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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때도 꿈쩍 않던 이상민 장관…'계엄'에는 못 버텼다

등록 2024.12.09 12:03:16수정 2024.12.09 12: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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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책임감 엄중 인식…국민께 송구" 자진 사퇴

계엄 사전 모의·동조 의혹…김용현 통화·두둔 발언

10일 탄핵 표결 예정이었으나 이틀 앞 사의 표명

'이태원 참사' 사퇴도 거부했지만, 이번엔 부담 커

전문가 "사의 표명, 면책 행위…잘못된 사고 구조"

탄핵 피했지만 수사 본격화…최장수 불명예 퇴진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 시작에 앞서 국회 보안 관계자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몸수색을 하고 있다. 2024.12.05.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 시작에 앞서 국회 보안 관계자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몸수색을 하고 있다. 2024.12.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동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탄핵 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두고 자진 사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으로 퇴진 압박이 거셌을 때에도 사퇴를 거부했던 그였지만, 이번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은 어느 때보다 정치적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9일 행안부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 여러분을 편하게 모시지 못하고 대통령님을 잘 보좌하지 못한 책임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이제 장관의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국정의 공백과 혼란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이제 한 사람의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가 자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러한 사의를 윤 대통령에게 표명했으며, 윤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고 행안부는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사의 표명 시점과 재가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이번 계엄을 사전에 모의하고 동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비상 계엄이 선포되기 4시간 전인 지난 3일 오후 6시께 KTX 안에서 이번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30초 가량 전화를 수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울산에서 외부 일정 도중 서울로 급하게 올라오던 중이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3일 오후 5시40분께 울산에서 서울행 KTX를 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전 장관은 "그 때는 몰랐다, 점심 무렵에 '대통령님과의 일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답했다.

행안부도 "(김 전 장관과의) 통화 내용은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것이 전부였다"며 "이 전 장관이 계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대통령실에 도착한 이후"라고 했다.

야당은 '충암고 출신들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모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김 전 장관과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후배다. 다만 이 전 장관은 "충암고끼리 모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장관은 아울러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당시 우려를 표명했다고 하면서도, 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통치행위", "헌법상 권한 행사"라고 발언하는 등 사실상 두둔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또 "국회를 제대로 봉쇄했으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가능했겠나" "국회의 권한을 막으려고 마음 먹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주장해 야당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2.05.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2.05. [email protected]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계엄 사태 직후 이 전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을 예고했으며, 지난 7일 탄핵 소추안 발의 및 본회의 보고를 거쳐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탄핵안 표결을 이틀 앞두고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이태원 참사' 당시 대응 부실 책임을 묻는 야당의 사퇴 요구에도 "현재 주어진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 "사퇴만이 책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진 사퇴를 거부한 바 있다.

결국 지난해 2월8일 이 전 장관에 대한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됐지만, 그는 직전까지도 사퇴 요구에 대한 변함 없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후 같은 해 7월 헌법재판소는 이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했고, 그는 직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퇴 요구는 끊이지 않았고, 이 전 장관은 그 때마다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경우 후폭풍이 워낙 거센 만큼 이 전 장관도 더는 장관직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사 당국은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며, 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 전 장관에 대해서는 긴급체포 및 집무실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전 장관에 대해서도 전날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전 장관의 사의 표명과 윤 대통령의 수용이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일종의 '면책 행위'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의 표명이 책임을 통감한다는 건지, 곤란한 상황을 피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책임을 끝까지 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의 수용도 '이너 서클' 보호로, 잘못된 사고 구조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이 자진 사퇴로 탄핵은 피하게 됐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수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2022년 5월 취임 이후 2년7개월 간 '최장수' 장관으로 일해왔지만, 각종 논란과 비판에 휩싸이며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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