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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에 '일장기'·광복절에 '신칸센'…얼빠진 철도 공기업

등록 2025.07.10 09:08:01수정 2025.07.10 09: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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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 특실 간식박스 삽화 속 거북선에 일장기 선명

철도공단, 2022년 광복절 게시물에 日 '신칸센 삽입

"외주제작사 탓할 것 아니라 관리감독 미흡 반성해야"

[서울=뉴시스] 고속철도 SRT가 특실 승객에게 제공한 간식 박스에 일장기가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보배드림 캡쳐)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속철도 SRT가 특실 승객에게 제공한 간식 박스에 일장기가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보배드림 캡쳐)[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홍찬선 기자 = 거북선 삽화에 '일장기'를 넣고 광복절 기념 게시물에 일본의 고속열차 ‘신칸센’을 배치하는 등 철도 공공기관들이 잇따라 역사 인식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 실수를 넘어 “역사에 대한 기본 인식조차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철도기관 내부의 검증 시스템과 교육의 부실함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철도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899년 경인선 개통을 시작으로, 일본이 식민지 지배와 자원 수탈을 위해 체계적으로 철도를 건설한 데에서 비롯된다. 조선의 쌀과 광물 등 자원을 일본 본토로 신속히 운송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해방 이후에는 낙후된 철도망을 복구하고, 특히 1960년대 산업화·경제개발 시대에는 국민 경제와 물류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하며 국가 성장의 상징이자 기반시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철도 공공기관에서 역사 왜곡성 실수가 반복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SRT 특실에서 제공되는 간식박스에 삽입된 거북선 삽화에서 선미(船尾) 부분에 일장기가 그려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해당 거북선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무찌르는 데 크게 기여한 철갑선으로, 일본 침략을 막아낸 대표적 상징물이다. 임진왜란은 1592년부터 1598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일본이 조선을 침공한 전쟁으로, 이순신 장군의 활약은 그 어떤 역사적 상징보다 반일(反日) 투쟁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단순 실수라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거북선에 일장기라니, 이게 대한민국에서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냐” “일제 잔재 청산은 아직도 멀었다”는 등 분노에 찬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커지자 SRT 운영사인 SR 측은 “해당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간식박스를 전량 폐기했으며, 외주 제작사와의 계약도 재검토하고 시정을 요구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역사 바로 알리기에 앞장서 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에 일장기를 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SR은 외주 핑계를 대지 말고 디자인 관리 부실을 인정하고 철저히 반성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국가철도공단이 광복절 77주년을 기념해 만든 SNS 콘텐츠에 일본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고속열차 신칸센 사진 (사진 출처=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 2022.08.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국가철도공단이 광복절 77주년을 기념해 만든 SNS 콘텐츠에 일본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고속열차 신칸센 사진 (사진 출처=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  2022.08.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철도 공공기관의 이같은 실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가철도공단은 지난 2022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올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서 일본의 고속열차 신칸센 이미지를 삽입해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

문제가 된 게시물은 태극기를 배경으로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를 왼쪽 하단에 배치했지만, 오른쪽 하단에는 일본 부흥의 상징인 신칸센 이미지가 배치됐다. 게다가 “광복절을 맞아 약탈의 수단에서 근대화의 상징이 된 철도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는 문구까지 넣으며,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표현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공단은 해당 게시물을 즉시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철도 공공기관들의 역사 의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과 함께, 공공 디자인과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의 철저한 검수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경덕 교수는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철도 공기업조차 기본적인 역사 교육이 얼마나 부족한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외주 제작사에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SR과 국가철도공단 모두 관리감독 부실과 내부 교육 부족에 대해 스스로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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