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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시행 1년 퇴직금 갈등 촉발…명확한 기준도 없어

등록 2021.02.0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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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학기 시수 미달 사유로 퇴직금 못받아"

강사단체 "대학들 악용…5시수 기준 폐지해야"

교육부 "고용부가 '퇴직금 지급 대상' 유권해석"

[서울=뉴시스] 정윤아기자=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4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강사법 공포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강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비대면 강의를 하지만 재임용심사기준은 대면강의 기준"이라며 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제공)

[서울=뉴시스] 정윤아기자=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4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강사법 공포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강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비대면 강의를 하지만 재임용심사기준은 대면강의 기준"이라며 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제공)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지난 2019년 8월 강사법(고등교육법)이 시행되면서 1년 이상 주당 5시수 이상 강의를 한 대학 강사들이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상당수가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퇴직금 지급이 부담스러운 대학과 권리를 찾으려는 강사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대학 교원·연구원 채용정보사이트 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 게시판에는 강사법 시행 이후 3개 학기 수업을 하고도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는 강사 A씨의 경험글이 올라왔다.

스스로 지방 사립대 강사라고 밝힌 A씨의 글에 따르면 그는 2019년 2학기 6학점, 2020년 1학기 6학점, 2020년 2학기 4학점의 강의를 맡았으며 이달 말 사직 예정이다. A씨는 1년 6개월간 2개 학기에 걸쳐 6시수 이상 수업을 담당했지만 대학으로부터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A씨에 따르면 대학 측은 지난해 2학기에서야 국가 퇴직금 보조사업에 신청했고, A씨가 퇴직 전 마지막 학기에 4시수만 수업을 했기 때문에 국가의 퇴직금 70% 보조 지원사업 요건에 맞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현행법상 퇴직금은 한 직장에서 1년 이상, 주당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교육부는 공립·사립대에 방학중 임금과 퇴직금을 70% 보조하는 강사 처우 개선 지원사업에 보조 기준을 '주당 5시수 이상'으로 정했다. 주 5시간 강의한 강사는 그 2배인 10시간을 강의 준비와 평가에 할애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법원 판례에 따른 조치다.

지난해에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 대학원대학, 사이버대 등 290개교가 강사 처우 개선비를 신청했다. 지난해 사업비 약 423억원 중 약 154억원(36.5%)이 강사 퇴직금을 보조하는데 투입됐다. 올해는 작년보다 줄어든 370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사학진흥재단도 A씨는 국가의 퇴직금 보조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6시수 강의를 담당했던 2020년 1학기에 퇴직을 신청했다면 퇴직금 보조 대상이지만 마지막 학기에 4시수만 맡았기 때문에 5시수에 미달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1년 6개월 중 2개 학기 동안 5시수 이상 수업을 했고 3개 학기 평균 5시수 이상 강의를 맡았던 A씨가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대학 강사들이 자의로 강의시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 없다는 점이 감안되지 않았다.

A씨는 "(대학에) 퇴직금 70%는 지원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다면 원래 대학이 담당하기로 한 30%만이라도 줄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대학은) '계약서 상 (퇴직금 지급 근거) 내용이 없기에 줄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가 강사 퇴직금을 보조하는 것은 강사의 복지 차원 아니겠느냐"며 "2020년 2학기에 사업을 신청한 대학에서 강의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총 5학점(시수) 이상 1년 이상 강의한 조건을 충족하고도 2020년 2학기 5학점이 안 돼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 강사를 위한 행정 방침인가"라고 제도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적어도 이러한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이며 이해가 되지 않는 행정 방침과 대학측의 과오는 시정이 되기를 바라서 이후의 열악한 환경에서 강의를 하는 강사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만약 A씨 같은 사례가 용인된다면 향후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강사들이 늘어날 우려가 크다. 두 번째 학기에 5시수 이하의 강의만 담당하도록 한다면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미 일선 대학에서는 강사들에게 퇴직금 지급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3~4시수의 강의를 맡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사단체인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김용섭 위원장은 "국립이든 사립이든 5시수가 안 되게 강의를 맡기는 등 강사 처우 개선이라는 강사법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으며, 강사 1인당 평균 수업시수도 5시수에 미치지 못하는 4.2시수"라며 "대학들이 악용할 소지가 큰 만큼 교육부에 퇴직금 지급 시수 기준을 철회할 것을 재차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로 강사법 시행 3년차에 접어들지만 관할 부처인 교육부조차 구체적인 강사 퇴직금 지급 기준을 숙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 문의한 결과 '대학이 퇴직금 국고보조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대학의 지급 의무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약식으로 받았다"면서 "일선 대학에서 이 점을 악용하지 않도록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 유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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