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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89마리 죽인 수의사, 동물보호법위반 무죄→유죄

등록 2023.12.07 15:38:02수정 2023.12.07 19: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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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89마리 죽인 수의사, 동물보호법위반 무죄→유죄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인도적 처리를 위탁받은 유기견들을 마취도 하지 않고 죽음에 이르게 한 50대 수의사가 2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2심은 수의사가 유기견을 고통스럽게 안락사시켰는데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시했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영아 부장판사)는 지방재정법·약사법·동물보호법·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수의사 A(52)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월부터 12월 사이 전남 순천시에서 위탁받은 유기견들을 인도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신 마취를 하지 않았음에도 마취한 것처럼 진료비를 거짓 청구해 보조금 1910만원을 챙기고, 향정신성 의약품(졸레틸)을 사용한 것처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62차례 거짓 보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같은 기간 유기견 89마리를 케이지 안에서 굴려 넘어뜨린 뒤 근육에 호흡 마비를 유발하는 약물을 주사,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20년 11월20일 지인에게 일반 의약품을 판매해 약사법을 위반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은 A씨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나머지 혐의를 유죄로 봤다. A씨가 유기견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A씨가 사용한 호흡 마비 유발 약물에 대한 규제 범위가 없고, 약제 투여량에 대한 증거도 없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검사는 동물보호법 위반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항소했다. A씨도 지방재정법 위반 유죄 선고는 부당하다고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유기견들에게 마취제를 놓지 않고 호흡 마비 약물을 근육에 주사해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며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 동물병원에서 일했던 수의사들은 '호흡 마비 약물을 주사하면 유기견들이 발작, 사지 꺾임 등으로 10분 이상 매우 고통스러워한다'고 했고 '이 과정이 고통스러워 그만뒀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흡 마비 약물 판매사와 세계동물보호협회에서는 '먼저 전신 마취를 하고 해당 약물을 주사하라'고 권고한다. A씨는 이를 지키지 않았고, 정맥주사가 아닌 근육주사로 안락사를 했다. 이는 유기견의 고통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무시하면서 생명을 경시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즉, A씨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봐야 한다. 안락사 과정의 보조금 부정 수급과 거짓 보고 등을 종합하면 A씨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이런 양형 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dhdre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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