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배우 백지윤 "잘 때도 '젤리피쉬' 생각해요"[문화人터뷰]
다운증후군 여성의 사랑과 자립 과정 그려낸 연극 '젤리피쉬'
"관객들 반응에 울컥…장애 있지만 사람들이 나쁘게 안 보길"
"연극으로 배운 점 많아…연극 더 하고파, 제안 많이 왔으면"
민새롬 연출 "지윤 씨와 연극 동료된 기분 더 진하게 들어"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젤리피쉬' 연출 민새롬과 배우 백지윤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9.07.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9/02/NISI20250902_0020956291_web.jpg?rnd=20250905233505)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젤리피쉬' 연출 민새롬과 배우 백지윤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9.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관객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연습하는 것도 기뻐요."
5개월여 만에 연극 '젤리피쉬'로 다시 관객들을 만나는 배우 백지윤(33)이 무대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 "선배님들과 연출님을 다시 만나게 돼 좋다. 더 재미있을 것 같다"며 연신 미소지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단에서 '젤리피쉬' 연습에 한창인 백지윤과 민새롬(45) 연출을 만났다.
지난해 쇼케이스를 거쳐 지난 3월 모두예술극장에서 초연한 '젤리피쉬'는 국립극단의 '기획초청 Pick크닉'에 선정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다시 공연하게 됐다.
작품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27세 주인공 켈리의 사랑과 자립 과정을 그려낸다. 그동안 연극 무대에서 보기 힘들었던 장애 여성의 연애와 결혼, 출산 등을 소재로 했다.
실제 다운증후군이 있는 백지윤이 켈리 역을 맡아 연기한다.
백지윤은 "대학로에서 연극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나도 저렇게 관객들 앞에서 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젤리피쉬'로 연극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젤리피쉬' 배우 백지윤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9.07.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9/02/NISI20250902_0020956287_web.jpg?rnd=20250905233505)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젤리피쉬' 배우 백지윤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9.07. [email protected]
다운증후군 배우와 함께하는 작업을 이끌게 된 민 연출에게도 새로운 시도인 건 마찬가지였다.
민 연출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협업하는 프로덕션에서는 서로의 고유성이 다르기 때문에 방어기제가 더 작동되는 것 같다"며 "처음에는 지윤 씨와 싸우기도 했고, 삐지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서로를 알아가고 맞춰가는 시간을 건너며 이제는 자연스러운 호흡이 생겼다. 백지윤은 "이제는 연출님이 든든한 아버지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발레를 한 백지윤은 2013년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특별 공연에서 발레 '지젤'을 소화했고, 2019년 드라마 '고고송'에 출연하는 등 여러 경험을 했다.
백지윤은 "발레는 손과 발로 연기하는 거고, 드라마는 감정 표현 같은 걸 말로 표현한다"고 비교했다.
"연극은 신이 많고, 대사가 많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할지 계속 생각하게 돼요. 잘 때도 '젤리피쉬'를 생각하면서 대사를 안 까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작품은 쇼케이스 때부터 지난 초연까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백지윤도 '인기'를 몸소 실감했다. 다른 공연장에선 그를 알아본 관객들로부터 사진 촬영 요청을 받기도 했다. 그는 "헬스장에서도 인기가 많아졌다"며 수줍게 웃었다.
발레 공연을 할 당시 악플을 받고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있는 백지윤에게 공연을 잘 봤다는 관객들의 인사는 더 크게 와닿았다.
"울컥했어요. 너무 좋았고, 진짜 재미있었어요. 제가 장애를 갖고 있지만 사람들이 나쁜 시선으로 안 봤으면 좋겠어요."
연극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달라진 자신을 느낄 때도 있다. 극 중 켈리와 자신을 비교한 백지윤은 "켈리는 고집이 세고 강인한데, 나는 털털하고 소심하다. 고집은 좀 줄어들었다"면서 "연극을 통해 배운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까지 생각해야 한다. '고집 부리면 안 된다, 선배님들을 존중하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걸 배웠다. 연출님께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젤리피쉬' 연출 민새롬과 배우 백지윤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9.07.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9/02/NISI20250902_0020956292_web.jpg?rnd=20250905233505)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젤리피쉬' 연출 민새롬과 배우 백지윤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9.07. [email protected]
민 연출은 "지윤 씨가 다운증후군이라는 특성이 있지만, 다른 배우들은 다 주인공을 보며 연기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내가 지윤 씨에게 어려운 사회적인 책임을 요구했던 부분도 있다"고 못내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지윤 씨가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는 부분이 엄청나게 성장했다"며 놀라워했다.
물론 여전히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없지않다.
백지윤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건 민 연출이 세심하게 챙기는 부분 중 하나다. 지난 3월 공연 당시 몸이 좋지 않았던 백지윤이 이를 알리지 않고 공연을 강행했다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민 연출은 "기관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비장애인 배우들은 스스로 멈출 줄 알지만, 지윤 씨는 숨을 안 쉬는 상대로 안 멈추고 가려고 한다"며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어떻게 (문제를 알릴) 서로의 약속을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번 공연 때도 관객들에게 '언제든지 공연은 중단될 수 있다'고 안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남다를 수밖에 없는 '젤리피쉬'를 연극인의 성지와도 같은 명동예술극장에 올리는 건 민 연출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민 연출은 "명동예술극장은 우리나라 국립극단이 있는 곳이고, 연극인들에게 상징성이 있다. 연극 배우들이 제일 좋아하는 극장이기도 하다"며 "지윤 씨랑 연극하는 동료가 된 기분이 더 진하게 든다"며 미소지었다.
큰 무대에 주눅들지 말자는 다짐도 했다. 민 연출은 "지윤 씨가 명동예술극장에 들어가니 긴장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겁먹지 말자, 만만하게 생각하자'고 했다"며 웃었다.
백지윤에게 다운증후군이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연극 무대를 향한 사랑은 여느 배우와 다르지 않다.
연극에 푹 빠진 백지윤은 "작년에는 발음 때문에 힘들었는데, 발음을 고치려고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며 "연극이 더 하고 싶다. 연극 제안이 더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지금은 '젤리피쉬'를 하고 있지만, 이번에 끝나도 또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젤리피쉬' 배우 백지윤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5.09.07.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9/02/NISI20250902_0020956289_web.jpg?rnd=20250905233505)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젤리피쉬' 배우 백지윤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5.09.07. [email protected]
백지윤의 무대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백지윤은 다른 장애인들을 향해 "무너지지 않고 일어서는 법을 배우면 좋겠다"며 응원을 건넸다.
'젤리피쉬'는 12일부터 21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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