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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위] 전쟁이 흔든 세계유산…부산 회의장 달군 러·우크라·중동 공방

등록 2026.07.23 06:30:00

우크라이나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3건 심의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유감" 결정문 채택

NGO "전쟁은 문명에 대항한 야만주의적 사례"

티레, '위험 유산' 등재…이스라엘, 책임론 반박

[부산=뉴시스] 22일 부산 벡스코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오후 회의가 개최되고 있다. (사진=유네스코 생중계 갈무리) 2026.07.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22일 부산 벡스코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오후 회의가 개최되고 있다. (사진=유네스코 생중계 갈무리) 2026.07.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한이재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무력 분쟁이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장으로 이어졌다.

전쟁으로 훼손되거나 위협받는 세계유산의 보존 문제가 의제로 오르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정면으로 맞섰고, 레바논과 이스라엘도 고대도시 티레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러시아 "결정문 무효"…우크라 "방어할 권리 있다"

지난 22일 세계유산위에서는 보존의제 가운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보존상태' 안건이 다뤄졌다.

심의 대상에는 우크라이나의 '키이우의 성 소피아 대성당 및 주변 수도원 건물들, 키예프 페체르스크 라브라'와 '르비우 역사지구', '오데사 역사지구' 등 세계유산 3건이 포함됐다. 이들 유산은 양국 전쟁으로 훼손 위험이 커져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곳이다 

이병현 세계유산위원회 의장의 진행 아래 위원회는 오후 4시50분께 반대 없이 우크라이나 유산 3건에 관한 결정문을 채택했다.

[부산=뉴시스] 이병현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의장이 유럽과 북미 지역 세계유산 중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보존상태'(7A) 안건을 채택하고 있다. (사진=유네스코 생중계 갈무리) 2026.07.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이병현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의장이 유럽과 북미 지역 세계유산 중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보존상태'(7A) 안건을 채택하고 있다. (사진=유네스코 생중계 갈무리) 2026.07.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결정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 침공과 관련된 인명 피해에 유감(deplore)을 표한다"며 유산 보호를 위해 노력해 온 우크라이나 당국을 격려했다.

또 유산과 완충구역에 직간접적 피해를 줄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당사국들에게 무력 분쟁 상황에서 문화유산을 보호하도록 규정한 국제법상 의무를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결정문이 채택되자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불법 공격을 하고 있다며 결정문 채택을 환영했다. 그러나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 러시아 대표단은 발언을 신청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러시아 측은 "키이우 유산에 관해 채택된 결정은 위원회의 위임 사항을 벗어난 것이라 생각한다"며 "대립적이고 정치적인 표현을 포함하고 있고, 세계유산 보호와 무관한 사안을 다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 연방은 이 결정문을 그 자체로 무효라고 판단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화유산 파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성향 정교회에 대한 탄압 문제도 거론하며 "이 당사국(우크라이나)이 러시아의 세계유산과,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상자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군은 군사적 목표물과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만 면밀히 확인해 수행하고 있다"며 "키예프 정권이 헤이그 협약을 체계적으로 위반하며 문화유산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뉴시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러시아 연방 대표단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네스코 생중계 갈무리) 2026.07.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러시아 연방 대표단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네스코 생중계 갈무리) 2026.07.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우크라이나는 유엔 헌장에 따라 자국을 방어할 권리가 있으며, 현재 불법적인 러시아의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런 상황에 놓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러시아가 현재 우크라이나 문화유산을 파괴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산도 있다"며 "지난달에도 화재가 발생한 유산이 있었고, 당시 러시아가 사용한 드론과 드론 안에 일련번호까지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관련해 우리는 유산과 그 완충구역에 대한 모든 변경사항 절차를 존중하고 준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뉴시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네스코 생중계 갈무리) 2026.07.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네스코 생중계 갈무리) 2026.07.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옵서버로 참석한 비정부기구(NGO)에서도 러시아를 향한 강한 비판이 나왔다.

한 NGO 관계자는 "러시아의 키이우 페체르스크 라브라 공격은 우리 세계에 명확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은 문명에 대항한 야만주의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네스코는 교차로에 서 있다"며 "이제 가해 국가의 유네스코 회원 자격을 자동으로 박탈하는 새로운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뉴시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레바논 대표단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네스코 생중계 갈무리) 2026.07.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레바논 대표단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네스코 생중계 갈무리) 2026.07.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레바논 티레 위험유산 등재…이스라엘 "위협은 헤즈볼라"

중동 분쟁으로 위협받는 레바논 세계유산 '티레'에 대한 결정문 채택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결정문은 레바논에서 계속되는 적대 행위로 티레 고고학 유적이 위협받고 훼손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해당 유산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도록 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튀르키예, 체코, 스위스, 그레나다, 탄자니아, 베트남, 세네갈, 쿠웨이트, 튀니지 등 다수 위원국이 등재에 찬성했다.

레바논 대표단은 티레가 지닌 역사적 가치를 강조하며 위험유산 등재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레바논 측은 "올해 3월 이후로 여러 차례 폭격으로 많은 구조물이 파손됐다"며 "이 유산의 완전성을 침해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류의 역사를 보여주는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티레는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뉴시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스라엘 대표단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네스코 생중계 갈무리) 2026.07.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스라엘 대표단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네스코 생중계 갈무리) 2026.07.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라엘 측은 "이스라엘은 문화유산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 이스라엘은 어떠한 무력분쟁 상황에서도 건물과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책임을 부인했다.

이어 "티레와 티레인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건 헤즈볼라"라며 "레바논 유산의 가장 큰 위협은 이스라엘이 자국 시민들을 보호하는 노력이 아니라 헤즈볼라의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레바논 티레 현장관리자는 "티레는 레바논의 문화부 산하에서 관리되고 있으며, 항상 관람객에게 열려 있는 역사 유적지"라며 "레바논에서는 군사 행위를 한 적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스페인 대표단은 "문화유산을 가장 잘 보호하는 방법은 분쟁의 종식"이라며 중동의 다른 국가들을 향해서도 국제법 준수를 촉구했다.

이날 세계유산위원회는 전쟁으로 훼손되는 세계 유산의 현실과 이를 둘러싼 외교적·정치적 갈등까지 고스란히 드러내는 무대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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