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참아”…폐광 앞두고 석탄공사 노조 ‘분노 폭발'
“공포 분위기·갑질로 무너진 조직…이사회, 즉각 해임 결단내려야”
’대한석탄공사 노조, 김규환 사장 해임 공식 요구

지난 2022년 2월 4일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광장에서 열린 대정부 투쟁.(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원주·도계=뉴시스]홍춘봉 기자 = 석탄공사의 마지막 최고경영자(CEO)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규환 사장. 그러나 그의 경영은 기대와는 달리 기행과 독단으로 얼룩졌고 결국 노동조합이 이사회를 향해 사장 해임을 공식 건의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대한석탄공사 노동조합(석공노조)은 23일 긴급 입장문을 내고 “김 사장의 전횡이 조직을 불신과 혼란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며 이사회에 긴급 해임 결의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공식 발송했다.
김규환 사장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탄광 조기폐쇄 방침 속에 석공의 ‘해체형 CEO’로 취임했다. 그러나 그는 취임 직후부터 현실을 외면한 채 “100년 석공”이라는 비현실적 구호를 내걸고, 풍력·요소수·흑연 개발 등 석탄과 무관한 신사업을 밀어붙였다.
노조에 따르면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매일 아침 7시 조기 출근을 강제하며 ‘신사업 특강’을 진행했지만, 실상은 CEO 개인사 위주의 연설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김 사장은 ‘명장 모임’이라는 비공식 조직을 자의적으로 결성해 본사·광업소로 불러 모임을 지속했지만, 그 목적과 실익에 대해선 어떤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도계광업소 폐쇄회로(CC)TV 서버를 본사로 회수해 직원 동선을 감시하고, 사적인 대화까지 보고받는 등 전방위 감시 체계를 구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노조는 이를 “조직 구성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처사”라고 규탄했다.
노조는 김 사장이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직원에겐 좌천성 인사를, 충성하는 인사에겐 특혜성 승진을 반복하며 ‘충성 인사 체제’를 고착화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본부장이 지난 22일 면직 처분하고 이에 반발하는 실장을 광업소로 좌천시키고, 그 자리를 측근이 채웠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업무 외적으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4월 도계광업소 순직자 추모 행사에 ‘굿판을 벌이라’는 지시를 내렸고, 국회 산자위 출석을 앞두고는 특정 질의를 요청하는 청탁성 연락까지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노조는 “석탄 산업역군의 명예를 모욕한 일”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더 큰 문제는 해임 요구 이후 김규환 사장의 행보다. 현재 그는 국회 등 ‘외부 출장’을 이유로 수시로 출근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사장 집무실은 사실상 공석 상태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선 “조직은 혼란에 빠졌는데, 최고 책임자는 보이지 않는다”며 분노와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김 사장은 리더로서의 자격을 상실했고, 더 이상 조직에 있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며, 이사회가 긴급 회의를 열고 해임안을 결의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더 늦기 전에 결단하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 직원들과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한편 오는 6월 말 도계광업소가 폐광되면 석탄공사의 실질적인 역할도 종료된다. 하지만 여전히 ▲폐광 사후 처리 ▲출수 대책 ▲잔여 인력 고용 승계 ▲무연탄 재고 관리 ▲사택 및 부동산 정리 등 산적한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정리보다 더 복잡한 정리”가 필요한 시점에서, 리더십 공백은 공사의 존폐와 직결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내부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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