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법정 뒤통수' 해석 분분…판사는 왜 침묵했나
결심 '혐의 인정→무죄 주장' 입장 바꿔
재판부, 석명 질문 한 번 없이 재판 끝내
법조계 "특검 수사 중…별 의미 안 둔 듯"
"재판부, 유무죄 판단 이미 굳혔을 수도"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인터넷 불법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드루킹' 김모(48)씨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 사무실에 출석하며 눈을 감고 있다. 2018.07.07. [email protected]
8일 법원에 따르면 김모(48·필명 드루킹)씨는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열린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 결심공판에서 자신은 무죄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부정 명령은 시스템 삭제 등을 통해 프로그램 전체가 변경되게 하는 것"이라며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공감 클릭은 네이버 댓글에서 통상적으로 처리되는 명령"이라고 항변했다.
자신이 일명 '킹크랩'을 이용한 것은 맞지만 그것으로 포털사이트에 대한 업무방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 네이버 약관에 자동화 프로그램 금지 규정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속도 제한) 기준이 없는 도로에서 시속 200㎞로 달렸다면 위험하다고 비난받을 순 있어도 법 위반은 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이같은 주장은 첫 재판부터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나온 기존 입장에서 180도 바뀐 것이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입장이 바뀌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번 경우는 의미가 다르다. '혐의 인정'은 김씨 재판 진행의 중추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김씨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점을 내세우며 줄기차게 재판 조기종료를 주장해왔고, 김 판사도 이 부분을 감안해 검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번 만에 심리를 종결했다.
김 판사는 지난달 20일 3차 공판에서 검찰이 혐의 추가 가능성을 거론하며 재판 속행을 주장하자 "피고인들이 혐의를 모두 자백하면서 종결을 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데 재판을 계속 하는 건 난감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씨가 최후진술에서 입장을 바꾼 것은 김 판사 입장에서 보면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하지만 김 판사는 4일 공판에서 이와 관련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 판사는 "행위 사실관계만 인정하고 혐의 성립 여부는 다투겠다는 것이냐"는 등의 통상적인 석명 질문도 하지 않고 "양측 의견을 다 들었다"면서 선고기일(25일) 일정만 알렸다.
법조계 관계자는 "모든 수사가 끝난 상황이었다면 판사가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특검에서 수사가 계속 되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의 김씨 입장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고인이 최후진술에서 입장을 돌연 바꾸거나 변호사와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은 사실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다. 형사재판에서 종종 나오는 장면"이라면서 "재판부가 석명 한 번 하지 않은 것은 최소 유무죄 심증 정도는 어느 정도 굳혔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무죄면 무죄이기 때문에, 유죄면 양형만 생각하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씨 최후진술에 크게 주목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결심공판을 마치면서 "양형과 관련해 여러 말이 나오는데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집행유예 석방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재판을 빨리 끝내기 위해 혐의 인정 '작전'을 펼쳤다는 항간의 분석을 의식한 발언이다.
한편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7일 김씨를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지난달 28일, 30일에 이어 3번째 소환이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결심 공판 때 왜 무죄를 주장한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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