는 제가 겪은 정서나 생각을 바닥까지 솔직하게 드러낸다"고 말했다.

한정현의 소설이 가진 또 다른 특징은 주류 역사에서 삭제된 '주변인'을 다룬다는 점이다.

광주 민주화운동에서 동생을 잃은 김옥희를 아내로 둔 호주인 데이비드 셰이퍼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겪은 이모를 둔 김강 등이 소설에선 주요 인물로 다뤄진다.

"주인공 이야기보다는 그 주변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가 "당사자의 마음을 헤아렸다고 말할 수 없어서 하게 된 선택"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건의 주변인은 사실 한정현 본인이기도 하다. 용산 참사 당시에는 실제로 그도 아침 출근 시간 버스에 앉아 그 장면을 목격하고 있었다. 광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부모의 경험을 20대가 되어서야 전해 듣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소설을 계속 쓸 것 같다"고 했다.

 "최후까지 살아남은 자는 모두 '쓰는 자'"라는 믿음을 가지고 소설과 논문을 쓰는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번 소설집에서 한국의 2000년대까지 다뤘다면 다음 소설집은 그 이후 한국 사회가 이어진다.

"제가 쓴 논문과 소설이 모두 기록의 의미도 갖는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쌓인 기록이 나중엔 공적인 역사가 되기도 할 거라고 생각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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