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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합작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 3차원 우주지도 그린다

등록 2025.03.13 06:01:00수정 2025.03.13 06: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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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어엑스 개발 참여한 천문연, 진공·극저온 환경 성능 시험

NASA "천문연 KASI 챔버 덕에 기한 앞당겨…금전적 기여도"

韓 연구진도 NASA급 데이터 접근 권한…독자 연구 수행 기대

지구 궤도를 돌며 관측 임무를 수행 중인 '스피어엑스(SPHEREx)' 우주망원경 상상도.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지구 궤도를 돌며 관측 임무를 수행 중인 '스피어엑스(SPHEREx)' 우주망원경 상상도.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적외선으로 우주 전체를 관측하고 세계 최초의 3차원 우주 지도 제작에 나서는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우주 궤도에 안착했다. 스피어엑스는 약 한 달 간 시험 가동을 거친 뒤 우주를 약 600회 이상 촬영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스피어엑스는 한국천문연구원과 미 항공우주국(NASA) 등 한국과 미국의 우주기관이 공동 개발한 우주망원경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13일 우주항공청 등에 따르면 스피어엑스는 전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임무궤도인 고도 약 650㎞ 태양동기궤도에 무사히 도달했고, 지상과의 교신에도 성공했다.

스피어엑스의 가장 큰 특징은 적외선을 기반으로 전체 하늘(전천·全天), 즉 모든 우주 공간을 102개의 색상으로 관측·촬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주 전체 공간을 102개 색상으로 관측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스피어엑스 임무를 통해 약 10억개 천체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3차원 우주지도도 제작하게 된다.

우주항공청과 NASA 등은 스피어엑스를 통해 우주의 시작, 은하의 생성·진화 과정, 태양계 밖 생명체 존재 여부 등 3가지 핵심 과제에 대해 연구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AP/뉴시스] SpaceX가 11일(현지 시간) 공개한 사진에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팰컨9에서 완전히 분리돼 임무궤도로 향하고 있다. 2025.03.12.

[캘리포니아=AP/뉴시스] SpaceX가 11일(현지 시간) 공개한 사진에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팰컨9에서 완전히 분리돼 임무궤도로 향하고 있다. 2025.03.12.

유일한 해외 기관으로 참여한 韓 천문연…'KASI 챔버'로 스피어엑스 성능 시험

이처럼 세계 최초의 임무를 수행하는 스피어엑스 개발에 천문연은 유일한 비(非) 미국 기관으로 참여했다. 천문연이 스피어엑스와 관련한 주요 핵심 기술 등을 보유한 점이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스피어엑스는 적외선으로 전체 우주를 빠르게 탐사하기 위해 선형분광필터라는 특수한 필터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프리즘처럼 여러 개의 색깔을 한번에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천문연은 NISS라는 과학위성 3호 개발을 통해 처음으로 선형분광필터 기술을 우주망원경에 적용한 바 있다. 이같은 경험을 기반으로 스피어엑스 임무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천문연이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천문연이 스피어엑스 개발 과정에서 담당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KASI 챔버'라는 일종의 진공방을 만들어 스피어엑스의 성능을 시험한 것이다.

우주공간에서는 지구·태양·달 등 천체가 강한 적외선을 뿜어내는데, 스피어엑스는 적외선 망원경이라는 특성상 기기 자체도 엄청난 양의 적외선을 내뿜는다. 이에 제대로 시스템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복사냉각시스템인 'V-그루브(방열판)'과 빛 차단막 등을 이용해 기체를 영하 220도 수준까지 냉각시켜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천문연은 스피어엑스의 선형분광필터를 비롯한 핵심 탑재체를 KASI 챔버에 집어넣어 진공 및 영하 220도의 극저온 상태를 구현해 망원경이 제대로 동작하는지를 실험했다.

이에 대해 스피어엑스 연구책임자인 NASA의 제이미 복 교수는 국내 언론 대상 브리핑에서 "천문연이 KASI 챔버를 직접 배송해 실험을 했는데, 상당히 험난하고 어려운 과정이었다"며 "KASI 챔버가 있었기 떄문에 (개발) 기한을 정말 앞당길 수 있었고 금전적으로도 큰 기여를 해줘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의 우주항공기관이 참여해 개발한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12일 낮 12시 10분(한국 시간)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사진=NASA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과 미국의 우주항공기관이 참여해 개발한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12일 낮 12시 10분(한국 시간)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사진=NASA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임무 기간 동안 모든 우주 영역 4번 관측…관측 데이터로 韓만의 연구 수행도 기대

우주항공청과 천문연 등은 스피어엑스 개발에 참여하게 되면서 향후 스피어엑스가 확보할 관측 데이터들을 활용해 더 많은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피어엑스는 약 2년 간의 임무 기간 동안 우주 전체 영역을 4번 반복해서 관측하게 된다. 이를 통해 우주 탄생 초기인 수십억 광년 떨어진 곳의 천체까지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주항공청과 천문연은 스피어엑스 개발 참여를 통해 NASA의 기술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국내 과학자들도 NASA와 같은 수준의 스피어엑스 데이터 접근 권한을 갖게 돼 향후 우리만의 연구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한편 전날 발사에 성공한 스피어엑스는 약 37일간 초기 운영 단계에 돌입해 검교정을 포함한 망원경에 대한 모든 시험 가동을 수행하게 된다. 초기 운영 단계를 마친 후에는 약 25개월간 관측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지구 극궤도를 98분 주기로 하루 14.5바퀴 공전하며 우주를 600회 이상 촬영한다.

우주항공청과 NASA는 스피어엑스를 통해 이론적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130억년 전, 빅뱅 이후 5억년 시점에 탄생한 은하까지의 거리까지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빅뱅 이후 50억년 전 별들이 생성되는 시기에 대한 직접 관측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각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3차원 우주 지도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초기 우주 급팽창에 대한 수학적 단서 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NASA와 천문연의 기대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의 성공적인 발사는 인류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인 우주 초기의 빛 탐색과 은하의 형성 과정에 있어 중대한 진전을 의미한다"며 "이는 한국의 우주과학 분야 위상이 한층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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