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후]'해외 직구' 샤넬 가방의 불편한 진실

내가 그녀와 함께 하기 시작한 건 약 3달 전.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져 있던 내 사진을 본 그녀가 날 자신의 집에 들이기 시작한 때부터다.
내 이름은 '샤넬 WOC'. WOC가 뭐냐고? Wallet On the Chain, 지갑에 체인이 달려있단 뜻이다.
대부분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장인의 손길을 거쳐 태어난다. 이후 샤넬 매장으로 향하는 아이들은 약 219만원 정도의 가격에 처음보는 그녀들의 품에 안긴 채 각자 떠난다.
나도 이런 식으로 그녀의 집에 들어오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프랑스, 이탈리아산 아이들과 출신이 다르다.
그렇다. 나는 중국의 한 공장 골목에서 태어난 일명 '특SA급 짝퉁(위조상품)'이다.
프랑스 태생 아이들과 근본은 다르지만 겉보기에는 똑 닮았다. 누군지 모를 나의 중국인 아버지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공장 한 켠 진열대에서 지내던 어느 날 중국인 아버지는 프랑스 태생 아이를 공장에 데려왔다.
똑 닮았지만 뭔가 달랐던 그 아이는 공장에 오자마자 박음질이 풀어지고 각 부분별로 분해됐다.
중국인 아버지는 그 부분별로 모형판을 만들었다. 이후 모형판을 본 떠 가죽을 자르고, 지퍼를 덧대고, 부분별로 꿰매는 등의 작업이 진행되더니 동료들이 늘기 시작했다.
나와 동료들은 각각 더스트백에 넣어져 뽁뽁이 포장지에 쌓인 채 배송박스에 담겨졌다.
이후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화물로 이동했다. 그렇게 나는 한국으로 넘어왔다.
유럽 태생과 다른 출신에 공항 세관부터 긴장해야했다. 자칫 잘못하면 어렵게 넘어온 한국 땅을 밟지도 못하고 묶여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우리를 담당한 남성 덕분에 큰 문제 없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최근 늘고 있다는 '해외 직구' 방식으로 세관을 비교적 간단하게 통과한 것이다. 세관 쪽 담당자에게 미리 손을 써놓은 덕분이다.
이후 나와 동료들은 새로운 주인에게 배송됐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중국 출신인 내가 유럽 태생인 듯 포장된 것이.
중국에선 3~4만원대에 책정됐던 내 몸 값도 불어만 갔다. 새 주인이 나와 동료를 셋 이상 데려갈 경우 12~13만원, 새 주인이 또 다른 주인에게 넘길 때는 19~20만원부터 천차만별이었다.
일부는 동대문이나 남대문시장, 이태원 일대로 진출했으며 일부는 개인에게 넘어갔다.
나와 마주한 새 주인은 인사할 겨를 없이 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고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SNS 등에 올렸다. '샤넬 WOC, 정품보다 70~80% 쌉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그렇게 나는 유럽 태생 정품으로 둔갑해 150만원이란 몸 값에 그녀 곁으로 왔다. 원래 153만원이었지만 그녀가 3만원을 깎는 바람에 약간 깎였다.
지난 주에는 그녀와 뉴스를 보다가 불편한 사실을 알게됐다.
경찰이 짝퉁(위조명품) 수입 유통조직을 검거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 공장에 있을 아버지와 소통하며 나와 동료들을 한국으로 들였다는 남성 일당이 붙잡혔다고 했다.
나와 내 동료들이 세관을 쉽게 통과하도록 직구 방식을 알려주고 세관을 간결하게 통과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한 세관 공무원이 관계됐다고 경찰이 설명했다.
알고보니 나와 동료들 외에도 15만6500여점 시가 2232억원 상당이 한국을 넘어와 새로운 주인을 찾던 중 적발된 것이다.
나 말고도 루이비통과 구찌, 프라다를 흉내낸 가방과 의류를 비롯해 나이키, 골든구스 등의 운동화도 즐비했다.
경찰은 외국에서 직구하는 방식이면서 터무니 없이 싼 가격도 아니고 상품 상자, 일련번호, 영수증 등이 다 갖춰있다보니 사람들이 정품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짝퉁 수입관계자 7명과 세관 공무원 1명에 대해 수사를 확대한다고 부연했다.
뉴스를 듣던 그녀는 답답해했다. 도무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말도 해줄 수 없었다. 하지만 잊어선 안될 한 가지, 아마도 그녀는 나의 본래 출생지에 대해 모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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