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해도 1~2시간 내 부활"…불법촬영물 사이트 개설 처벌(종합)
등록 2026.08.20 12:22:21수정 2026.08.20 14:28:25
성평등부·경찰청·방미통위,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 발표
불법사이트 6683개 접속 가능…한국인 영상 215만개 추정
도박장처럼 개설 자체 처벌 추진…성폭력처벌법 개정 검토
'합법적 해킹' 영장 도입 검토…긴급 차단 요구권도 추진
경찰, 하반기 4개 시도청에 전담수사팀 신설…약 20명 규모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왼쪽은 신영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 2026.08.20. chocrystal@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20/NISI20260820_0021404799_web.jpg?rnd=20260820113729)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왼쪽은 신영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 2026.08.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정부가 불법촬영물 등을 유통하는 사이트를 개설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접속을 차단해도 불과 1~2시간이면 도메인을 바꿔 다시 운영되는 형태가 반복되면서 재유포 자체를 막기 위해 사이트를 무력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수사기관이 불법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수사 단서를 수집하거나 원본 데이터를 삭제하는 이른바 '합법적 해킹' 도입도 검토한다.
성평등가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20일 정부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불법촬영물 등 유통사이트 심층분석을 통한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인 관련 영상 215만개…3832개는 우회 없이 국내망서 바로 접속
접속 가능한 사이트 중 한국어로 운영되거나 'Koreanporn' 등 한국 관련 카테고리가 있는 곳은 1316개로, 게시된 한국인 관련 영상은 약 215만개로 추정됐다. 이름과 직업, 거주지역, 연락처, SNS 계정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신상정보가 함께 게시된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는 이러한 사이트들이 조직적인 수익사업으로 운영되는 정황을 포착했다. 기술적 분석 결과 동일 운영자가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385개 그룹이 식별됐으며, 일부는 20개 이상의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거나 성착취물 사이트와 도박사이트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었다.
주요 수익원은 도박·성매매 등 배너광고였다. 경찰이 검거한 126개 불법사이트 중 수익이 확인된 117개의 총수익은 약 304억원이었다. 광고 단가 등을 고려하면 사이트 한 곳당 최소 연 2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노현서 성평등부 디지털성범죄피해통합지원단 부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무리 관문망에서 차단하려고 해도 차단이 안 되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차단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는 내용을 대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사이트 개설 자체 처벌…법원 영장 받아 '합법적 해킹'도 추진
지난해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 건수 중 불법유해사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1.6%였으며, 전체 삭제 불응 건수의 약 85%가 불법유해사이트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불법사이트 개설·운영 행위를 직접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운영자를 성착취물 제작·유포의 방조범으로 처벌하는 데 그치고 있다. 불법사이트가 성착취물 확산·재생산의 근원이 되고 있지만 사이트 개설 자체를 정범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구조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가해자가 날아갈 때 정부는 뛰고 있었던 것 같다"며 "이제는 날아가는 가해자 앞에 서서 가해자의 길목을 차단하고 피해자를 지키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도박장 개설죄와 유사하게 불법촬영물 유통을 목적으로 사이트를 개설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성폭력처벌법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행 법상 영리 목적으로 도박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성평등가족부와 경찰청,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20일 발표한 불법사이트 운영 생태계 현황. 2026.08.20. (자료=성평등가족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20/NISI20260820_0002216839_web.jpg?rnd=20260820120831)
[서울=뉴시스] 성평등가족부와 경찰청,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20일 발표한 불법사이트 운영 생태계 현황. 2026.08.20. (자료=성평등가족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은 올해 하반기 서울·부산·경기남부·전남 등 4개 시도경찰청에 4개 팀, 약 20명 규모의 불법사이트 전담 수사팀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특히 그동안 피해자 신고를 토대로 개별 사건을 수사해왔다면 앞으로는 서버 위치나 사이트 간 연결관계 등 분석자료를 바탕으로 불법사이트 운영자를 선제적으로 추적할 예정이다. 관계부처는 한국인 피해가 심각한 사이트를 우선적으로 추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수사기관이 불법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수사 단서를 확보하고 원본 데이터를 삭제하는 '능동적 방어 제도(합법적 해킹)' 도입도 적극 검토한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우리도 능동적 방어를 도입하려면 법에 근거를 두고 법원의 영장을 받아서 해야 될 것"이라며 "해외에 서버를 둔 경우에도 법원의 영장에 근거해 집행하는 방안을 입법 과정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본 서버 위치가 확인될 경우에는 해당 국가 법집행기관과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호주는 수사기관이 범죄 인프라에 접근해 데이터를 추가·삭제하거나 계정을 장악할 수 있고, 영국도 법원의 영장을 통한 국가기관의 해킹을 허용하고 있다.
"차단해도 1~2시간이면 재개설"…AI로 도메인 추적
노 부단장은 "현재 범죄 생태계를 보면 차단 조치를 하더라도 차단된 사이트가 1~2시간 이내에 바로 도메인을 바꿔 다시 개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도메인이 바뀐 사이트를 신속하게 탐지하고 기존 사이트와의 유사성·불법성을 자동 분석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을 구축한다. 기존 불법사이트와 유사도가 90% 이상인 경우 매번 별도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삭제 요청에 지속적으로 불응하는 사이트에는 성평등부 장관이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직접 접속차단을 요청할 수 있는 '긴급 차단 요구권'도 도입한다.
불법사이트의 돈줄도 끊는다.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제재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며, 사이트 운영에 이용된 계좌는 '강화된 고객확인제도'(EDD)를 활용해 거래를 정지할 계획이다.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사이트에는 호스팅·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를 통한 서비스 중단을 요구한다. 협의체는 최근 몰도바의 한 호스팅 사업자에게 자체 약관을 근거로 14일 내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며, 불응할 경우 현지 규제기관에 다시 조치를 요청할 방침이다.
플랫폼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발견되거나 신고된 경우 이용자 아이디(ID), 인터넷주소(IP) 등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피해 접수부터 삭제 명령, 사업자 제재 등을 아우르는 통합 대응체계와 디지털성범죄 특별법 제정도 검토한다.
아울러 예방 대책도 강화한다. 정부는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 콘텐츠를 제작해 초·중·고교와 대학 등에 배포하고, 대학생 대상 참여형 교육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초·중등학교 현장지원단을 통해 학교 내 불법촬영 취약 공간을 점검하고 맞춤형 예방교육과 캠페인도 지원한다.
원 장관은 "이번 심층분석을 통해 그동안 짐작만 해왔던 불법사이트의 조직적·기업화된 실체가 구체적 데이터로 확인됐다"며 "피해자의 성착취물이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불법사이트 자체를 무력화하는 데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직무대행은 "디지털 성착취물 등을 유포하는 사이트들은 사이버도박, 불법 성매매 등 불법 콘텐츠의 관문 역할을 하며 광범위한 불법 수익을 공유하는 범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며 "디지털성착취물 사이트 배후의 불법 수익 생태계 전체를 뿌리 뽑는 전방위적 수사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불법사이트는 디지털성범죄를 확산시키고 피해를 반복시키는 핵심 경로"라며 "피해자 지원부터 유통 방지, 삭제·차단, 수사까지 전 단계에 걸쳐 빈틈없이 대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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