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 데뷔 앨범' 박혜상 "'자유로운 정신', 한국 가곡만한 게 없다"
‘아이 엠 헤라’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
![[서울=뉴시스] 박혜상. 2020.11.10. (사진 = 크레디아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11/10/NISI20201110_0000634604_web.jpg?rnd=20201110175116)
[서울=뉴시스] 박혜상. 2020.11.10. (사진 = 크레디아 제공) [email protected]
'노란 딱지'로 유명한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 최근 이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박혜상의 데뷔 앨범 '아이 엠 헤라(I AM HERA)'에도 한국어 노래가 2곡이나 실렸다.
박혜상은 10일 오후 서울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아이 엠 헤라'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한국 가곡을 부른 이유에 대해 '한국인이기 때문에'라는 쉬운 정답을 내놓지 않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프리 스프리트'(free spirit), 즉 '자유로운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여겼다. "한국 작곡가, 문화 등을 알릴 수 있는 것도 물론 있겠지만 '자유로운 정신'을 가장 잘 전달하기에는 한국 가곡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정주 시에 김주원이 작곡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와 나운영 작곡의 '시편 23편'을 담았다. DG 발매 음반 중 한국어 노래가 실린 것은 이례적이다. 박혜상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고민한 '가장 나다운 것'에 대한 답이다.
"아프리카, 스페인 노래 등 가장 낯선 노래들도 잘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가곡이 가장 저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도이치 그라모폰에게도 한국 가곡이 무척 낯선 곡인데, 그 경계를 허물어 보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생겨 한국 가곡을 레퍼터리로 정했죠."
![[서울=뉴시스] 박혜상. 2020.11.10. (사진 = 도이치 그라모폰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11/10/NISI20201110_0000634499_web.jpg?rnd=20201110163414)
[서울=뉴시스] 박혜상. 2020.11.10. (사진 = 도이치 그라모폰 제공) [email protected]
앨범에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교향 악단 중 하나인 빈 교향악단(Wiener symphoniker)과 지휘자 베르트랑 드 빌리(Bertrand De Billy)가 참여했다. 애초 독일 베를린에서 녹음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계획이 수차례 바뀌었다. 첫 앨범인 만큼 주변에서는 틀에 박힌, 비교적 안전한 레퍼토리를 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기에 "다른 분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은 아리아도 제가 불러서 좋아하게 되면 그것도 좋지 않을까"라는 사색을 했다. 그리스 여신을 뜻하는 '헤라'가 포함된 앨범명에서 엿볼 수 있는 자신감은 허투루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시작으로 페르골레시, 헨델, 모차르트, 로시니, 벨리니, 푸치니 등의 유명 오페라 아리아도 담겼다.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 중 '방금 들린 그대 음성' 그리고 앞서 싱글로 선공개가 된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어서 오세요, 내 사랑' 등 총 18곡이 실렸다.
이번 앨범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DG에서의 첫 정식 녹음이다. 박혜상은 "서로에게 큰 도전이었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공연이 많이 취소된 상황이어서, 오케스트라와 저 지휘자도 모두 너무 행복하게 녹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움과 즐거움이 넘쳤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박혜상은 급부상 중인 소프라노답게 올해 미국 뉴욕 메트 오페라 주역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그레텔 역을, '돈 조반니'에서 체를리나 역을 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19 여파로 연기됐다.
![[서울=뉴시스] 박혜상. 2020.11.10. (사진 = 도이치 그라모폰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11/10/NISI20201110_0000634498_web.jpg?rnd=20201110163357)
[서울=뉴시스] 박혜상. 2020.11.10. (사진 = 도이치 그라모폰 제공) [email protected]
하지만 '돈 조반니'까지 취소됐을 때는 "진심으로 마음이 아팠고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도이치그라모폰과 녹음을 할 수 있는 것 자체도 되게 큰 축복이었다"고 긍정하며 겸손했다. "오히려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되는 시간이 된 계기에 감사했어요. 발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요." 덕분에 내년 네트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으로 주역 데뷔를 앞둔 공연에도 더 용기를 내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물면서 요리도 하고 김치도 담갔다는 박혜상은 베를린에서 김치를 팔아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고 웃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연습에 공을 들였다.
유명세를 얻다 보니 책임감도 따라왔기 때문이다. "공부의 양이 많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코로나로 온라인 클래스가 활성화돼 요새는 1대1로 수업을 받았어요. 언어수업, 미술 수업이요. 작곡가 공부를 위해 책도 많이 읽었는데, 그분들의 영혼을 느끼면서 소통했습니다."
박혜상은 2014년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5위, 지난해 몬트리올 국제콩쿠르 2위, 같은 해 특히 세계적인 스타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관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여자 부문 2위를 차지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2015-16시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에 발탁되기도 했다. 작년 베를린 코미셰 오퍼에서 막을 올린 베리 코스키 연출의 '라보엠' 무제타 역, 영국 글라인드본에서 공연한 '세비야의 이발사' 로지나 역으로 주요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데뷔했다.
특히 2018년에는 그녀의 패션 센스를 알아본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초청으로 ' 2018 메트 갈라' 행사에 참석했다.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드레스를 입고 모차르트, 푸치니, 뒤파르크, 오브라도스, 구노의 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박혜상. 2020.11.10. (사진 = 크레디아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11/10/NISI20201110_0000634602_web.jpg?rnd=20201110175053)
[서울=뉴시스] 박혜상. 2020.11.10. (사진 = 크레디아 제공) [email protected]
이후 두세차례 만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글라인드본에서 공연한 '세비야의 이발사' 로지나 역을 보고 트라우트만 회장은 박혜상에게 "다음 씨디는 뭘로 만들까?"라고 물어봤다.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그는 자신이 꼽은 3대 로지나에 박혜상을 포함시켰다. DG 본사와 계약을 맺은 한국인은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이어 박혜상이 두 번째다.
노래 실력뿐만 아니라 수려한 외모도 자랑하는 박혜상은 하지만 "저 스스로를 디바라고 생각하지 않고, 굉장히 평범하고 현실적이며 내추럴하다"고 여겼다. 다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음악을 통해서였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날 영화배우 황정민의 '숟가락 수상소감'을 인용하기도 한 박혜상은 조수미, 신영옥, 홍혜경, 임선혜 등 앞서 간 선배 소프라노들에게 존중심을 표하며 "후배들이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라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박혜상. 2020.11.10. (사진 = 크레디아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11/10/NISI20201110_0000634601_web.jpg?rnd=20201110175032)
[서울=뉴시스] 박혜상. 2020.11.10. (사진 = 크레디아 제공) [email protected]
오는 20일에는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리사이틀을 연다. 앞서 14일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먼저 청중을 만난다. 글룩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중 '잔인한 순간',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방금 그 노래 소리', 몽살바헤 '다섯 개의 흑인 노래', 김주원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등을 들려준다.
이번 프로그램은 코로나19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프랑스 곡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생각하며 넣은 곡들입니다. '나비, 벌들, 꽃들, 드디어 나갈 수 있어! 빨리 나가자!'라는 희망을 담아보고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다섯 개의 흑인 노래에 대해서는 "올 한 해 정말 다사다난하면서, 전쟁도 많았고, 테러도 있었고,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너무 많이 찢어지는데요. 이 곡을 들으시면 아시겠지만, 슬프다고 해서 그 슬픔을 그대로 그냥 안고 무너져 있는 그런 곡들이 아니고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풀이하는지가 굉장히 색다르게 작곡된 곡"이라고 소개했다.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뒤를 돌아봤을 때 그 과정에서 성장한 나 자신을 보며 만족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응원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저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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