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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진입하며 조직 내 성평등 수준 오르면 출산율도 반등"

등록 2024.01.15 16:47:25수정 2024.01.15 16: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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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연구, 출산율-성평등 관계 연구

개도국, 여성 교육수준 오르면 출산율 ↓

"선진국, 가정·직장 내 평등해져야 올라"

"조직 내 성평등 획기적 제고 정책 필요"

[세종=뉴시스]개발도상국 단계에서는 여성의 교육 및 경제참여 수준이 높아질 수록 출산율이 급감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선진국 단계에서 조직 내 성평등 수준이 높아지면 출산율이 완만히 증가한다는 이른바 '역J자 곡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사회경제적 발전에 따른 출산율과 성평등의 관계에 관한 연구' 중 발췌. (자료=보건사회연구 발췌) 2024.01.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개발도상국 단계에서는 여성의 교육 및 경제참여 수준이 높아질 수록 출산율이 급감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선진국 단계에서 조직 내 성평등 수준이 높아지면 출산율이 완만히 증가한다는 이른바 '역J자 곡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사회경제적 발전에 따른 출산율과 성평등의 관계에 관한 연구' 중 발췌. (자료=보건사회연구 발췌) 2024.01.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성의 교육 및 경제활동 참여 수준이 높아질수록 출산율이 급감하지만, 선진국에 접어들며 성평등 수준이 더 고도화되면 출산율이 비로소 소폭 높아져 '역 J자' 곡선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본부장과 송유미 대구사이버대 교수는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 '사회경제적 발전에 따른 출산율과 성평등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게재했다.

연구진은 후기산업화 단계의 선진국 34개국와 산업화 단계를 지나는 개발도상국 111개국을 대상으로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인을 찾는 분석을 실시했다. 산업화 단계인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후기산업화 단계에서는 성평등 수준이 높아질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 결정적인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에서는 성평등을 투표, 재산, 교육, 건강 등에서 남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가족 내 부부 역할, 직장 내 남녀 역할, 공공영역에서 남녀 역할의 평등을 의미한다고 명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세기 후반 북유럽과 미국에서 출산율이 하락하고 결혼이 줄고 이혼이 늘어나는 '가족 약화' 현상으로 저출산이 심화됐으나 1990년대 이후 이들 선진국에서 다시 출산율이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1970년대에 출산율이 1.7명 아래로 떨어졌다가 2.0명으로 회복됐고, 프랑스와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는 1980년대 중반에 1.5명까지 떨어진 후 1.8~2.0명으로 회복했다. 일본은 2005년 1.26명까지 하락했다가 2015년 1.45명으로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라는 잠정 통계가 나온 상태다. 올해는 0.7명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해외 학계에서는 성평등이 확산될 수록 출산율이 하락하다가 성평등이 더욱 확산된다면 출산율이 큰폭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이른바 'U자 모양' 이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모든 국가에 적용되지는 않으며 국가별로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산업화 단계인 개발도상국과 후기산업화 단계인 선진국이 서로 다르다고 봤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개인의 참정권과 재산권, 건강권, 교육권 등 개인의 삶 차원에서 양성평등이 중요하게 부각되지만, 선진국 단계가 되면 개인의 삶을 넘어 조직 내 역할 분담, 즉 가정과 직장, 공적 영역에서의 성평등으로 기준점이 옮겨간다는 이유에서다.

연구 결과 ▲여성의 교육 수준 ▲1인당 국민소득 ▲성평등 수준 등 3가지 변수가 산업화 단계인 개발도상국과 후기산업화 단계인 선진국에 따라 출산율에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화 단계에서는 여성의 교육 수준이, 후기산업화 단계에서는 성평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산업화 단계에서 개인별 성평등 수준이 높아지면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지만, 후기산업화 단계에서 조직 내 성평등 수준이 높아지더라도 출산율이 완만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후기산업화 단계에서 출산율이 상승하더라도 산업화 초기처럼 여성이 4~6명의 자녀를 출산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산업화 초기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출산율과 성평등 수준과의 관계가 U자형이 아닌 역J자형에 가깝다는 얘기다. 출산율이 반등하는 시점으로는 "산업화 단계를 거쳐 후기산업화 단계로 진입하는 시점, 또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21세기 이후 출산율 1.3 이하의 초저출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특히 2022년 최악의 출산율 0.78명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 정책적 시사점이 결코 적지 않다"며 "저출산 대책 일환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정책, 성평등적인 노동정책과 가족정책 등 조직 내 성평등 수준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정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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