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7년전쟁' 20년만에 복간, 임진왜란 교과서

임진왜란은 그러나 동아시아의 기존 패권국 명과 신흥강국 일본의 충돌이 빚어낸 거대한 비극의 소용돌이에 우리나라가 휘말린 전쟁사다.
1984년 동아일보에 만 5년간 연재된 작가 김성한(1919~2010)의 역사소설 '7년 전쟁'은 이런 점을 오롯하게 녹여낸 작품이다. 1992년 행림출판사를 통해 7권으로 출간, 2만질(14만부) 가량이 팔려나간 이 책이 20년 만에 5권짜리로 복간됐다.
임진왜란은 1592년 발발 이후 명의 참전과 휴전, 화평협상, 재침과 종전이 된 1598년까지 7년 간 벌어졌다. '7년 전쟁'은 전쟁 당사국인 조선과 일본, 명 세 나라의 상황을 가능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조감한 수작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오히려 1980년대에는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임진년 왜놈이 일으킨 난리'에 국제전의 성격을 부여하고 일본과 명나라 사정에까지 차분한 시선으로 다가가는 접근법이 받아들여지기에는 너무 일렀다. 당초 '7년 전쟁'이라는 타이틀로 연재되던 이 소설이 1년 만에 '임진왜란'으로 제목을 바꾸는 곡절을 겪은 것이 그 예다.
장경현 서울대 강의교수는 10일 '7년 전쟁' 복간 간담회에서 "이 소설에 굉장히 냉소적인 시각이 깔려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참한 운명들을 섣불리 단정하거나 분노하지 않게 그린다. 이런 점 때문에 오래 전 소설임에도 현대적인 성격을 띤다"고 설명했다. "독자가 절박한 상황을 따라가다 몰입하려는 순간 이를 막는다"며 "멀리서 때로는 망원경으로 비극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따라서 삼국의 역사를 정밀하게 기계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고 읽었다.
동아일보 연재 때 고등학생 신분으로 이 소설을 봤다는 장 교수는 "어린 나이였지만 소설이 참신하며 신선하다고 느꼈다"면서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 객관적인 시각, 역사적 사실 등을 중요시하는 부분에서 현대적인 부분이 느껴진다"고 평했다.
'임진왜란과 한중관계'의 저자인 한명기 명지대 교수는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탄탄한 문학적 재능에 어마어마한 역사적 자료를 섭렵한 것"을 이 소설의 성공비결로 봤다.
김성한은 '7년 전쟁' 연재를 마치면서 쓴 후기에서 "흔히 시는 음악, 소설은 그림에 비유되거니와 이미 완결된 시대상을 그리는 역사소설은 그림 중에서도 풍경화에 속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라며 "풍경화는 무엇보다도 그 시대상에 충실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관점에서 가능한 한 관계 3국의 사료들을 광범하게 조사해 시대적인 배경, 전쟁과 평화의 표면과 이면을 충실히 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임진왜란은 단 하나의 시각으로만 봤을 때는 이해 못하는 인간 드라마다. 동아시아 3국이 기억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김성한은 세 나라의 시각을 최대한 녹여내려고 했고 그런 사명감이 작동하면서 한중일 삼국 묘사는 힘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고 짚었다.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는 "독도와 위안부, 강제징용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과 군사협정 이야기가 나오고 중국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이 소설이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 있을 것"이라며 "임진왜란 당시 우리 인구의 3분 1이 없어졌다는 설도 있는데 결론적으로 100년의 후퇴를 가져온 임진왜란이 왜 벌어졌을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책을 펴낸 출판사 산천재의 노미영 대표는 "근대사를 다룬 가장 큰 책이라는 판단에 출판계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2500쪽짜리 책을 복간했다"며 "그간 잊혀진 좋은 작품이 발굴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464~560쪽, 각권 1만5000원
한편, 1919년 함남 풍산에서 태어난 김성한은 함남중과 야마구치고교를 거쳐 도쿄제국대학 법학부에서 수학하던 중 광복을 맞아 귀국했다. 195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무명로'로 등단한 뒤 1956년 '바비도'로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1960년대 초 영국 맨체스터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60년대 후반부터 '이성계' 등 역사소설에 주력했다. 1980년대 '임진왜란'을 포함해 '왕건' '진시황제' 등 대작 역사소설을 펴냈다.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언론계 출신답게 고증과 균형 잡힌 시각을 바탕으로 한 간결한 문제와 빠른 전개가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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