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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銀' 남자 컬링 "이제 시작, 젊은 패기로 나아가겠다"[하얼빈AG]

등록 2025.02.14 14: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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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득점 가능했던 2엔드에 아쉬움…"모두의 잘못"

[하얼빈(중국)=뉴시스] 김선웅 기자 = 14일(현지 시간)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남자 컬링 결승전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3-5로 패배해 은메달을 획득한 대표팀 선수들이 시상대에 올라 아쉬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범, 김효준, 김은빈, 표정민, 김진훈. 2025.02.14. mangusta@newsis.com

[하얼빈(중국)=뉴시스] 김선웅 기자 = 14일(현지 시간)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남자 컬링 결승전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3-5로 패배해 은메달을 획득한 대표팀 선수들이 시상대에 올라 아쉬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범, 김효준, 김은빈, 표정민, 김진훈. 2025.02.14. [email protected]

[하얼빈=뉴시스]김희준 기자 =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결승에서 2점차 석패를 당하며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한국 남자 컬링 대표팀 의성군청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젊은 패기'로 달려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남자 대표팀 의성군청(스킵 이재범, 서드 김효준, 세컨드 김은빈, 리드 표정민, 핍스 김진훈)은 14일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컬링 남자부 결승에서 필리핀에 3-5로 석패했다.

'컬링 강국' 스위스 대표팀 출신 귀화 선수로 구성돼 우승 후보로 꼽혔던 필리핀을 예선에서 6-1로 꺾었지만, 결승에서는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 남자 컬링의 2007년 창춘 대회 이후 18년 만에 금메달 꿈도 좌절됐다. 금메달에 걸려있던 병역 혜택도 받지 못했다.

예선에서 4전 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서 13-2로 대승을 거두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던 터라 의성군청 선수들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마지막 8엔드가 끝난 후 대표팀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고, 얼굴에서 아쉬움을 지우지 못했다. 몇몇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맏형 이재범은 "이런 큰 무대에서 결승을 치르는 것은 처음이라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다.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면 솔직히 거짓말"이라며 "다함께 뭉쳐 잘해보자고 했는데 조금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동계아시안게임에 또 출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데,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해 아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표정민은 "우리가 이때까지 치렀던 경기 중 가장 큰 경기었다. 그래서 많이 긴장했고, 이로 인해 가지고 있는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경기장을 빠져나오며 눈물을 흘린 이동건 감독은 "선수들이 예선 4경기와 준결승에서 가지고 있는 기량을 모두 발휘해줬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왔는데, 선수들이 조금 긴장했는지 경기 초반에 실수가 있었다"며 "10엔드면 여러 번 역습할 수 있는데 8엔드라 역습의 기회도 적었다"고 분석했다.

대표팀은 대량 득점 기회를 놓친 2엔드를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의성군청은 2엔드에서 최대 4점까지 따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스킵 이재범의 마지막 샷이 아쉽게 흘러나가 오히려 필리핀에 1점을 스틸 당했다.

이 감독은 "2엔드의 결정적인 찬스를 못 잡아낸 것이 가장 큰 패인이다. 2엔드에서 4점을 얻었으면 예선처럼 쉽게 갈 수 있었는데 아쉽다"며 "샷 실수 때문이 아니라 스위핑 실수라는 것이 뼈아프다"고 말했다.

2엔드가 끝난 뒤 속상한 마음에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던 이재범은 "대량 득점을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쉬웠다. 그래도 빨리 잊고 나머지 엔드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리드 표정민은 "우리 스톤을 돌려서 상대 스톤을 약하게 쳤으면 대량 득점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초반 엔드였고, 우리가 긴장했다. 급하게 콜을 하고, 급하게 스위핑을 했다"며 "(이)재범이 형의 샷 실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실수였다. 아쉬웠다"고 밝혔다.

후공으로 나선 8엔드에서도 역전을 노렸으나 오히려 상대에 1점을 내주면서 패배가 확정됐다.

이재범은 "마지막 샷은 자신있었는데 내가 콜을 늦게 했다. 내가 콜을 빨리 했다면 성공했을 것"이라며 자책했다.

[하얼빈(중국)=뉴시스] 김선웅 기자 = 14일(현지 시간)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남자 컬링 결승전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대표팀 이동건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5.02.14. mangusta@newsis.com

[하얼빈(중국)=뉴시스] 김선웅 기자 = 14일(현지 시간) 중국 하얼빈 핑팡 컬링 아레나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남자 컬링 결승전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에서 대표팀 이동건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5.02.14. [email protected]

이 감독은 "8엔드에서 두 번째 샷이 버튼으로 들어와야하는데 코너로 보내다가 실수를 했다. 스톤을 센터로 보냈다면 우리가 유리한 입장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지만 의성 출신의 2001~2003년생이 모여 똘똘 뭉친 의성군청은 선전을 펼쳤다.

이들은 모두 의성중을 졸업했고, 서울체고를 나온 이재범을 제외하고는 모두 의성고 출신이다. 5명 모두 의성초 또는 의성중에서 컬링을 시작했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아 이번 대회에서 '복병' 정도로 분류됐으나 똘똘 뭉쳐 결승까지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결의를 다지면서 대회 시작 전 휴대폰을 모두 걷어 모아놓기도 했다. 김은빈은 어깨, 손목에 테이핑을 하고도 몸을 사리지 않고 경기를 펼쳤다.

이재범은 "동생들이 까불기도 하지만 항상 열심히 한다. 내가 부족한 점이 있으면 메워주려고 한다"며 "든든한 동생들"이라고 했다.

부상 투혼을 선보인 김은빈은 "지난해 봄부터 손목에 통증이 있었다. 쉬면 괜찮아지는데 경기 일정이 빡빡해서 스위핑을 많이 하다보니 무리가 온 것 같다"며 "통증은 있었지만 이기고 싶다는 생각에 이겨내고 경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여자부가 강세를 보이는 컬링에서 의성군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존재를 널리 알렸다.

'세계적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미로 자신들을 '의성 BTS'라고 부르는 이들은 다른 별명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표정민은 "BTS처럼 한국에서 잘하고, 세계 무대에 나가서 잘하자는 의미로 붙인 별명이다. 외모 등을 고려해서 지은 별명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셨으면 한다"며 "새로운 별명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 20대 초반인 그들에게 동계아시안게임에서의 아픔은 성장에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의성군청 선수들은 이번 대회가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재범은 "경기 결과는 아쉽지만 끝이 아니다. 앞으로 더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리가 성적을 내야 한국이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다시 한 번 달려가겠다"고 강조했다.

표정민은 "결승을 치르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이런 부분들을 잘 보완해서 3월에 있을 세계선수권대회와 6월에 열리는 2025~2026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을 잘 치르겠다"며 "올림픽까지 바라볼 수 있는 팀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은 창단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같은 지역에서 자란 친구와 형, 동생들이 모여있다. 젊은 패기로 똘똘 뭉쳐 나아가는 팀"이라며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많다. 더 발전해서 단단한 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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