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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앉아 있는가, 걸어가는가 [박현주 아트에세이 ㉖]

등록 2026.06.27 00:01:00수정 2026.06.27 00: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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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걷는 부처', 한국 '생각하는 부처'(반가사유상)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2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에 선보인 걷는 부처. 수코타이 14세기. 수코타이 시대 태국의 가장 독창적인 예술품이자, 고전기 태국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2026.06.22.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2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에 선보인 걷는 부처. 수코타이 14세기. 수코타이 시대 태국의 가장 독창적인 예술품이자, 고전기 태국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2026.06.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는 생각을 마친 사람처럼 걸어간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어메이징 타일랜드'에서 만난 수코타이 시대의 '걷는 부처'다.

왼발을 앞으로 내딛고 있다.

옷자락은 바람을 머금은 듯 몸을 따라 흐른다.

청동으로 만들었는데도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지금 막 어디론가 향해 가는 사람 같다.

우리는 부처를 생각하는 존재로 기억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처럼.

한쪽 다리를 올리고 턱을 괸 채 침묵 속에 앉아 있는 모습.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유의 순간.

우리는 오랫동안 그 부처를 사랑해 왔다.

[서울=뉴시스] 반가사유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3.04.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반가사유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3.04.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생각하는 부처.

반가사유상 앞에 서면 시간은 느려진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안으로 향한다.

무엇이 삶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답보다 질문이 많아진다.

말보다 침묵이 깊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앞에서 오래 머문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반가사유상을 'Thinking Buddha', 수코타이의 이 불상을 'Walking Buddha'라고 표현했다.

생각하는 부처와 걷는 부처.

그런데 태국의 부처는 다르다.

그는 앉아 있지 않다.

멈춰 있지도 않다.

걸어간다.

수코타이 시대에 처음 등장한 이 독특한 불상은 하늘에서 설법을 마치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는 부처의 모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수코타이 시대 '걷는 부처'. 14세기 작품으로 태국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걸작이다. *재판매 및 DB 금지

수코타이 시대 '걷는 부처'. 14세기 작품으로 태국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걸작이다.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는 왜 '생각하는 부처'를 만들었고,

태국은 왜 '걷는 부처'를 만들었을까.

어쩌면 그것은 두 나라가 꿈꾸었던 인간의 모습이 달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나는 생각하는 인간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하는 인간이다.

그러나 둘은 서로 반대가 아니다.

생각 없는 걸음은 방향을 잃는다.

걸어가지 않는 생각은 세상에 닿지 못한다.

반가사유상이 자기 안으로 향하는 여행이라면,

걷는 부처는 세상으로 향하는 여행이다.

하나는 성찰이고,

하나는 실천이다.

하나는 침묵이고,

하나는 움직임이다.

반가사유상과 걷는 부처는 서로 다른 불상이 아니다.

하나의 깨달음이 가진 두 순간이다.

생각의 순간.

그리고 실천의 순간.

어쩌면 깨달음은 앉아 있는 상태가 아니라,

생각이 걸음이 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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