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안개 화법'…합의 추대로 확고한 '킹메이커' 포석
비대위원장직 손사래 치면서 통합당 측과 기싸움
모호한 화법으로 속마음 쉽게 안 드러내고 '밀당'
중진들 '김종인 흔들기'로 리더십 위험 부담 상존
자칫 4개월짜리 '식물 비대위' 전락 우려하는 듯
대선 준비할 임기와 권한 조건 맞으면 수락 관측
내년 3월까지 비대위 이끌며 킹메이커 나설 수도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4.16. photothink@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4/16/NISI20200416_0016264529_web.jpg?rnd=20200430131030)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4.16. [email protected]
4·15총선 때 통합당의 선거사령탑을 맡았던 김 내정자는 궤멸에 가까운 참패로 체면을 구기자, 선거 다음날 특별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일상의 생활로 돌아간다"는 말만 남긴 채 미련없이 당을 떠나 두문불출하던 김 내정자를 다시 전면에 등장시킨 건 통합당이다. 선거 참패 후 2주가 넘도록 지도체제를 둘러싼 내홍이 극심해지자 '김종인 카드'를 다시 꺼내 위기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황교안 대표의 전격 사퇴와 지도부의 잇단 낙선으로 리더십이 공백 상태에 빠지면서 통합당의 '김종인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작업은 속도가 붙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참패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0.04.16. photothink@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4/16/NISI20200416_0016264526_web.jpg?rnd=20200430131030)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참패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0.04.16. [email protected]
무기한 임기·전권 논란으로 인해 '반(反)김종인' 비토 세력이 확장하던 시기에 전국위에서 김 내정자를 비대위원장으로 추인한 데에는 대대적인 쇄신 속에서 비교적 리스크가 적은 안정감 있는 개혁을 바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출범이 곧 임박한 것처럼 보였던 김종인 비대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건 김 내정자 자신이었다. 전국위에서 비대위 안건 의결 후에도 김 내정자는 선뜻 수락하지 않고 모호한 화법으로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 28일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이 가결되자 측근을 통해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오늘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한줄짜리 입장문을 내놓았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참패에 대한 기자회견을 끝내고 회견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4.16. photothink@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4/16/NISI20200416_0016264525_web.jpg?rnd=20200430131030)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참패에 대한 기자회견을 끝내고 회견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4.16. [email protected]
자신의 생각대로 임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4개월에 불과한 '시한부 비대위'는 맡지 않겠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쇄신에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선 4개월이라는 기간이 짧은 만큼 전당대회 전까지 외형상 지도부 구색만 갖춘 '식물 비대위'로 전락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활동 기간이 당헌에 따라 올해 8월까지로 제한돼 있어 사실상 전권을 주더라도 과도기 임시 지도부에 불과해 실제 비대위원장에 힘이 실리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불과 4개월 동안 통합당의 당 노선 재정립이나 인적 쇄신과 같은 난제를 풀기도 쉽지 않다.
김 내정자는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후에도 "나는 자연인"이라며 통합당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명확하게 불가 의사를 통보한 것은 아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래통합당 제1차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다. 사진은 잠시 내려왔다 올라간 행사 플래카드 모습. 2020.04.28. kkssmm99@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4/28/NISI20200428_0016289884_web.jpg?rnd=20200430131030)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래통합당 제1차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다. 사진은 잠시 내려왔다 올라간 행사 플래카드 모습. [email protected]
전국위원회 결정에 실망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어떻게 결정이 됐는지 알지도 못한다"고 답했고,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 안건이 가결됐다는 소식을 전하자 "지금까지 아무 얘기 들어본 적 없다"며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당에서 다른 조치를 취한다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뭐라고?"라며 되물었다. 심재철 대표권한대행 등이 강하게 비대위원장직을 요청할 경우 수락할 가능성에 대해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 내정자는 29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측근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의 '추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표현에 대해 묻자 "그거 내가 한 소리도 아닌데"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미래통합당 심재철당대표 권한대행과 조경태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전국위원회에서 대화 후 자리에 앉고 있다. 2020.04.28. kkssmm99@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4/28/NISI20200428_0016289849_web.jpg?rnd=20200430131030)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미래통합당 심재철당대표 권한대행과 조경태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전국위원회에서 대화 후 자리에 앉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 내정자가 통합당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도 임기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시지 않아 운신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고 비대위원장으로 나설 명분도 없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지금처럼 당내 비토 세력이 존재하는 악조건에서 비대위원장을 맡더라도 일부 거부감을 가진 중진을 중심으로 '김종인 흔들기'에 나설 경우 임기 내내 리더십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일각에선 김 내정자가 내심 킹메이커로 합의 추대해주길 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4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시절에도 총선 압승을 이끈 후 전당대회 출마 논란이 일자 자신이 수권정당으로서의 기초를 확립한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시 정치권에선 당에서 합의해서 추대하면 당 대표직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심재철 미래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던 중 잠시 복도로 나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4.29. kkssmm99@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4/29/NISI20200429_0016292694_web.jpg?rnd=20200430131030)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심재철 미래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던 중 잠시 복도로 나와 브리핑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 내정자는 통합당에서도 비대위원장을 맡는 전제조건으로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준비까지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최소한 대선 1년 전인 내년 3월까지는 비대위 체제 보장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도 '김종인 비대위' 출범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비대위원장 임기를 1년으로 보장하는 당헌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김 위원장이 차기 대권후보로 기성 정치인 대신 '40대 경제통'을 내건 만큼 1년 후에는 비대위원장에서 킹메이커로 나설 가능성도 다분하다.
결국 김 내정자의 합의추대 여부는 통합당에서 가장 반발하고 있는 중진 의원들의 입장에 달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총선 이후 당의 무게중심이 3선급으로 이동하면서 당권 주자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이들 중진이 김 내정자를 인정할지 여부에 따라 비대위 선택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4.29. kkssmm99@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4/29/NISI20200429_0016292515_web.jpg?rnd=20200430131030)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심 권한대행은 30일 입장문을 내고 "앞으로 당의 진로는 새롭게 선출된 원내대표가 결정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새로운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오는 5월8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른다.
심 권한대행은 "비대위원장직을 요청드렸을 때 김종인 전 위원장은 '대선 1년 전까진 모든 걸 다 완비한 체제를 만들어놓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씀하셨다. 당이 대선에 임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부칙 조항을 고치지 못하며 비대위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전날 최고위에 대해선 "당내 의견 수렴을 통해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다시 열어 깔끔하게 정리한 뒤 차기 지도부에 넘겨주는 게 당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란 의견이 압도적이지만, 전국위원회 의장이 회의를 소집하기 곤란하다고 해 결국 추진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심 권한대행은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그간 당헌당규에 따라 의견을 취합하고 민주적으로 당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제 불민함으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다수 의견으로 취합되고 전국위까지 통과했던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키지 못한 데 대해서 책임을 통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전국위의 다수 의견이 무시되고 목소리가 큰 일부에 휘둘리고 있는 데 대해선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 반대파들을 겨냥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새 원내지도부가 새로운 당선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협의해서 처리하도록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란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만약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이 문제를 협의해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 임기를 확보해주고 김 전 위원장이 수락한다면 김종인 비대위가 당내에서 효율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측에서 조금 달리 결정을 한다면 조금 어려운 국면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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