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에르도안에 축하 전화?…터키 개헌에 난감한 미국

【이스탄불=AP/뉴시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7.4.17.
미국 정부는 터키 국민투표에 대해 그동안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혀 왔다. 대통령제 전환을 결정한 이번 투표가 터키의 민주주의를 저해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터키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17일(현지시간) 에르도안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도 두 정상의 통화 사실을 확인했지만 대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앞서 터키 국민투표 결과와 관련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조사상 선거 부정 정황이 포착됐다고 지적하고, 터키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너 대변인 대행은 "우리는 터키 정부가 모든 시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보호하길 고대한다"며 "미국은 터키의 민주주의 발전을 계속 지원할 것이다. 법의 원칙, 언론의 다양성과 자유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OSCE는 터키의 이번 국민투표가 민주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국제 기준을 미달했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모든 터키 매체들이 개헌 반대 입장은 보도하지 않아 불공평한 경쟁이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OSCE의 주장에 대해 "서방의 십자군 사고방식"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전날 개헌안이 가결되자 국민의 손으로 통치 체계를 바꾼 역사적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다음 주 터키 국민투표에 관한 최종 보고서가 발표될 때까지 논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터키의 통지 체계를 살펴보기 전 참관단이 일을 마치도록 두자"고 말했다.
미국 정부 내 상이한 반응은 터키의 국민 투표 결과를 놓고 서방이 처한 당혹스러운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WP는 지적했다. 터키는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7.4.13.
터키 정부는 작년 7월 군부 쿠데타 진압 뒤 인권 탄압을 일삼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개헌안 통과로 의원내각제가 대통령제로 전환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군림할 수 있다.
투표 부정 행위가 증명된다고 해도 터키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미국의 대 터키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IS와의 싸움을 계속하려면 어찌됐든 에르도안과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고눌 톨 터키 연구센터장은 "이번 행정부가 터키 민주주의 문제에 신경쓸 것 같진 않다"며 "(트럼프는) 국가 안보 우려와 관련해 미 동맹과의 협력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른 나라 내정에 개입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터키 국회의원 출신 연구원 아이칸 에르드미르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IS와의 싸움, 난민 위기 대응을 위해 터키와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가 단순한 전략적 군사동맹이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라는 점을 터키에 상기시킬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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