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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 전면전, 어느 쪽이 이길까

등록 2018.04.04 14: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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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트해 국가 정상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2018.04.04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트해 국가 정상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2018.04.04

"무역의존도 미국이 유리" vs "中 내성 강해져…美정치적 부담"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 지에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미국과 중국이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중국에 비해 무역의존도가 크게 낮다는 점에서 미국의 승리를, 미국에 비해 고통감내능력이 높다는 점에서 중국의 승리를 점치는 의견이 팽팽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중 무역 적자의 원인을 '중국의 불공정 무역'으로 지목하고 강력한 관세폭탄을 터트린 후 중국 역시 맞불 보복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중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을 겨냥, 표적관세를 부과했고 3월에는 중국에 대해 철강(25%)·알루미늄(10%) 고율관세를 결정했다. 이어 4일 중국산 1300여 품목 겨냥 25% 고율 관세를 발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중국 경제 개혁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 제조 2025' 품목이 정조준됐다.

 중국은 즉각적 맞대응에 나섰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폭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산 농축산물 128개 품목에 대한 맞불 보복 관세를 결정했다. 미국산 강관, 과일, 와인(15%), 돼지고기(25%) 등이 관세폭탄 대상으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주 지지층인 '팜벨트'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1300품목 관세폭탄에 맞서서는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항공기, 자동차 등에 대해 관세 폭탄을 날릴 조짐이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와 항공기의 최대시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시장이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관세 부과 목록을 가지고 있다면 중국도 가지고 있다"며 "중국은 대결할 의지와 능력이 있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정부는 대두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미국산 대두수입 중단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 역시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중국시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비대칭적 무역의존도 때문에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불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무역 의존도는 18.9%에 달하고, 전체 무역흑자 중 대미 무역흑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65%였다.

 반면 미국은 대중 수출의존도는 8.4% 수준이었고,  대중교역에서 3752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무역적자 중 중국 무역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7%에 이르렀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 무역 전문가 데릭 시서스는 "미국의 장점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역 의존도가 낮다는 점"이라며 무역전쟁이 미국에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AP/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제13기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국가 제창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8.3.20.

【베이징=AP/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제13기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국가 제창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8.3.20.

반면 니콜라스 러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미중 간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중국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러디 수석 연구원은 "중국의 고통을 인내하는 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미국의 정치는 개방돼 있기 때문에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 기업들이 불만을 쏟아내면 이를 무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외부문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용하는 국제금융센터 역시 '미·중 무역분쟁 전망 및 시사점'자료를 내고 "중국이 내수진작을 통해 수출 의존도 축소에 나서면서 통상 대응력이 커진 만큼 무역갈등 해소에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미국의 수입가격이 상승, 손실이 이익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산업전반에서 원가 상승과 실업 증가 등 부정적 영향도 나타날 전망이다.  철강·알루미늄 관세폭탄으로 수입을 10~25% 축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에 따른 성장 견인 효과는 0.1%p 미만이다. 

 미국의 대중 주요 수출 품목인 농산물·항공 등의 경우, 중국이 호주나 유럽 등에서 수입 대체를 할 수 있고, 농산물의 경우 중국이 미국의 최대 수입국가일 뿐만아니라 관련 종사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어서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

 중국 역시 무역전쟁으로 인한 타격은 크다. 다만 서비스 부문의 고용이 늘면서 무역분쟁에 대한 중국의 내성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태양광∙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인한 중국의 전체 수출감소 영향은 0.6%(스탠다드차티드·노무라 분석치)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앞으로 중국산 의류, 신발 등 직물류에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지만 이미 해당 분야의 고용은 전체 고용의 1% 내외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입장에서는 수출시장 뿐 아니라 산업구조 고도화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가 중요하다.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IT강국인 미국 기업과 인수합병(M&A)를 추진하거나 기술교류에 나서야 하는데, 중국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싱가포르 통신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불허했다. 브로드컴 뒤에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 정부가 버티고 있다는 미국의 의심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금융센터는 미중 양국이 모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만큼 관세부과 시행을 전후해 미중간의 협의가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양국간 투자협정(BIT)가 체결될 경우 상호 의존적 경제구조가 더욱 공고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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