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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기억과 성장호르몬 상호 관계 밝혀냈다

등록 2025.12.20 0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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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형성 조절하는 성장호르몬 기능 규명

"성장호르몬, 기억 저장 세포 성숙과정에 관여"

‘사이언스 어드벤시스'에 발표…기억형성 과정 이해

[대전=뉴시스] 성장호르몬(GH)에 의한 기억저장 세포의 성숙 요약도. 학습 직후 기억저장 세포에서 성장호르몬이 증가하면 기억담당 신경세포에서는 세포 간 신호를 보내는 능력이 강화되고 시냅스 가시돌기 수가 늘어나 해당 신경세포는 기억저장 세포로 기능하게 된다.(사진=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성장호르몬(GH)에 의한 기억저장 세포의 성숙 요약도. 학습 직후 기억저장 세포에서 성장호르몬이 증가하면 기억담당 신경세포에서는 세포 간 신호를 보내는 능력이 강화되고 시냅스 가시돌기 수가 늘어나 해당 신경세포는 기억저장 세포로 기능하게 된다.(사진=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김양수 기자 = 국내연구진이 키와 신체조직 성장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성장호르몬이 뇌의 기억 형성과정에도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억및교세포연구단 강봉균 단장팀은 학습이 이뤄지는 순간과 그 직후 강하게 활성화된 뇌 해마의 신경세포에서 성장호르몬이 빠르게 생성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이 성장호르몬이 기억을 저장하는 세포의 성숙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억은 특정 경험을 할 때 활성화된 일부 신경세포에 저장되며 이 세포를 '기억저장 세포(engram cell)'라고 한다. 기억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기억저장 세포의 구조와 기능이 바뀌는 성숙(maturation)이 필요하다.
 
기억을 실제로 저장하고 다시 꺼낼 수 있는 기능적 상태로 전환돼야 하지만 아직 기억저장 세포의 성숙이 언제 시작되고 어떤 분자적 기전에 의해 조절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IBS 연구진은 기억저장 세포의 성숙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단백질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이 단백질은 신경세포 구조와 기능변화에 직접 관여하고 세포변화 여부가 기억 형성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며 "생쥐가 특정 환경을 위험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기억토록 하는 학습실험을 진행해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시점이 기억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학습시점을 기준으로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서로 다른 시간대에 투여, 기억 형성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뒤 같은 환경에 다시 노출했을 때 생쥐가 보이는 행동변화를 통해 기억 형성여부, 학습에 관여한 기억저장 세포에서 시냅스 구조와 전기생리학적 특성 변화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학습 이후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경우 기억 회상능력이 유지됐지만 학습이 이뤄지는 순간을 포함한 초기 단계에서 단백질 합성을 차단하면 생쥐의 기억 회상능력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억저장 세포에서도 기억이 형성될 때 신경세포 간 연결이 강화되는 시냅스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기억 형성에 필요한 단백질이 학습과정과 그 직후 매우 이른 시점에 만들어져야 하고 이 짧은 시간동안 분자적 변화가 기억저장 세포의 성숙 및 이후 기억 유지·회상을 좌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연구진은 학습 초기단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가운데 성장호르몬이 학습 직후 해마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것과 특히 성장호르몬이 학습 시 활성화된 신경세포에 특이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연구진은 성장호르몬이 기억 형성에 직접 관여하는지 검증키 위해 성장호르몬의 신호전달을 방해토록 설계된 호르몬 변이체를 해마 신경세포에 발현시켰다. 그 결과, 단백질 합성을 억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기억저장 세포의 시냅스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고 기억 회상 행동 역시 감소했다.
 
단백질 합성을 억제해 기억 형성이 저해된 상태에서 성장호르몬을 보충하면 기억저장 세포의 구조·기능적 변화가 일부 회복되고 학습 내용을 떠올리는 행동도 되살아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이를 통해 성장호르몬이 기억 형성과정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핵심 인자임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벤시스(Science Advances)'에  20일 새벽 온라인 게재됐다.

강봉균 단장은 "그간 기억 형성과정은 주로 신경전달물질과 시냅스 변화 중심으로 연구돼 왔다"며 "이번 연구는 신체 성장 조절인자로 알려진 성장호르몬이 기억저장 세포의 기능적 변화를 직접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줬고 기억 형성을 이해하는 신경과학적 틀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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