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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韓 지도 반출 위해 좌표 기능 삭제"…데이터센터 설치는 선 그어(종합)

등록 2025.09.09 16:47:25수정 2025.09.09 17: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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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불편 해소·산업 발전 논리 내세워

정부가 제안한 지도 반출 조건 일부 수용 시사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조건은 사실상 거부

"국내 서버 설치해도 지도 해외 반출 필요"

구글 “韓 지도 반출 위해 좌표 기능 삭제"…데이터센터 설치는 선 그어(종합)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구글이 한국에서 지도 서비스를 온전히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정밀 지도 국외 반출 조건 중 일부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지역의 위·경도 좌표를 국내외 모든 사용자에게 표시하지 않고 보안 시설은 블러(흐림) 처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는 지도 서비스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유지했다.

구글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구글은 지난 2월 국토지리정보원에 축척 1대 5000 지도 데이터를 해외 데이터센터에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국가 안보 및 국내 공간정보 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이유로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한국, 길 찾기 안 되는 몇 안 되는 나라"

[서울=뉴시스] 구글 맵스(왼쪽) 앱과 네이버 지도(오른쪽)의 인천국제공항-명동성당 대중교통 길 찾기 비교 (사진=각 사 앱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글 맵스(왼쪽) 앱과 네이버 지도(오른쪽)의 인천국제공항-명동성당 대중교통 길 찾기 비교 (사진=각 사 앱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구글이 해당 지도 데이터를 요구한 이유는 지도 서비스를 온전히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정보 부문 부사장은 "한국은 매년 1000만명 이상 외국인이 찾는 관광 국가지만 구글 지도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 여행객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유영석 구글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도 "길 찾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우리가 요청한 지도는 국토지리정보원이 무료로 배포한 것으로 이미 (군사시설 정보 등이 없는) 보안 심사를 마친 데이터"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전쟁기념관 위성지도 사진 비교. 구글 어스(왼쪽)에서는 대통령실 위치와 시설물 사진이 정확히 노출된 가운데 네이버 지도(오른쪽)에서는 보안시설로 분류돼 가림 처리돼 있다. 구글 어스 위성사진은 보안을 위해 기자가 직접 모자이크처리했다. (사진=구글 어스, 네이버 지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전쟁기념관 위성지도 사진 비교. 구글 어스(왼쪽)에서는 대통령실 위치와 시설물 사진이 정확히 노출된 가운데 네이버 지도(오른쪽)에서는 보안시설로 분류돼 가림 처리돼 있다. 구글 어스 위성사진은 보안을 위해 기자가 직접 모자이크처리했다. (사진=구글 어스, 네이버 지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학계 일각에서는 구글 플랫폼(구글 지도, 구글 어스)에 제공 중인 위성 지도 이미지와 국내 정밀 지도를 결합하면 군사기밀 유출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수 있다. 구글 지도 내 위성 사진은 여러 위성사진 촬영 전문 업체가 판매하는 이미지다. 이에 구글은 플랫폼 내에서 보안시설을 가려도 원본 이미지에는 그대로 노출된다며 블러(흐림) 처리 요구를 거절해 왔다.

하지만 구글은 자사 플랫폼 정책을 수정해 보안 우려가 제기된 시설을 자체적으로 흐리게 처리하겠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구글 지도 내 '내 위치 공유' 기능. 구글은 정밀 지도 반출 시 한국 지역 내 해당 기능을 국내외 사용자 모두에게 제공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2025.09.09. (사진=구글 지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글 지도 내 '내 위치 공유' 기능. 구글은 정밀 지도 반출 시 한국 지역 내 해당 기능을 국내외 사용자 모두에게 제공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2025.09.09. (사진=구글 지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한국 지역의 위·경도 좌표를 국내외 모든 사용자에게 표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정부가 제안한 지도 반출 조건 중 하나다. 구글 지도에서 특정 장소를 우클릭하면 '이 위치 공유'라는 탭이 보인다. 해당 탭을 클릭하면 한국 지역 위·경도 좌표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광화문을 위치 공유하면 '37.576166, 126.976889'로 뜬다.

"길 찾기 제공하려면 최소 축척 1대 5000 지도 필요"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지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5.09.09.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지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5.09.09. [email protected]


구글은 앞서 국내 학계, 업계 일각에서 지적해 온 내용을 반박했다. 국외 반출이 가능한 축척 1대 2만5000 지도로도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주장했으나 구글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반박했다.

유 총괄은 "서울 같은 복잡한 도심에서는 1대 2만5000 축척으로 길 찾기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1대 2만5000은) 1㎝에 250m가 표현돼 세밀한 길 안내가 불가능하다. 일본 도쿄의 경우도 1대 1000 지도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국내 서버에만 활용한다는 조건 아래 티맵모빌리티로부터 구매한 축척 1대 5000 지도 데이터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도 서비스를 개발하는 해외 서버에 정밀 지도를 보낼 수 없어 장소 정보(POI)만 표기할 뿐 도보·자동차 길 찾기를 비롯해 3D 지도, 실내 지도 등 여러 지도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구글 측 설명이다.

이에 국내 학계, 업계는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면 해결될 일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구글은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짓더라도 전 세계 동시 접속을 처리하려면 해외 서버로도 보낼 수 있다며 정밀 지도 반출 문제를 여전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총괄은 "구글 지도는 전 세계 20억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하고 활용하기 때문에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요한다.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 분산된 데이터센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프로세싱(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내 IT업계 한 관계자는 "정밀 지도 데이터의 반출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한국 정부의 안전한 관리가 보장돼야 한다.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 중 하나가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이며 구글이 주장하는 해외 서버에서의 프로세싱 등은 한국에 데이터센터가 설치된다면 충분히 로컬에서도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것과 해외 서버와의 프로세싱 연동이 기술적으로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님에도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를 거부하는 것은 법인세 회피 등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부, 11월까지 구글에 지도 반출 여부 결정…한미 통상이 변수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유영석 구글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이 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지도 기자간담회에서 정밀 지도 국외 반출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5.09.09.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유영석 구글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이 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지도 기자간담회에서 정밀 지도 국외 반출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5.09.09. [email protected]


한편 정부는 오는 11월 중순까지 구글이 신청한 지도 국외 반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미 통상 협상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 기술 기업을 공격하는 국가들에 맞서 싸우겠다”며 디지털세·시장 규제를 문제 삼았다. 업계는 한국의 정밀 지도 반출 제한 역시 미국이 지적하는 ‘디지털 무역 장벽’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구글이 미국 정부를 통해 한국 정부에 압박을 요청했는지 묻자, 터너 부사장은 "양국 협상 세부 사항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디지털세·비관세 장벽 문제는 전 세계 무역 협상에서 언제나 논의되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신청에 불허 결론이 나더라도 한국 지도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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