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 평화안, 최종안 아냐"…美·유럽·우크라 일제히 반발

美 "추수감사절까지 수용하라" 압박 속 젤렌스키 "존엄 vs 동맹, 어려운 선택"

28개 조항의 평화안 놓고 美 내부도 분열

러시아는 "거부하면 군사적 해결"

[워싱턴=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NBC뉴스 인터뷰에서 이런 입장을 밝히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평화안을 거부할 경우 "원한다면 마음껏 싸움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11.23.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제안한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안이 "최종 제안은 아니다"라며 "어떤 방식이든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NBC뉴스 인터뷰에서 이런 입장을 밝히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평화안을 거부할 경우 "원한다면 마음껏 싸움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안 수용을 주저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추수감사절까지 제안을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평화안 핵심에는 러시아가 현재 점령지보다 더 넓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유지하도록 허용하고, 우크라이나 군대 규모를 제한하며,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우크라이나 의원들은 "러시아 요구에 지나치게 굴복한 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만 이 계획이 총 28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양측 의견을 일부 반영해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주 영상 메시지에서 "우크라이나는 지금 매우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며 "존엄을 잃을 것인지, 핵심 파트너를 잃을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말하며 "28개 조항의 어려운 조건 또는 혹독한 겨울 중 택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 평화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X(옛 트위터)에 "제안에는 좋은 점도 있지만, 매우 문제가 많은 부분도 있다"며 "평화협정의 목표는 명예롭고 정의롭게 전쟁을 끝내는 것이지, 새로운 갈등을 만드는 게 되어선 안 된다"고 적었다.

로저 위커(공화·미시시피) 상원의원도 "이른바 평화안에는 실질적 문제가 많아 진정한 평화를 달성할 가능성이 낮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푸틴처럼 악명 높은 전범에게 영토를 넘겨서는 안 된다"며 "군대 규모와 배치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이 정할 주권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평화안에는 미국과 유럽 동맹국이 향후 우크라이나가 공격받을 경우, 이를 대서양 공동체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형태의 안보 보장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유럽 주요 국가들 역시 평화안을 우려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회의에서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핀란드·아일랜드·네덜란드·스페인·노르웨이 정상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 계획은 우크라이나를 향후 공격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국가안보 보좌관들은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 평화안에 대한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미 관리들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우크라이나 특사는 평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러시아 대표단과의 별도 회동도 검토 중이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지도부는 이 평화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협정에 서명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수단으로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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