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위안부 동상, 확실한 조치 취할 것"
【마닐라=AP/뉴시스】 지난 11일 필리핀 수도의 태평양만 부근에 건립된 필리핀 일본군 위안부 기념비 옆을 사이클리스트가 지나가고 있다. 지난해 12월8일 건립된 이 필리핀 위안부 '기림비'를 두고 10일 방문한 일본 여성 내정장관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게 불쾌함과 유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01.18.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닐라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 에 대해 "확실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TBS뉴스가 18일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하루 전 수도 마닐라에서 열린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외교특별보좌관과의 회담에서 이 같이 밝혔다고 방송은 전했다.
가와이 보좌관은 회담에서 마닐라 위안부 동상에 대해 "극히 유감"이라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입장을 전했고,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이 "확실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가와이 보좌관은 회담 후 기자단에게 "일본의 우려를 전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확실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표명했다"고 밝혔다.
【도쿄=AP/뉴시스】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017년 10월 30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 아베 신조 총리와 회담을 갖기 전 악수하고 있다. 2017.10.30
두테르테 대통령의 '확실한 조치'의 의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그러나 TBS는 위안부 동상 문제 해결을 위해 대응할 것임을 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17일 필리핀 현지 온라인매체 민다뉴스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12일 자사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동상에 대해 "내가 막을 수 없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라며 동상 전시를 막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확실한 조치' 발언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TBS는 알란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도 지난 12일 위안부 동상에 대해 "특정한 감정과 관계에 영향을 초래한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해당 위안부 동상이 공공장소에 설립된 경위에 대해서 정부 내에서 조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TBS는 이 동상을 설립한 필리핀 시민단체는 마닐라 시로부터 "위안부 동상 설립 허가를 받았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마닐라 시 당국은 "무허가로 설치됐다"는 입장이라고도 전했다.
이 위안부 동상은 필리핀 시민단체가 건립을 제안해 필리핀 정부 기관인 국가역사위원회가 지난해 12월 8일 수도 마닐라의 산책로에 설립한 것이다.
3m가량의 높이의 이 동상은 필리핀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이 눈 가리개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동상 기단에는 '이 기념물은 1942~1945년 일제 강점기에 성폭력에 희생된 필리핀 여성을 기린다'라고 적혀 있다. 필리핀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동상이 설치되기는 이 동상이 처음이다.
필리핀에서는 1990년대 들어서 2차 세계대전 중 자신을 일본군의 위안부 피해자였다고 밝히는 여성들이 나왔으며, 이 중 일부는 무라야마 도이미치(村山富市) 내각 당시인 1995년 발족한 '아시아여성기금'에서 보상금 지급 등을 받았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와이 보좌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이 실현된 것에 대해 "아베 총리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심심한 감사"를 표했다고도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1월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같은 해 10월 뉴욕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에게 "필리핀에 가지 않으면 안되겠냐"고 물었는데, 이에 아베 총리가 "가는 것이 좋다"며 필리핀 방문을 종용했다고 전하며 트럼프와 아베의 밀월관계에 대해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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