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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사이언스]빙판이 미끄러운 이유, 아직 규명 못했다

등록 2014.02.25 05:00:00수정 2016.12.28 12: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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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원춘 수석교사

【서울=뉴시스】

 빙판 위에서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엉덩방아 찧고…. 이번 동계올림픽 동안 많은 선수가 경기 중 빙판 위에서 순간의 실수로 겪어야 했던 일들이다. 이런 아쉬움을 남긴 채 소치 동계올림픽은 24일 화려한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동계올림픽은 끝났지만, 아직도 과학적으로 속 시원히 설명해 주지 못하는 것이 있다. 선수들이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엉덩방아를 찧는 빙판이 왜 그렇게 미끄러운 것일까?

 얼음판이 미끄러운 이유? 별것 아닌 것 같은데도 과학적으로는 아직도 완전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자연 현상 중의 하나다. 현대 과학이 137억 년 전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혀내고, 인체 구조와 거의 같은 로봇을 만들고, DNA 구조에서 생명의 신비를 밝혀내고 있지만, 얼음판이 미끄러운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온전히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역사적으로 얼음판이 미끄러운 이유를 어떻게 해석하고 생각을 발전시켜 왔는지 정리해보자.

 첫째는 얼음과 물체 사이에 물 층이 생겨서 마찰력이 작아지므로 미끄럽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생각은 물이 0℃에서 언다는 사실 때문에 0℃ 이하의 날씨에 얼음 위에 물 층이 생긴다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모순점을 지니고 있다.

 둘째는 이러한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해 1849년 영국의 과학자 캘빈은 얼음에 압력을 가하면 얼음이 녹는다는 ‘압력녹음’ 현상을 밝혀냈다. 즉 얼음판을 달리는 스케이트 날이 얼음을 누르면 그 압력으로 인해 얼음은 녹아 부피가 줄고 그만큼 물이 생겨서 스케이트가 잘 미끄러진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보통 얼음 덩어리에 무거운 추를 2개 매단 가는 실을 올려놓는 실험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은 얼음 속을 파고 들어간다. 실에 닿은 얼음 면은 커다란 압력이 가해져 얼음이 녹아 실이 아래로 내려가게 되고, 실이 지나가면서 압력은 낮아져 물이 다시 얼기 때문에 얼음 면은 붙게 되는 신기한 현상이다. 즉 가는 실은 얼음을 가르듯 얼음 면을 통과하여 얼음을 올려놓은 책상 면에 도달한다.  이렇듯 얼음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지면 빙점이 낮아져 스케이트 날 밑에서 강한 압력을 받은 얼음이 순간적으로 녹아 미끄러워진다는 원리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도 모순점이 있어 과학적으로 반론이 제기됐다. 미국 로렌스대학 교수 로버트 로젠버그는 68kg의 사람이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 위에 서 있다면 이때 빙판에 가해지는 압력은 ㎠(제곱센티미터)당 3.5kg이다. 일반적으로 스케이트 날은 면도날처럼 날카롭지 않으며 길이가 약 30cm 정도이고 두께는 약 3mm이다. 따라서 두 개의 스케이트 날이 바닥과 닿는 면적은 180㎠, 이 면적에 68kg이 누르면 얼음의 녹는점은 대략 -0.017도 정도 내려간다는 분석이다.(2005, 미국 물리학회지 ‘Physics Today’)  얼음에 가해지는 압력이 1기압만큼 올라가면 얼음의 녹는점은 겨우 0.01도 내려갈 뿐이며, 수백 기압에 해당하는 압력이 가해지더라도 녹는점은 겨우 1~2도 정도 떨어지는데 불과하다. 즉 날씨가 약간 추워져도 스케이트를 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몸무게가 가벼운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신지 않고 바닥이 넓은 평평한 일반 신발을 신어도 빙판 위에서 잘 미끄러지는 현상에 대해서 ‘압력 녹음’ 원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셋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39년 영국의 과학자 보든과 휴즈는 ‘마찰 녹음’ 현상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주장했다.  마찰력에 의한 열 때문에 얼음이 녹아 물이 생긴다는 것이다. 즉 손바닥을 비비면 열이 발생하듯 스케이트 날이 얼음판에서 미끄러질 때 열이 발생해 얼음을 녹이고 그때 물이 윤활유처럼 스케이트를 미끄러지게 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 역시 모순점이 있다. 얼음판 위에 가만히 서 있을 때는 왜 미끄러지는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

 넷째는 1996년 미국의 로렌스버클리 연구소 과학자 가보 소모자이가 얼음표면에 전자를 쏘아 전자가 어떻게 튕겨 나오는지를 정밀하게 관찰한 결과이다. 전자가 튕겨 나오는 패턴을 분석한 결과, 영하 148℃까지 전자는 고체인 얼음이 아니라 액체인 물과 충돌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 후 독일의 과학자들도 얼음에 헬륨 원자를 충돌시켜 본 결과 역시 소모자이가 발견한 점과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이런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소모자이 박사는 "물 층은 얼음에 있어 절대적이며 본질적으로 존재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과학자 추와 다시도 이온빔을 이용한 분석 실험을 통해 얼음의 표면에 액체인 물처럼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얇은 물 분자 층이 덮여 있다는 ‘표면 녹음’ 현상을 찾아냈다. 즉 온도가 내려가 물이 고체로 되면서 물 분자들이 6각형 모양으로 연결되는데 표면의 분자들은 더 이상 6각형으로 연결할 수 없어서 물로 남아 있다는 생각이다. 여러 명이 한 줄로 손을 잡으면 처음과 맨 끝에 있는 사람들은 한 손이 남는 것과 같은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실, 네 번째 이론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1850년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두 개의 얼음조각을 서로 마주 보도록 눌러주면 하나로 합쳐지는 실험을 통해 ‘얼음 표면이 물 층으로 되어 있으며 두 개의 얼음이 만나게 되면 이 물 층이 표면에 존재하지 않고 어는 것이다’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참으로 탁월한 혜안이었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물 층이 너무나 얇아서 관찰하지 못하다가 145년이 넘은 후에야 확인된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확실한 것처럼 보이는 네 번째 이론이 ‘왜 얼음판은 미끄러운가?’에 대해 명쾌하게 과학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아직도 과학자들은 논쟁을 계속하고 있고, 좀 더 완벽하게 설명하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하고 있다.

 우리가 볼 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과학은 역시 연구해야 할 깊이가 끝이 없다.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탐구해 그 이유를 찾아가는 과학자들에게 찬사를 보내면서 우리는 과학자들의 끈질긴 탐구 자세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원춘(안산성호중 수석교사/건국대 겸임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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