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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 발견' 조세이 탄광 유골 수습 가능성 커져…日정부 지원할까

등록 2025.08.27 15: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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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 日해저탄광서 수몰 사고…조선인 136명 사망

정부 차원 유골 수습·진상규명 '난색'에 시민 직접 나서

26일 두개골 최초 발견…"매몰 위치 등 파악, 정부 나서야"

[서울=뉴시스]일본 혼슈 서부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의 해저탄광 '조세이(長生)탄광'에서 지난달 29~30일 일본의 한 시민단체가 민간 잠수조사를 하는 모습. (사진 제공=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탄광수몰사고(水非常)를역사에새기는모임'). 2024.11.0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일본 혼슈 서부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의 해저탄광 '조세이(長生)탄광'에서 지난달 29~30일 일본의 한 시민단체가 민간 잠수조사를 하는 모습. (사진 제공=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탄광수몰사고(水非常)를역사에새기는모임'). 2024.11.0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잠수 조사를 반복하면 유골을 수습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136명 등이 숨진 일본 조세이(長生) 해저 탄광에서 희생자 추정 유골을 확인한 잠수사 이사지 요시타카씨가 남긴 말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水非常)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 모임) 의뢰로 해저 갱도에서 유골 수색을 이어왔다.
 
마이니치신문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136명을 포함해 183명이 숨진 조세이 해저 탄광에서 전날 두개골로 보이는 유골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태평양전쟁 중 전략물자 채굴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임에도 일본 정부가 수습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이번 발견을 계기로 정부가 기존 입장을 바꿔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일제 때 '조선인 136명 수몰'…日해저 탄광서 80년만 유골 발견

[서울=뉴시스]일본 혼슈 서부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의 해저탄광 '조세이(長生)탄광' 자료사진. (사진 제공=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탄광수몰사고(水非常)를역사에새기는모임'). 2024.11.0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일본 혼슈 서부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의 해저탄광 '조세이(長生)탄광' 자료사진. (사진 제공=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탄광수몰사고(水非常)를역사에새기는모임'). 2024.11.05. *재판매 및 DB 금지


일제강점기였던 1942년 2월 3일 오전 조세이 탄광 해저 지하 갱도에서 수몰사고가 일어나 조선인 136명을 포함해 모두 183명이 숨졌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희생자 수습과 사고 경위를 둘러싼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가 직접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아 지난해 9월 지하 약 4m에 묻혀 있던 갱도 입구를 찾아냈다. 같은 해 10월부터 이사지씨 등 민간 잠수부들이 갱도 안으로 들어가 수색을 이어갔지만, 구조물에 막혀 성과는 없었다.

그러나 조사 방식을 바꿔 지난 6월부터 해수면에 돌출된 환기·배수용 원통에서 진입하면서 전기가 마련됐다.

지난 25일 한국인 잠수부가 수심 43m T자형 교차점 부근에서 뼈로 추정되는 3점과 여러 켤레의 장화를 발견했고, 이튿날에는 흙에 반쯤 묻힌 두개골도 추가로 확인됐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새기는 모임에서 지난 25~26일 발견된 뼈를 넘겨받아 감정을 벌인 야마구치현 경찰은 4점의 뼈가 모두 인골이라는 감정 결과를 이날 밝혔다. 시민단체는 DNA 감정을 통한 신원 확인과 추가 수습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매몰 위치' 파악 어려움 이유로 난색…日정부, 외면 논리 흔들리나

[서울=뉴시스]일제강점기 조선인 136명 등이 수몰된 야마구치(山口県)현 우베(宇部)시 '조세이(長生) 탄광'에서 희생자의 유골로 추정되는 뼈가 25일 발견됐다. 사진은 일본 공영 NHK 보도 장면 갈무리. <사진캡처=NHK> 2025.08.2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일제강점기 조선인 136명 등이 수몰된 야마구치(山口県)현 우베(宇部)시 '조세이(長生) 탄광'에서 희생자의 유골로 추정되는 뼈가 25일 발견됐다. 사진은 일본 공영 NHK 보도 장면 갈무리. <사진캡처=NHK> 2025.08.25. *재판매 및 DB 금지.


일본 정부는 2016년 제정된 '전몰자 유골 수집 추진법'에 따라 유골 수습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한다. 다만 법이 전몰자를 "전투 행위로 사망한 자" 등으로 한정하면서 조세이 탄광 희생자 등은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일본 정부 역시 "매몰 위치와 깊이가 불분명해 현 시점에서는 조사가 어렵다"며 수습에 난색을 보였다. 실제 후쿠오카 다카마로 후생노동상은 조세이 탄광에서 처음으로 두개골이 발견된 전날에도 "안전을 확보한 잠수 조사에 참고할 만한 새로운 지견은 얻지 못했다"며 정부 차원 지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이러한 정부 입장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골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매몰 위치가 어느 정도 가늠이 되는 데다, 유골을 유족에게 돌려주는 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하마이 가즈후미 데이쿄대 교수는 마이니치에 "(유골을) 유족에게 돌려주려면 DNA 감정이 필요하다. 일본인일 뿐 아니라 조선인일 가능성도 있어 국가는 관여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일본인도 다수 숨진 사고 현장에서 유골이 수습된 이상 '전몰자가 아니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조세이 탄광 사고가 태평양전쟁 당시 전략물자 채굴 과정에서 발생했으나, '전몰자'(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를 좁게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이니치는 "이번 발견은 전몰자 유골 수습에서 늘 민간인이 후순위로 밀려온 일본 정부의 관행을 흔드는 획기적 사건"이라며 국가 정책 재검토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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