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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티베트가 조세 피난처라고요?

등록 2013.08.26 06:01:00수정 2016.12.28 07: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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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27>  중국의 집단체제는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태자당이 교대로 주석에 임명되는 균형 잡힌 인사체제를 갖추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강력한 정치적 기반이 공청단이며, 공청단 출신의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치고 국가주석이 된 시진핑(習近平)은 태자당 출신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galmun@hanmail.net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27>

 중국의 집단체제는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태자당이 교대로 주석에 임명되는 균형 잡힌 인사체제를 갖추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강력한 정치적 기반이 공청단이며, 공청단 출신의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치고 국가주석이 된 시진핑(習近平)은 태자당 출신이다. 따라서 다음 주석은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 서기 출신의 후춘화(胡春華) 광둥 성 성장(50)이 유력후보다. 1979년 전국 공통으로 진행된 대입고사 가오카오(高考)에서 후베이 성 문과 수석을 차지하고 베이징대학 중문과에 합격한 수재인 그는 베이징의 중앙당 일자리를 사양하고 시짱(西藏·티베트) 공작을 자원했다.

 1983년 8월 공청단 시짱자치구위원회 조직부에 몸담은 이래 20년 이상 줄곧 시짱에서 일해온 ‘시짱 맨’이다. 후진타오와 성도 같고 경력도 흡사하며 성격까지 닮은 그를 중국에서는 ‘리틀 후진타오’라고 부른다. 공청단 시짱 위원회 부서기 재직한 지 얼마 안 돼 1989년 3월 티베트 독립 시위가 벌어졌을 때 갓 부임한 후진타오 시짱 당 서기를 도와 3년 남짓 훌륭하게 잘 모신 것은 중국정가에 유명한 이야기다. 티베트 사태를 잘 막은 덕택에 후진타오는 주석으로, 그리고 후춘화는 1995년 7월 산난(山南)현 행정수반을 거쳐 결국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 서기로까지 발탁된다.

 2008년 티베트 자치구 내에서의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은 애초 6월 19일 산난(山南) 지구에서 시작돼 20∼21일 라싸로 이어질 예정이었다. 쓰촨성 대지진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기간으로 성화 봉송이 3일간 중단된 데 따라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성화 봉송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리 독립 요구가 강한 티베트에서의 봉송 일정이 라싸에서 단 하루 동안만 이뤄지는 것으로 일정이 단축됐다. 어쨌든 중국 발전의 상징인 올림픽 성화 봉송이 산난에서 시작된 것이다.

 2010년 6월 7일 중국이 독자 임명한 티베트 불교의 2인자인 제11대 판첸 라마 기알첸 노르부(20)가 티베트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로카 등 현지의 주요 종교도시들을 방문했다. 로카지역에는 티베트 불교도 수천 명이 그를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노르부는 로카에서 법회를 주재하고 나서 산난에 와서 법회를 여는 게 꿈이었는데 이 꿈이 이뤄져 행복하다고 말했다. 2010년 8월 2일 티베트의 6대 환생 부처의 전세영동(轉世靈童)으로 결정된, 2005년 11월 30일 산난현에서 태어난 로상 도제(洛桑多吉)의 제위식이 산난현 자궈(札果) 사원에서 거행됐다. 산난에서는 판첸라마나 다른 툴쿠의 후계 결정에 대한 저항이 그다지 크지 않는 듯하다.

 2010년 11월 18일 중국은 티베트 산난 현 짱무(藏穆)현에 79억위안 예산의 수력발전소인 야루짱부댐(雅魯藏布, 인도명 브라마푸트라) 착공으로 하류 지역인 인도의 항의를 샀다. 짱무는 라싸(拉薩) 남동쪽 해발 3260m에 있으며 중국-인도 간 영토분쟁 지역인 아루나찰프라데시주와 인접해 있다. 중국 측은 85㎿를 생산하게 될 이 댐의 건설로 티베트 중부의 전기부족을 해결하고 이 지역의 경제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얄룽짱포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인도를 거쳐 방글라데시의 벵골만으로 흘러들어 가는 전장 2900㎞에 달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원지대에 위치한 강으로 중국 내 전장이 2천57㎞에 이른다. 인도는 중국의 댐 건설에 대해 환경적으로는 히말라야와 인도 북부지역의 생태계 균형을 파괴하고 경제적으로도 인도의 수자원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항의했다.

 2011년 7월 21일 ‘시짱 평화해방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중국 중앙 대표단은 각각 시짱 자치구 내 산난(山南) 나취(那曲) 창두(昌都) 라싸(拉薩) 아리(阿里) 등지를 방문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친필의 ‘시짱 평화해방 60주년 축하’라고 쓰인 편액을 각 지역에 전달하고, 주민들의 동정을 살피며 시짱 지역 민심 챙기기에 나섰다. 여기서도 산난을 제일 먼저 방문했다. 2012년 4월 1일 중국은 시짱 자치구 산난 지역의 상르(桑日)현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산업기지를 건설했다.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27>  중국의 집단체제는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태자당이 교대로 주석에 임명되는 균형 잡힌 인사체제를 갖추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강력한 정치적 기반이 공청단이며, 공청단 출신의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치고 국가주석이 된 시진핑(習近平)은 태자당 출신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galmun@hanmail.net

 2013년 1월 28일 티베트를 찾는 관광객이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티베트자치구 여유국이 오는 6월부터 ‘에베레스트(주무랑마·珠穆朗瑪)호’라는 이름의 관광 열차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베레스트호는 600석 규모의 열차로 산소공급시스템을 완비하고 있으며 객차의 공간이 넓고 쾌적한 게 특징이다. 전문가이드와 전문 의료진이 항상 탑승해 있으며 신체검사는 무료로 제공된다. 열차는 칭하이(青海)성 시닝(西寧)에서 출발해 티베트의 성회(省會)인 라싸에 도착한 후 린즈(林芝), 산난과 르카쩌(日喀則) 등 티베트 주요 도시의 관광지를 거친다.

 2013년 8월 11일 세계 3대 신문 가운데 하나인 영국의 국제경제신문인 파이낸셜타임스(FT)는 티베트 산난현이 새로운 조세 피난처로 떠오르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세금 감면 등의 미끼로 티베트 내 한족의 장악력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30만 명이 넘는 인구 가운데 90%가 티베트족인 산난현 지방정부는 사모펀드와 투자회사를 유인하기 위해 법인세를 대폭 감면해주는 등 파격적인 세금혜택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으로 지난해 티베트에 1만 개가 넘는 기업이 등록됐다. 이를 통해 창출된 일자리만 6만70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라사 동남쪽에 있으며, 캉디씨 산맥과 넨친탕라 산맥의 이남에 있는 산난 지구는 난창(南藏)으로 불리는 티베트의 곡창 지대로 제5대 달라이라마의 고향이기도 하다. 티베트어로는 로카 사쿨이라고 하는 이곳은 부탄과도 접경하며, 인도와는 국경 분쟁 지역이다. 현재 인도가 실효 지배하는 맥마혼 라인 이남의 부분은 인도의 아루나찰프라데시 주 영역이다. 토번왕조 즉 티베트 최초의 궁전으로 1982년에 보수된 윰브라캉이 있다. 티베트문명의 발상지라고도 불리는 얄룽 계곡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09년 이후 120명이나 되는 티베트인들이 소신공양했지만 다른 티베트 지역과는 달리 아직 발생한 바는 없었던 것 같다. 

 산난은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출세한 후진타오와 후춘화와 인연이 있는 행운이 있는 곳이다. 그들이 세운 판첸라마와 전세영동을 환영하는 곳이기도 하다.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에베레스트호도 지나가게 되고 5성급 호텔, 댐, 태양광발전기지도 건설되고 있다. 어쩌면 산난은 티베트 내에서 가장 모범적인 중국 대 가정 즉 소수민족정책의 성공사례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법인세 대폭 감면 등의 파격적인 세금혜택 정책은 그러한 산난 지구 티베트인 유화책의 연장 선상에서 이뤄진 것일 수도 있다. 1904년 8월 라싸를 침공한 영국, 2012년 5월 달라이 라마를 만난 이후 거액의 투자를 철회 당하는 등 압력을 당하다 결국 올해 5월 중국에 굴복한 영국이 만드는 세계적인 신문사 FT는 왜 별다른 근거 없이 중국이 산난현을 조세 피난처로 만들고 있다고 했을까?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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