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합작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 3차원 우주지도 그린다
스피어엑스 개발 참여한 천문연, 진공·극저온 환경 성능 시험
NASA "천문연 KASI 챔버 덕에 기한 앞당겨…금전적 기여도"
韓 연구진도 NASA급 데이터 접근 권한…독자 연구 수행 기대

지구 궤도를 돌며 관측 임무를 수행 중인 '스피어엑스(SPHEREx)' 우주망원경 상상도.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스피어엑스는 한국천문연구원과 미 항공우주국(NASA) 등 한국과 미국의 우주기관이 공동 개발한 우주망원경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13일 우주항공청 등에 따르면 스피어엑스는 전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임무궤도인 고도 약 650㎞ 태양동기궤도에 무사히 도달했고, 지상과의 교신에도 성공했다.
스피어엑스의 가장 큰 특징은 적외선을 기반으로 전체 하늘(전천·全天), 즉 모든 우주 공간을 102개의 색상으로 관측·촬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주 전체 공간을 102개 색상으로 관측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스피어엑스 임무를 통해 약 10억개 천체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3차원 우주지도도 제작하게 된다.
우주항공청과 NASA 등은 스피어엑스를 통해 우주의 시작, 은하의 생성·진화 과정, 태양계 밖 생명체 존재 여부 등 3가지 핵심 과제에 대해 연구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AP/뉴시스] SpaceX가 11일(현지 시간) 공개한 사진에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팰컨9에서 완전히 분리돼 임무궤도로 향하고 있다. 2025.03.12.](https://img1.newsis.com/2025/03/12/NISI20250312_0000175056_web.jpg?rnd=20250312133237)
[캘리포니아=AP/뉴시스] SpaceX가 11일(현지 시간) 공개한 사진에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팰컨9에서 완전히 분리돼 임무궤도로 향하고 있다. 2025.03.12.
유일한 해외 기관으로 참여한 韓 천문연…'KASI 챔버'로 스피어엑스 성능 시험
스피어엑스는 적외선으로 전체 우주를 빠르게 탐사하기 위해 선형분광필터라는 특수한 필터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프리즘처럼 여러 개의 색깔을 한번에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천문연은 NISS라는 과학위성 3호 개발을 통해 처음으로 선형분광필터 기술을 우주망원경에 적용한 바 있다. 이같은 경험을 기반으로 스피어엑스 임무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천문연이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천문연이 스피어엑스 개발 과정에서 담당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KASI 챔버'라는 일종의 진공방을 만들어 스피어엑스의 성능을 시험한 것이다.
우주공간에서는 지구·태양·달 등 천체가 강한 적외선을 뿜어내는데, 스피어엑스는 적외선 망원경이라는 특성상 기기 자체도 엄청난 양의 적외선을 내뿜는다. 이에 제대로 시스템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복사냉각시스템인 'V-그루브(방열판)'과 빛 차단막 등을 이용해 기체를 영하 220도 수준까지 냉각시켜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천문연은 스피어엑스의 선형분광필터를 비롯한 핵심 탑재체를 KASI 챔버에 집어넣어 진공 및 영하 220도의 극저온 상태를 구현해 망원경이 제대로 동작하는지를 실험했다.
이에 대해 스피어엑스 연구책임자인 NASA의 제이미 복 교수는 국내 언론 대상 브리핑에서 "천문연이 KASI 챔버를 직접 배송해 실험을 했는데, 상당히 험난하고 어려운 과정이었다"며 "KASI 챔버가 있었기 떄문에 (개발) 기한을 정말 앞당길 수 있었고 금전적으로도 큰 기여를 해줘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의 우주항공기관이 참여해 개발한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12일 낮 12시 10분(한국 시간)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사진=NASA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임무 기간 동안 모든 우주 영역 4번 관측…관측 데이터로 韓만의 연구 수행도 기대
스피어엑스는 약 2년 간의 임무 기간 동안 우주 전체 영역을 4번 반복해서 관측하게 된다. 이를 통해 우주 탄생 초기인 수십억 광년 떨어진 곳의 천체까지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주항공청과 천문연은 스피어엑스 개발 참여를 통해 NASA의 기술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국내 과학자들도 NASA와 같은 수준의 스피어엑스 데이터 접근 권한을 갖게 돼 향후 우리만의 연구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한편 전날 발사에 성공한 스피어엑스는 약 37일간 초기 운영 단계에 돌입해 검교정을 포함한 망원경에 대한 모든 시험 가동을 수행하게 된다. 초기 운영 단계를 마친 후에는 약 25개월간 관측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지구 극궤도를 98분 주기로 하루 14.5바퀴 공전하며 우주를 600회 이상 촬영한다.
우주항공청과 NASA는 스피어엑스를 통해 이론적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130억년 전, 빅뱅 이후 5억년 시점에 탄생한 은하까지의 거리까지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빅뱅 이후 50억년 전 별들이 생성되는 시기에 대한 직접 관측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각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3차원 우주 지도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초기 우주 급팽창에 대한 수학적 단서 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NASA와 천문연의 기대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의 성공적인 발사는 인류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인 우주 초기의 빛 탐색과 은하의 형성 과정에 있어 중대한 진전을 의미한다"며 "이는 한국의 우주과학 분야 위상이 한층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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