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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죄 엄격해졌다…'의무 없는 일' 입증돼야 성립

등록 2020.01.30 16: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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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파기환송

직권남용 구성요건 중 '의무 없는 일' 쟁점

대법 "종전 사례 비교 등 엄격하게 살펴야"

향후 하급심에서 '핵심 쟁점' 부각될 전망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외 6명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내리고 있다. 2020.01.30.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외 6명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내리고 있다. 2020.01.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나운채 기자 = 대법원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 중 '의무 없는 일'에 대해서 엄격히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리면서 하급심의 판단 기준을 세웠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특별기일을 열고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81)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상고심 선고에서 각각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전 실장 등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예술인 및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소위 '블랙리스트'를 만들게 하고, 이를 집행하도록 지시·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실장 등은 1·2심에서 각각 일부 유죄가 인정돼 실형 등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김 전 실장 등의 지원 배제 지시가 직권을 남용한 것인지, 이들의 지시로 인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소속 공무원들이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인지 등을 핵심 쟁점으로 보고 전원합의체 심리를 진행해왔다.

형법 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먼저 대법원은 김 전 실장 등의 지원 배제 지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한 직권남용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개인 또는 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각종 사업에서 정부의 지원을 배제토록 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위법이라는 취지다.

다만 직권남용죄의 구성 요건이 되는 '의무 없는 일'에 대해서는 보다 더 엄격하게 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의 경우 ▲예술위 위원장·위원에게 지원 배제 지시를 전달 ▲지원 배제 방침이 관철될 때까지 사업 진행 절차 중단 ▲지원 배제에 용이하도록 심의위 구성 ▲지원 배제 대상자 안건 제외 후 심의위 전달 ▲지원 배제 명분 발굴 등이 문제가 됐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외 6명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을 하기 위해 착석하고 있다. 2020.01.30.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외 6명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을 하기 위해 착석하고 있다. 2020.01.30. [email protected]

대법원은 이에 대해 각각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자율적인 절차 진행과 운영을 훼손하는 것이기에 공무원으로 하여금 준수해야 할 법령상 의무를 위배하는 행동을 하게 한 것으로 봤다. 이 경우에는 직권남용죄에서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에게 각종 명단을 보내게 하고, 사업 과정에서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 한 것에 대해서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기관의 의사 결정과 집행이 다른 공무원, 부서 또는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거쳐 이뤄지는 게 통상적이고, 이같은 협조 등은 상하기관이나 감독·피감독기관 사이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전제에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즉, 직권남용죄를 심리함에 있어 이전 사례와 비교해봤을 때 법령을 위반했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하급심에서 진행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재판은 더욱 치밀한 심리가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 측에서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고, 변호인 측에서는 의무 없는 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변론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구성요건의 입증에 따라 죄의 성립 여부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한 판사는 "그간 직권남용죄에서의 구성요건인 의무 없는 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했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구체적인 법리가 확정됐기에 하급심에서 이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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