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인하 체감은 '글쎄'…저렴한 주유소에 원정주유족 '북적' [현장]
'강서구에서 가장 저렴' 화곡역주유소
기름값 고공행진에 북적…먼 곳에서도 찾아
17주 만에 기름값 하락…소비자 "체감 못 해"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10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역주유소에 주유를 위해 대기하는 차량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5.02.10 citize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2/10/NISI20250210_0001766632_web.jpg?rnd=20250210140638)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10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역주유소에 주유를 위해 대기하는 차량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5.02.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원래 1주일에 3만원어치를 주유했는데 이제는 4만원 어치를 넣어야 해요. 10~20원 차이도 크게 느껴져서 좀 저렴하다 싶은 주유소는 일부러라도 찾아가요."
10일 오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알뜰주유소 '화곡역주유소'에서 직장인 김모(50대)씨는 월 주유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높은 연비를 위해 경차를 몰고 있다는 김모씨는 껑충 뛴 주유비에 저렴하다는 주유소를 검색해 이 곳을 찾았다. 최근 기름값이 떨어졌으나 체감하지 못한 시민들이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원정 주유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주유소는 강서구에서 가장 저렴해 항상 운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날도 리터(ℓ)당 휘발유 1672원, 경유 1542원으로 강서구를 통틀어 가장 저렴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값(1731.97원) 경유값(1597.08원)대비 각각 약 60원, 50원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몇 달 간 급격하게 오른 기름값에 주유소는 오전에도 기름값 절약을 위해 찾은 이들로 붐볐다. 출근 시간이 지난 오전 9시30분께도 차량이 끊임없이 들어온 덕에 주유기 8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갔다. 남는 주유기가 없어 주유소 뒷편으로 대기 차량이 줄지어 대기하기도 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방진호(64)씨는 "장사하는 사람이라 돈 나갈 일이 많은데 기름값이 많이 올라서 큰 일"이라며 옆 동네 사는데 이 주유소가 싸서 길을 돌아서라도 여길 찾는다"고 말했다.
이날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 주유소를 찾았다는 운전자를 방씨 이외에도 다수 만나볼 수 있었다. 반면 길 건너 반대편에 있는 주유소에는 오가는 차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리터당 1767원, 1626원으로 알뜰주유소인 화곡역주유소보다 100원 이상 비쌌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10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역주유소에 설치된 가격표. 이날 오전 기준 리터당 휘발유 1672원, 경유 1542원에 판매하고 있다. 2025.02.10 citize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2/10/NISI20250210_0001766634_web.jpg?rnd=20250210140804)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10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역주유소에 설치된 가격표. 이날 오전 기준 리터당 휘발유 1672원, 경유 1542원에 판매하고 있다. 2025.02.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운전자들은 최근 하락했다는 기름값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오피넷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유가동향에 따르면 지난주(2월2일~6일)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 대비 리터당 0.04원 내린 1733.06원을 기록했다.
4달간 상승하던 추이가 17주 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기름값이 내렸다는 소식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운전자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김모(50대)씨는 "집이랑 회사를 지나다니면서 주유소들의 휘발유 판매 가격을 체크하고 있다"며 "기름값이 내렸다는 기사는 읽었지만 주유를 자주하는 입장에서는 차이를 느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주부 홍혜현(45)씨도 "기름값이 오른 뒤로는 같은 금액을 주유했을 때 확실히 눈금이 덜 차는 느낌이 있다"며 "남편은 강남으로 출퇴근 하는데 주유비가 올라 가격 보고 싼 데서 틈틈이 주유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는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이 전주 대비 0.04원 내린 데 불과해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로 하락하지 않은 것이 이유로 꼽힌다. 최근 국제유가가 미·중간 무역 전쟁 우려 고조 등으로 하락했지만 실제로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2~3주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화곡역주유소 관계자는 "지난 주보다 판매 가격이 5원 정도 내려 아직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며 "통상 10원 정도 오르 내리는 것으로 소비자가 가격 변동을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름값이 자꾸 오른 탓에 주유하면서 너무 올랐다고 푸념하는 고객들이 꽤 있다"며 "주말마다 원정 주유를 오는 사람으로 주유소가 꽉 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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