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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교류학자 정수일, 역작 '오도릭의 동방기행'

등록 2012.05.03 06:11:00수정 2016.12.28 00: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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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문화교류학자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 대강의실에서 열린 '오도릭의 동방기행(오도릭 지음, 정수일 역주)' 출간기념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go2@newsis.com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문화교류학자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 대강의실에서 열린 '오도릭의 동방기행(오도릭 지음, 정수일 역주)' 출간기념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신라 혜초(704~787)의 '왕오천축국전', 이탈리아 마르코 폴로(1254~1324)의 '동방견문록', 모로코 이븐 바투타(1304~1368)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 등과 더불어 '세계 4대 여행기'로 손꼽히는 '동방기행'이 역주서로 출간됐다.

 '동방기행'은 가톨릭의 대표적 수도회인 이탈리아 프란체스코회 수사 오도릭(1265?~1331)이 14세기에 쓴 책으로 중세 동서 문명교류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세계적 고전이다. 오도릭은 십자군 원정, 몽골의 서정과 원 제국의 진취적인 대서방 통교 등 여러 요인으로 일기 시작한 로마 가톨릭 주도의 기독교 동전(東傳)에 앞장선 프란체스코회의 일원으로 1318년 동방으로 향했다. 이란을 비롯해 서아시아와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베트남 등 동남아를 두루 거치고 원제국에 이르러 6년을 머문 뒤 귀로에 티베트와 이란 등 중앙아시아를 지나 1330년 귀향했다. 오도릭은 오가는 길은  물론, 길고 긴 여로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이 여행기로 남겼다.

 역주자는 아랍전문가인 문명교류학자 정수일(78)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이다. 1934년 중국 옌볜에서 태어난 그는 옌볜고급중학교와 베이징대 동방학부를 졸업하고, 중국 국비 연구생으로 이집트 카이로대 인문학부에 유학했다. 중국 외교부와 모로코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근무했다. 북의 평양국제관계대와 평양외국어대 동방학부 교수를 지냈으며, 튀니지대 사회경제연구소 연구원과 말레이대 이슬람아카데미 교수를 거쳤다. 1974년 북의 공작원이 된 그는 필리핀인 '무함마드 깐수'로 위장, 한국으로 들어와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이 대학 사학과 교수를 지냈다. 1996년 간첩이라는 사실이 발각돼 5년간 복역했다. 형기를 마친 뒤 국내에 정착해 문명교류학자로 업적을 쌓고 있다. 이미 '이븐 바투타 여행기'(2001)와 '왕오천축국전'(2004)의 역주서를 쓴 정 소장은 이 책까지 역주함으로써 마침내 세계 4대 여행기 가운데 3종을 우리말로 완역했다.

 이 책의 라틴어 원본은 소실돼 정 소장은 헨리 율 경이 1866년에 옮긴 영역본을 저본으로 번역했다. 크게 정 소장의 해설과 여행기 본문으로 나뉜다. 해설에서는 오도릭의 동방행을 촉발한 시대적 배경, 오도릭의 생애, '동방기행'의 구체적 내용, 여행 노정 등을 다루고, 오도릭이 기술한 동방 각 지역의 인문지리, 생활풍습, 물산, 종교, 유적과 유물, 기담과 기적, 내용 전개에서의 특징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본문에서 오도릭은 기독교인으로서 동방의 여러 민족과 종교, 문화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지만 정 소장이 해설을 통해 적절한 문명사적 해석의 토대를 마련해 보완한다.

 본문은 오도릭의 여행 노정을 기준으로 총 5편으로 구성됐다. 1편에서 현재의 이란을 비롯한 서아시아, 2편에서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서 남아시아, 3편에서 원나라, 4편에서 티베트 등 중앙아시아를 다루며 5편은 오도릭의 선종을 담은 종편이다. 저자는 관련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주석을 따로 첨부했다.

 본문에는 '동방견문록'이나 '이븐 바투타 여행기' 등에서 볼 수 없는 인문지식이 다수 소개돼 당대의 역사 문화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방박사 3인의 출발지를 카싼(현 이란의 카샨)이라고 못박고, 인도양을 항해하는 쇠붙이를 쓰지 않은 배에 관해서도 묘사한다. 또 칸사이(현 중국 항주)의 행정관리 체제인 보갑제까지 소개한다. 중국의 난쟁이국에 대해 들은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기도 하고, 원제국의 역참제도 운영방법도 상세히 전한다.  

 오도릭의 동방행이 기본적으로 선교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인지 '동방기행'에는 유달리 종교에 관한 서술이 많다. 다만 동방의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에 대한 오도릭의 시각이 심각할 정도의 편견과 무지에 사로잡혀 있어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문화교류학자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 대강의실에서 열린 '오도릭의 동방기행(오도릭 지음, 정수일 역주)' 출간기념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go2@newsis.com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문화교류학자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 대강의실에서 열린 '오도릭의 동방기행(오도릭 지음, 정수일 역주)' 출간기념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반면, '노아의 방주'가 얹혀 있다는 사르비사칼로(아라라트 산), 코메룸(페르세폴리스), 바벨탑, 자바의 황금궁전, 실란(스리랑카)의 아담 산 등 유적과 유물에 대한 묘사가 다채롭고, 특히 대도(베이징)에 있는 대칸의 궁전에 관한 기록은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해 역사 기록을 실증하고 있다. 당대 동방 각 지역 풍습과 물산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인도의 숭우 관행, 몽골 대칸들의 경축 행사와 그곳 여성들의 전족, 힌두교의 종교적 폐단, 티베트의 조장 풍습 등에 대한 묘사는 그 시각이 편견에 빠진 것이긴 해도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하다. 특이하고 희귀한 식품, 동식물, 농산물 등에 관한 소개도 빠뜨릴 수 없는 매력이다. 후즈(현 이란 서남부 아바즈)의 만나(감로밀), 타나의 흑사자와 비비(원숭이), 필징가, 소두구, 육두구 등 생물학 연구자료도 풍부하다.

 '동방기행'은 오도릭이 임종을 앞두고 어느 지방관리의 요청에 따라 구술한 여행 전반을 다른 수사가 라틴어로 옮겨 적었다. 그러다 보니 기술의 흐름이 자주 끊기고 노정의 혼동과 오류가 드러난다. 본문만으로는 온전한 독서가 불가능한 셈이다.

 정 소장은 주석을 통해 동시대의 글인 '동방견문록'과 '이븐 바투타 여행기'는 물론, 조선 중기의 명신 이수광(1563~1628)의 '지봉유설', 후기의 실학자 최한기(1803~1877)의 '지구전요' 등 우리 고전의 관련 내용 등을 통해 고증하거나 새로운 가설을 제시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려 했다. 또 노정 전도와 편별 노정도, 마르코 폴로와 이븐 바투타의 거로와 귀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수록해 이해를 돕고자 했다. 더불어 다수의 현장 사진자료로 내용의 직관성을 높이려 애썼다.

 정 소장은 "세계 4대 여행기 중 3가지를 역주함으로써 숙원의 성취라는 자부심이나 후련함과 함께 미흡함에서 오는 후려도 없지 않다"며 "번역은 고단수의 창작이며, 번역 없는 학문은 있을 수 없다. 이번 번역을 통해 혼을 담는 작업임을 새삼 절감했다 .우역문에 대한 독자의 현독과 가차 없는 질정을 바란다"고 청했다. 332쪽, 1만8000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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