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경찰 힘빼기…"수사권에 명분" vs "초가삼간 다 태워"
개혁위 "정보활동이 '경찰 공룡론' 근거"
수사권 조정 전제인 인권 보호에 방점
"경찰 내 비밀조직, 화합 저해" 의견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없애" 우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19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중간보고회에서 박재승 경찰개혁위원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이번 중간보고는 '경찰개혁의 의미와 방향', '경찰권 행사의 기본원칙'과 그동안 발표된 권고안 및 추가 권고안 등이 포함됐다. 2017.10.19. [email protected]
그간 경찰이 수사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인권보호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보경찰을 대거 개혁하겠다는 이번 안은 수사권 조정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경찰 안팎의 반응에 따르면 수사권을 가져오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정보업무를 축소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 이들과, 정보력 부재에 따른 치안공백을 우려하는 이들이 혼재돼 있다. 향후 개혁방안이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학계나 시민단체 관계자 등 경찰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제25차 전체회의에서 경찰 정보활동의 직무 범위, 조직 체계, 법적 수권규정, 통제시스템 등 전반에 대해 개선하라는 내용의 '경찰의 정보활동 개혁 방안'을 확정, 경찰청에 권고했다.
경찰이 정당이나 언론사, 시민사회단체 등 민간을 대상으로 해오던 정보활동을 중단하는 것이 개혁안의 핵심 골자다.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광범위한 사찰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통제하라는 요구다.
개혁위는 "수사구조개혁 등 일련의 개혁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정보활동이 '경찰 공룡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며 "불필요한 오해는 불식시켜야 하고 이는 정보경찰 분야에 대한 과감한 개혁만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경찰의 무분별한 정보수집으로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정보업무를 축소해 인권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개혁위의 권고다.
이번 개혁안은 정보경찰을 소수의 특권을 가진 보직으로 보는 시선과도 무관치 않다. 정보 파트는 형사나 지역경찰 등과는 별개의 조직이어서, 정보국의 유지는 소수 정치지향적 정보 경찰들이 자기 자리를 보전하려는 행태로 비춰진다는 경찰 내부 비판도 있어왔다.
개혁위도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비밀스러운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조직의 화합을 저해하고 일상적 갈등구조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경찰학과 교수는 "정보 파트를 포기한다고 한들 검찰에서 수사권을 주는가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지만 만약 정보국을 주고 수사권을 가져올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낫다고 보는 게 상당수 경찰들의 생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력 부재로 인한 치안 공백도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이 교수는 "수사 정보나 지역 정보는 정보경찰의 활동과는 별개로 수집이 되고 있다"며 "군사정권 때 경찰이 공안업무에 개입하다보니 마치 정보 수집이 경찰 본연의 임무인 양 착각을 하는 측면이 있는데 일제 고등경찰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이철성 경찰청장(오른쪽)이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박경서 경찰개혁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2017.06.16. [email protected]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모세혈관처럼 전국에 퍼져 있는 정보망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되는 건지 의문"이라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없애버리는 것은 너무 나간 조치"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정보를 사적으로 유용하는 경찰들을 걸러낼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문화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조직적으로 정보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내부 감사시스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도 "국제적으로 대태러 정보 수집 등이 중요해지면서 정보조직을 키우는 분위기인데 우리만 손 놓고 있다가는 국가 이익에 반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민심은 여론조사만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일선 정보관들의 활동을 축소시키는 것은 국정 운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곽 교수는 "일선에서는 지도부가 수사권을 가져오기 위해서 무언가를 내주며 거래를 하는 모양새에 대해 실망감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보국을 축소하고 수사권을 가진다 한들 손발을 다 잘라놓으면 수사를 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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