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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의 '반유혈 혁명'…Z세대가 시작해 군부가 일단락

등록 2025.10.15 16: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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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이후 한 달 못돼 대통령 탄핵·군부 과도 정권

시위 과정 최소 22명 숨진 유혈·전세계 Z세대 혁명 물결 영향

군부, 2년간의 과도 정부 후 선거 약속

[안타나나리보=AP/뉴시스] 14일(현지 시간)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정예부대 '캡샛'(CAPSAT)의 지휘관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이 군부의 정권 장악을 발표하고 있다.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캡샛은 Z세대가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에 동참해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고, 대통령은 외국으로 도피했다. 2025.10.15.

[안타나나리보=AP/뉴시스] 14일(현지 시간)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정예부대 '캡샛'(CAPSAT)의 지휘관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이 군부의 정권 장악을 발표하고 있다.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캡샛은 Z세대가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에 동참해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고, 대통령은 외국으로 도피했다. 2025.10.15.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아프리카 동부의 마다가스카르에서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시위는 한 달도 채 안돼 대통령이 해외 도피 및 탄핵으로 물러나고 군부가 집권하면서 일단락됐다.

잦은 정전과 단수, 경제난에 분노해 젊은 Z세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마다가스카르의 반정부 시위는 대통령의 집권을 도왔던 육군 부대가 등을 돌리면서 마무리됐다.

2009년 군부 독재 정권을 뒤엎고 등장했던 대통령이 26년 만에 물러나면서 다시 군부가 전면에 나섰다. 민주화 시위에 따라 집권했지만 군부 독재 정권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지가 관심이자 과제가 됐다.

긴박했던 탄핵과 의회 해산·군부 집권 선언의 하루

마다가스카르 시위는 14일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의회에서 탄핵되고 군부가 정권 장악을 선언하면서 지난달 25일 시작된 시위가 일단락됐다.

의회는 이날 라조엘리나 대통령 탄핵안을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켰다.

군인들은 탄핵안 통과 이후 대통령궁에 진입해 최고 법원, 선거관리위원회와 상원을 포함한 주요 기관을 해산했다. 탄핵안을 통과시킨 하원은 그대로 두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13일 자신이 어디에 있는 지 밝히지 않은 채 생명의 위협 때문에 잠적했다고 밝히고 14일 의회 해산을 선언했으나 자신에 대한 탄핵을 막지 못했다.

그는 “반역적인 군부 세력이 불법적으로 선언했다”고 비난하고 “자신이 여전히 완전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공허한 메아리였다.

그의 탄핵이 알려지고 군부 쿠데타 직후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14일 보도했다.

하원 의원들은 대통령의 의회 해산 움직임은 위헌이라며 일축했다. 해외에 도피중인 대통령의 해산 명령은 SNS에 게시되었고 공식적인 서명이나 날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탄핵 표결에서 의원들이 열거한 혐의는 권력 남용, 불법 상거래, 부적절한 선물 제공 등이 포함됐다.

투표 후 개표에서 탄핵에 필요한 105표에 도달하자 많은 의원들이 일어서서 환호했다. 전체 163석 가운데 찬성표는 130표였다.

라조엘리나가 속한 정당인 이마르(IRMAR) 소속 의원들도 탄핵 투표에 참석해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

마다가스카르가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의원은 “나는 족쇄에서 벗어났다”며 “나는 노예였지만 이제 자유롭다”고 외쳤다.

2년간의 군부 과도 정권

학생들 시위를 군부가 일단락지었지만 부패를 종식시킬지는 전혀 확실하지 않다.

라조엘리나는 2009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했는데 당시 그를 도왔던 군부대인 캡샛(CAPSAT)이 이번에는 시위에 가담하면서 등을 돌렸다.

의회의 탄핵 의결 직후에는 Z세대 시위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오히려 시위대에 합류했던 육군 엘리트 조직 캡사트(CAPSAT) 부대가 대통령궁에서 정권 장악을 선언했다.

임시 국가 정상직을 맡은 이 부대 지휘관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최대 2년의 과도기에 의회, 정부, 사법부 연합체가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부는 마다가스카르의 최고법원, 선거관리위원회, 상원을 포함한 국가기관을 사실상 전부 해체했다. 탄핵안을 의결한 '국회'(하원)는 기능을 유지했다.

대통령이 해외 도피 중 탄핵된 뒤 군부가 통제권을 장악했으나 마다가스카르는 앞날은 불투명하다.

안타나나리보 대통령궁 앞에서 연설한 캡샛 지도자 미카엘 란드리아니나 대령은 과도 정부 구성을 발표하며 2년내에 선거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2년간의 과도 정부에는 민간인도 참여하고 새 헌법과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란드리아니나 대령은 덧붙였다.

대통령의 탄핵을 반기며 환호하는 시민들 중에는 군부가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너무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 세계의 Z세대 혁명

시위를 조직해 온 청년 주도 단체는 ‘Z 세대 마다가스카르(Gen Z Madagascar)’.

이들은 네팔,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 최근 벌어진 청년 주도 운동의 전략을 참고했으며 웃는 해골 문양도 그대로 사용했다.

마다가스카르 청년층의 좌절감은 아프리카 다른 지역과 유사하다. 부분적으로는 인구 구조 때문으로 아프리카의 중위 연령은 19세다.

전세계 Z세대 시위 운동에서 영감을 얻은 마다가스카르의 시위대가 결국 라조엘리나 대통령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Z세대 시위 발발 19일 만으로 마다가스카르는 네팔에 이어 최근 전 세계에서 Z세대 시위가 정부를 무너뜨린 두 번째 나라가 됐다.

마다가스카르의 '승리'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필리핀, 케냐, 파라과이, 페루, 아르헨티나 등 그동안 Z세대 시위가 번졌던 국가 등으로 확산할 가능성에도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전세계 Z세대 시위 운동에서 영감을 받은 젊은이들이 이끄는 시위는 대통령을 축출하는데 기폭제가 됐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일부 사람들은 그가 과거 식민 통치자였던 프랑스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국가의 잠재력을 낭비했다고 주장한다.

군부 정권 재연 방지가 과제

대통령 축출, 군부 정권 수립 등이 마다가스카르에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NYT는 군부가 통치하는 마다가스카르에 정세 불안정이 계속되는 경우 국제 사회에서 고립이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해외 지원에 의존하는 마다가스카르로서는 국제사회와 교류가 필수적이다.

아프리카에서 젊은 층의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군부의 통치를 불러온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런 경우 더 큰 격변이 뒤따르는 경우도 많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 축출을 기뻐하던 한 33세 시민은 NYT에 군부가 마다가스카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으로 믿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시위는 왜?

정부가 안정적인 물과 전기를 포함한 기본적인 생필품을 제공하지 못하자 전국은 몇 주 동안 시위로 들끓었다.

지난달 25일부터 수천 명 젊은이들이 수도 안타나나리보와 다른 주요 도시에서 거리로 나왔다.

그들은 공무원들의 부패와 물과 전기와 같은 기본적인 생활 필수품을 충족하기 위한 일상적인 투쟁에 지쳤다고 말한다.

최근 시위는 지난달 19일 안타나나리보 시의원 두 명이 단수 및 단전 반대 시위를 앞두고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시민사회단체와 젊은이들은 이 체포를 반대 의견을 잠재우려는 시도로 여겼다.

여러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진 청년 주도 운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위대는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자신들을 돕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무능한 지도자라고 여기며 그의 사임을 요구했다.

정부군이 시위를 통제하기 위해 강경 진압에 나서 유엔은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정부를 해산하고 내각을 해임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시위는 더욱 격화했다. 11일 보안군 중 일부가 대통령에 대항해 시위대에 합류했다.

탄핵된 라제엘리나는 누구

그는 2009년 쿠데타로 처음 집권했다. 그는 2013년 선거에 나오지 않았으나 2018년과 2023년에 다시 집권했다.

라조엘리나의 많은 반대자들은 2년 전 선거를 보이콧했다.

그가 국가안보군을 이용해 유권자들을 위협하고 동맹 세력으로 국가 선거 관리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자신에게 유리하게 선거를 조작했다고 비난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주장하는 군사부대인 CAPSAT은 그가 대통령이 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9년 CAPSAT는 라조엘리나가 당시 마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으로부터 권력을 빼앗았을 때 그를 지지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의 통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자 그에게 등을 돌렸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마다가스카르의 상황을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프랑스군이 12일 대통령을 항공기로 철수시켰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시위대는 최근 집회에서 “라조엘리나와 마크롱은 물러나라”라고 쓰인 현수막이 보였다.

마다가스카르는 인구 약 3000만명 중 75%가 빈곤선 이하에 있다.

시위가 시작된 이후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유엔은 밝혔다.

마다가스카르 시위 발발부터 대통령 탄핵 일지

9월 19일 만성적인 전기 및 물 공급 중단에 항의하는 시위를 계획한 뒤 두 명의 시의원 체포
    25일 ‘Z 세대 마다(Gen Z Mada)’ 온라인 운동으로 시위 주도
    29일 라조엘리나 대통령, 총리 해임과 정부 각료 전체 해임 선언

10월 6일 라조엘리나, 군장성 신임 총리 임명 및 시위대 반발
     8일 ‘Z 세대 마다’ 대통령 면담 거절
    11일 캡샛 육군 부대 소속 병사들 막사 떠나 시위대 합류
    12일 라조엘리나 “쿠데타 진행 중 경고”
    13일 프랑스 언론 RFI “라조엘리나 대통령 해외 대피” 보도
    14일 대통령 의회 해산 명령
         하원, 대통령 탄핵
         캡샛 군부대, 정권 장악 선언 및 정부 기관 해체 선언
         캡샛 지도자 란드리아니나 대령, 2년간의 과도 정부 발표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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