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을 만드는 사람들④]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고재일 주무관
"쓰레기에는 단서가 있다" 불법투기 단속의 달인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도시개발팀 고재일 주무관. 2025.04.16. kgkang@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4/16/NISI20250416_0001818845_web.jpg?rnd=20250416094641)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도시개발팀 고재일 주무관. 2025.04.16. [email protected]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도시개발팀의 고재일 주무관(57)은 15년을 불법 쓰레기 투기와 싸워온 '환경 현장'의 산증인이다.
공무원이라기보단 수사관, 쓰레기 박사란 별명이 더 어울리는 사람. 누군가는 꺼려할 쓰레기와의 전쟁을 '천직'이라고 말하는 그는 오늘도 현장을 누빈다.
"나는 이 업무에 충실해 보기로 했습니다"
환경 업무는 2007년 구암2동으로 발령받으며 시작됐다. 봉암동, 내서읍, 양덕2동을 거쳐 2023년부터 다시 내서읍에서 일하고 있다.
"환경 업무를 처음 맡고 관내 순찰을 해보니 도로 곳곳이 정말 불법 쓰레기장이었어요. 이왕 시작한 공직 생활, 이 업무에 한번 충실해 보자! 헌신을 다해 깨끗한 거리를 한번 만들어보자! 이렇게 마음먹고 지금까지 쓰레기와 싸우고 있습니다."
그의 업무는 단순한 쓰레기 수거가 아니다. 환경 실무원의 복무·안전 점검, 기간제 인력 관리, 불법투기 계도, 올바른 배출 방법 홍보까지 총괄한다. 환경 실무원이 쓰레기를 치우는 역할이라면, 환경 업무 담당자는 현장에서 지휘관 역할을 하며 시스템 전체를 운영한다.
그가 처음 내서읍에 부임한 2016년 7월. 자연마을 22곳에서는 종량제 봉투를 찾아보기 힘들었을 정도였다. 전부 비료 포대나 농약 자루에 생활 쓰레기까지 넣어 무단 투기했다. 그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고 주무관은 "이건 아니다 싶었다. 마을회관, 경로당을 돌며 불법투기와 종량제 봉투 사용을 교육하고, 강력한 계도와 과태료 부과를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극적이었다. 2개월 반 동안 주민 계도를 하고 첫 해 76건, 2017년, 2018년 연이어 각 120건 가까운 과태료 부과가 이어졌다.
"2019년쯤 되니깐 불법 쓰레기 투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어요. 더 구석진 곳에 버렸을까 싶어 온 동네 산까지 다 찾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서 종량제 봉투가 줄지어 놓인 걸 보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기발한 불법투기, 그래도 못 피합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 믿는 고 주무관은 내서읍 전역을 직접 순찰한다. 불법 쓰레기가 보이면 차량을 세우고, 쓰레기를 뒤져 단서를 찾는다. 영수증, 우편 봉투 등 찢어진 조각을 테이프로 이어 붙이는 '퍼즐 수사'는 그의 대표 기술이다.
고 주문관은 "쓰레기 주인을 찾아가면 열에 아홉은 자기가 버린 게 아니라고 한다. 찾은 단서를 보여주면 결국은 인정하게 된다"며 퍼즐 수사에 자신감을 보였다.
내서읍은 마산회원구 전체 면적의 약 64%를 차지한다. 게다가 도심, 농촌, 산업단지, 대학가가 공존하는 복합 지역이다. 이 복잡한 구조는 환경행정에 있어 그 어떤 동보다도 많은 변수를 안고 있다.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도시개발팀 고재일 주무관. 2025.04.16. kgkang@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4/16/NISI20250416_0001818842_web.jpg?rnd=20250416094416)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도시개발팀 고재일 주무관. 2025.04.16. [email protected]
"실제 불법투기 현장을 보여주고, 주민들과 대화해야 의식이 변해요. 홍보 전단보다 찾아가는 교육이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죠.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지만, 그 결과 내서읍이 깨끗해졌다고 자부합니다."
"깨끗한 거리 환경을 위해서라면 다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양이, 강아지, 까치 같은 소형 동물은 차가 가까이 왔을 때 확인이 돼 피하려다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제가 바로 처리합니다. 고라니나 멧돼지 같은 대형 사체는 혼자 처리할 수 없어 사람을 기다리면서 안전봉으로 위험을 알리는 역할을 하죠."
고 주무관의 이 모든 업무는 새벽 5시30분에 집을 나서며 시작된다.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환경 실무원들의 동선을 돌며 안전을 살피고, 사각지대 불법투기를 점검한다. 내서읍이 워낙 넓다 보니 오전 시간 사무실에서 행정 업무를 잠깐 처리하고 나면 또다시 쓰레기 현장이 일터가 된다. 토요일에도 나와 순찰하고, 야간 단속을 나가기도 한다.
'남들이 꺼리는 힘든 일에 왜 이렇게 진심이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다.
"다른 업무도 해보고 싶지 않냐고요? 쓰레기 업무 장점이 있냐고요? 쓰레기를 치우고 난 후 깨끗해진 길을 돌아보면 뿌듯합니다. 매일 느낄 수 있는 그 만족감은 정말 저한테는 큰 장점입니다."
"환경은 한 사람이 망쳐도, 회복은 백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는 창원시에 바란다. 신고 포상금 제도 강화, 내서읍 환경 실무원 처우 개선, 찾아가는 교육 활성화 등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를 반영해달라고.
또 시민에게도 바란다.
"한 명이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건 쉬워요. 하지만 잘못 버려진 쓰레기로 훼손된 환경을 되살리려면 한평생이 걸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최고의 자산은 깨끗한 환경입니다."
쓰레기에 진심인 사람, 환경 업무를 사명으로 느끼는 사람. 고 주무관은 내서를 넘어 창원의 환경행정을 묵묵히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그는 오늘도 창원의 길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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