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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주일미국대사 된 케네디家 '비운의 공주'

등록 2013.11.25 14:53:17수정 2016.12.28 08: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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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캐롤라인 케네디 일본 주재 새 미국 대사가 19일 일본 궁정 의식에 따라 신임장 제정식을 치르기 위해 왕실 마차를 타고 왕실에 도착해 여관의 환영을 받으며 내리고 있다. 2013. 11. 19 

【도쿄=AP/뉴시스】캐롤라인 케네디 일본 주재 새 미국 대사가 19일 일본 궁정 의식에 따라 신임장 제정식을 치르기 위해 왕실 마차를 타고 왕실에 도착해 여관의 환영을 받으며 내리고 있다. 2013. 11. 19

【서울=뉴시스】문예성 기자 = 1963년 아버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로 국민의 애잔한 사랑을 받은 6살의 소녀였던 캐롤라인 케네디가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신임 주일 미국대사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녀이자 유일하게 생존한 혈육 및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특별한 신분으로 일본 정부는 케네디 대사에 극진한 예우를 보이고 있고, 일본 내 여론 역시 긴밀한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오바마와 아베 신조(安倍晉三), 두 정상 사이를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바람 잘 날 없는 한·일, 중·일 관계 속에서 ‘외교 문외한’ 케네디 대사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지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미지수이고, 진보 성향으로 평가된 그가 돌발행동으로 어떤 변수를 제공하지 않을지, 아예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에 제동을 걸지 않을까 하는 일본 내 우려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오바마 “불안하지만 아빠 후광…”

 케네디 전 대통령 서거 50주년을 한 달여 남겨둔 지난 10월 중순 미 의회는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 지명자 인준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중·일 센카쿠 영토분쟁, 위안부 배상문제 등 동북아의 여러 첨예한 갈등 속에서 아시아 동맹국 가운데 하나인 일본에 파견되는 미 대사는 중요한 자리로 간주됐기 때문에 케네디 대사가 미국 최고의 정치명망가 집안 출신임에도 미국 정가와 여론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LA타임스는 기업에서조차 일해본 적 없는 사람이 중·일 영토분쟁, 북핵 위협 같은 현안을 다룰 수 있겠느냐며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캐롤라인 케네디는 2008년 대통령선거에 앞서 이뤄진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일등공신으로 알려졌다.

 그 뒤 클린턴의 국무장관 취임으로 상원의원직이 공석이 되자 그는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자질 부족 논란이 일어 포기했다. 유명한 일화로 그는 약 30분 되는 인터뷰에서 ‘you know(있잖아요)’란 말을 140여 번하기도 했다.

 일본으로 떠나기 전 워싱턴의 일본대사관저에서 열린 케네디 대사 부임 축하연에 이례적으로 참석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케네디 대사가 양국관계를  대표하기 위해 가게 된 것이 매우 기쁘다”면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전 지구적 시장과 경쟁, 대북정책, 한·일 관계 개선, 남중국해 영토분쟁 등 케네디 대사가 일본에서 수행해야 할 과제를 언급했다.

 이런 간절한 당부는 ‘큰 삼촌’같은 케리 장관이 캐롤라인에 대한 개인적인 걱정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의 우려를 보여준다고 분석되고 있다. 케리 장관은 자신이 지난 1962년 케네디 대사의 삼촌인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선거운동 캠프에서 일할 때 4살 난 캐롤라인을 처음 봤다며 두 사람의 개인적인 친분을 설명했다.

 그러나 케네디 전 대통령 서거 50주년을 맞은 올해 그의 업적이 미국 내외에서 조명 받으면서 세상에 남은 케네디의 유일한 혈육(1999년 비행기 추락사고로 남동생인 존 주니어 사망)이라는 후광효과를 믿고, 오바마 행정부는 케네디 대사를 일본으로 파견했다.

  ▲아베 “돌발 언행만 없었으면…”

 미국에서의 논란과 달리 케네디 대사의 부임 소식에 들뜬 일본은 케네디 대사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그가 오바마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인만큼 일본의 입장을 대통령에게 직접 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전임인 토머스 시퍼에 비해 격(格)이 현저히 높아진 케네디 대사를 대하는 일본 정부의  예우 역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서 신임 대사가 신임장을 제정하는 데만 보통 1개월 이상 걸리고, 이병기 주일 한국대사의 아베 총리 회동이 5개월 걸렸던 것에 비해 11월15일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일주일도 채 안 돼 신임장 제정은 물론 총리까지 조기 회동에 나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특별대우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케네디 대사에 대한 일본 측의 기대가 그만큼 높고, 미국과의 관계 강화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방증해주고 있다.

 그러나 도쿄 정가도 외교관 경험이 전무한데다가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케네디 대사가 예상외의 돌발적인 언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눈치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그의 외교적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여성인 케네디 대사가 일본군 강제 동원 위안부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지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화교 매체인 신화교보(新華僑報) 등 일부 언론은 더 나아가서 케네디 대사는 이라크 전쟁을 공개적으로 반대해 온 인물로, 아베 총리의 주장에 상반되며, 오바마 행정부가 진보 성향의 케네디를 일본대사로 파견해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를 견제하려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아베 정권의 위기는 동북아 주변국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지지를 얻어내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에 날개를 달아줄 지, 유명무실한 얼굴 마담이 될지 아니면 정치 명문가 우월한 DNA와 여성 정치인의 소프트한 리더십으로 아베 정권에 제동을 걸어, 격동의 동북아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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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54호(12월2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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