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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침해 소송 전 분쟁조정?…입법 반대 뚫고 순항할까

등록 2023.08.0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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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분쟁조정위 설치 추진…필요시 조례도 제정"

野 서동용 '분쟁조정위' 법안 발의…"반대" 8000건↑

교원단체 "소송 못 막아…'아동학대 면책권' 통과돼야"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우선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방안은 신속한 법령 개정 요구, 법정 분쟁으로부터 교원 보호 강화, 민원 창구 일원화 체계 구축, 생활지도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우선적으로 담았다. 2023.08.02.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우선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방안은 신속한 법령 개정 요구, 법정 분쟁으로부터 교원 보호 강화, 민원 창구 일원화 체계 구축, 생활지도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우선적으로 담았다. 2023.08.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최근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고발하는 일이 늘며 학교가 소송전으로 얼룩지자 이를 막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 반응은 냉담해 실제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전날 교권보호 우선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필요하다면 관련 법령 검토를 바탕으로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분쟁조정위는 이틀 전 서울시교육청 정책연구 보고회에서 연구진이 제시한 바 있다. 현행 교권보호위원회가 교권침해 사안에 대해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피해교원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고 있지만, 분쟁 조정 역할은 거의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며 보완책으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교권침해, 아동학대 등 사안이 법적 소송으로 돌입하기 전 분쟁해결을 도모해 불필요한 고소·고발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 교육감은 "서울에서 시범적으로 해서 조례도 만들겠다"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지난 4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위원장에 선출된 서동용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4.1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지난 4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위원장에 선출된 서동용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4.17. [email protected]


일주일 전인 7월27일, 국회에서도 분쟁조정위가 제안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 등 16인은 교육청 단위에 '교육활동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담은 교원지위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교육청 분쟁조정위를 20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하고, 분쟁위는 당사자들에게 화해를 권고할 수 있으며, 조정절차를 통해 쌍방이 수락한 조정서(합의서)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는 구체적인 분쟁위의 권한도 규정했다.

서 의원 등 16인은 "교원과 학부모 등의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심의·조정·권고하도록 해 교원의 권익과 더불어 아동을 보호하고 원활한 학교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현재 입법예고가 진행 중인 이 법안에는 전날 기준 7월28일부터 엿새 만에 8000건이 넘는 의견이 달렸다. 대부분 반대 의견들로, 입법예고가 오는 6일까지 나흘이나 남은 만큼 반대 의견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의 진상 민원이 분쟁이냐'(송모씨), '교육청에 계속 불려 다닐 수 있는 악법 중 악법이다'(유모씨) '또 위원회…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를 게 뻔하다'(양모씨) 등 우려가 줄을 이었다.

분쟁조정위 구성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개정안을 보면 ▲인권 관련 활동에 5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은 사람 ▲해당 시·도 경찰공무원 등이 분쟁조정위원으로 위촉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럴 경우 위원회의 교육적 전문성이 의심된다는 우려였다. 학교운영위원회 혹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활동 경험이 있는 '학부모'가 포함된 것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의견도 있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는 해당 개정안에 대한 반대를 촉구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인디스쿨 회원은 "교육청에 위원회가 없어서 교사들이 고통 받고 숨을 못 쉬는 건가"라며 "이 법안에서 만들어진 위원회는 분명 교사의 목을 한 번 더 조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한국교총 2030청년위원회 교사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실질적인 교권 보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7.27.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한국교총 2030청년위원회 교사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실질적인 교권 보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7.27. [email protected]


황수진 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지금 교사들의 요구는 일방적으로 아동학대 신고와 교권침해를 당하고 있으니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달라는 건데, 조정·화해는 쌍방 과실이 있을 때 사용하는 개념 아닌가"라며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우리가 화해시켜줄게'라고 하는 것과 동급이라고 보면 된다"고 비판했다.

황 실장은 또 "교사들은 교권침해 사안이 발생하면 교권보호위를 빨리 열어서 접근 금지나 분리 조치 등이 결정되길 원한다"며 "분쟁조정위 추가는 즉각적인 조치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학부모를 다시 마주쳐서 분쟁이 오히려 가중될 수 있고, 소송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 실효성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분쟁조정위의 가장 큰 문제는 아동학대 신고를 저지할 강제력이 없는 협의기구에 그친다는 것"이라며 "분쟁조정위와 교권보호위를 거치고도 학부모가 법적 분쟁에 나설 경우 교사는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어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면책권 법안, 경찰 신고만으로 교사가 직위 해제되지 않고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소명할 수 있는 제도 마련, 교권침해(형사 사건) 피해자인 교사가 원할 경우 관할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돼 있는 교원지위법의 적극적 이행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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