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수급자인데도 2억 기부…"장애인도 할 수 있다"[인터뷰]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 이병길 부지회장
"따뜻한 손길 있어…주어진 삶에 최선"
![[서울=뉴시스] 이병길 강원지체장애인협회 홍천군지회 부지회장이 장학금을 기부하는 모습 (사진=이병길 부지회장 제공) 2025.04.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4/25/NISI20250425_0001828184_web.jpg?rnd=20250425180205)
[서울=뉴시스] 이병길 강원지체장애인협회 홍천군지회 부지회장이 장학금을 기부하는 모습 (사진=이병길 부지회장 제공) 2025.04.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장애인이자 기초생활수급자임에도 2억원에 가까운 거금을 기부한 이병길 강원지체장애인협회 홍천군지회 부지회장은 장애인도 할 수 있다며,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고 말했다.
2025년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한 이병길 강원지체장애인협회 홍천군지회 부지회장은 선천성 혈우병 A형 환자이지만 이 사실을 알게된 건 30살이 됐을 때였다.
그는 "강원도 시골에 살다보니 그 전까지는 몰랐다"며 "피가 나면 남의 피를 수혈을 받아야 하는 게 반복되다보니 30살에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진찰을 받은 결과 혈우병이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혈액 내 피를 굳게하는 응고인자가 부족한 혈우병은 외부적 충격으로 인한 상처 외에도 혈관이 약해져 파열이 발생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이 부지회장은 "어렸을 때 친구들과 조금만 뛰어놀아도 팔 다리에 출혈과 피멍이 들어서 학교를 잘 다니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가장 선명하게 남은 기억도 "병원 복도 희미한 형광등 아래 멍든 다리를 움켜쥐고 울음을 삼키던 내 모습과 내 옆에서 제 손을 잡고 계셨던 어머니의 눈빛"이라고 말했다.
성장을 할수록 체중에 의한 압박이 심해지자 중학교때는 어머니 등에 업히거나 큰 형의 자전거에 의지해 다녀야했다. 이마저도 큰 형이 취직을 하고 어머니도 나이가 들면서 고등학교는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40살이 될 때까지 방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지내던 이 부지회장의 삶을 바꿔놓은 두 가지 계기가 발생했다.
방에서 늘 라디오를 듣던 이 부지회장은 어머니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사연을 보냈고, 이 사연이 채택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응원을 받았다.
이 부지회장은 "그때 처음으로 내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이 시기에 혈우병으로 크게 몸이 안 좋아져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치료비가 수천만원에 달했다. 치료비를 마련할 수 없던 이 부지회장은 홍천군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다행히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부지회장은 "사회가 너무 고마워졌다. 그때부터 내가 사회에 무언가 더 환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병길 강원지체장애인협회 홍천군지회 부지회장이 쌀을 기부하는 모습 (사진=이병길 부지회장 제공) 2025.04.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4/25/NISI20250425_0001828185_web.jpg?rnd=20250425180254)
[서울=뉴시스] 이병길 강원지체장애인협회 홍천군지회 부지회장이 쌀을 기부하는 모습 (사진=이병길 부지회장 제공) 2025.04.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이 부지회장은 중증장애인의 병원 진료를 돕는 일, 말 벗이 되어주는 일 등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이동의 제약을 넘기 위해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장애인 차량 개조도 했다. 이렇게 640회 이상의 봉사 활동을 펼쳐왔다.
동시에 자신도 넉넉하지 않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이 부지회장은 "노령연금, 장애인연금, 수급지를 합치면 한 달에 100만원 정도가 되는데 50만원은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로 기부를 했다"며 "그렇게 해서라도 사회에 환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초생활수급비 등으로 기부를 한 이 부지회장은 바둑이나 장기, 글짓기 등 기능대회에 출전해 받은 상금을 합쳐 2008년부터 현재까지 총 1억5000만원 상당의 후원금과 물품을 기부했다. 이 부지회장은 올해의 장애인상으로 받는 500만원의 상금도 5곳에 100만원씩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이 부지회장은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인데 돈이 많은가보지'라며 뒤에서 험담 아닌 험담을 하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며 "장애인이라도 늘 받는 입장이 아니라 사회에 환원하면서 지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또 장애인들에게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며 "주변에 따뜻한 손길이 있다.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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